[e-News Trip] 스위스 발레주 시리즈① 기막힌 ‘천로역정’…체르마트 Zermatt
[e-News Trip] 스위스 발레주 시리즈① 기막힌 ‘천로역정’…체르마트 Zermatt
  • 상훈 여행전문기자
  • 승인 2019.07.2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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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공항서 기차로 3시간 남짓, 최고 청정지역
산, 스파, 스키, 전통 등 매력 넘치는 여행지로 인기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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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사람의 감정이 쉽게 열리면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진리이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상대로 인해 열정이 뿜어져 나온다. 체르마트는 보기에도 도도하고 새초롬한 영봉 ‘마테호른’을 품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마테호른은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하는 변화무쌍한 기상조건의 확률 안에 들어야 한다. 마테호른까지 기막힌 천로역정이 시작된다.

# 4,478m까지 설렘은 멈추지 않는다

징크스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산에만 올라가면 뿌연 안개만 보고 오기 일쑤였다. 지리산도 속리산도 설악산도 그랬다. 유럽에서 최고의 영봉으로 사랑 받는 마테호른Matterhorn(해발 4,478m)을 촬영한다는 연락을 받고 나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한국이야 날씨 좋은 날 또 오면 되지 하고 자위하며 내려왔지만 결국 다시 올라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 자태를 보고 오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스위스 발레 주로 향했다. 취리히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고 3시간 30분여를 달린 후 체르마트Zermatt에 도착했다.

체르마트는 산, 스파, 스키, 전통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로마시대부터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서 번영하였기 때문에 역사적인 유적도 많고 독특한 문화가 발전한 곳이기도 하다. 굴지의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의 로고로도 유명한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는 뮤지션 필콜린스, 맘마미아의 아바 멤버들이 자주 방문하거나 거주할 정도로 발레 주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4,000m급의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년 내내 알프스의 웅장한 산과 빙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르너그라트와 로트호른, 수넥가, 클라인 마테호른 등의 철도를 이용해 손쉽게 오를 수 있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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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00km에 이르는 하이킹, 스키 코스로 매우 유명하다. 마테호른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르마트에 와서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등산열차와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체르마트는 알피니즘과 사계절 스키, 하이킹으로 유명한 반경 1km 내외의 작은 마을로 짙은 갈색의 스위스 전통가옥인 샬레가 눈에 띈다. 샬레는 알프스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재료였던 목재와 돌로 지어졌는데, 평평한 돌로 엮어 만든 너와 지붕은 폭설에 견디기에 가장 적합한 주택양식이다.

체르마트는 이 전통 가옥 양식을 보존하기 위해 호텔이나 상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어가고 있다. 마을의 중심인 반호프 거리Bahnhofstrasse 양 옆으로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상점들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시내를 걷다 보면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마테호른의 모습이 나왔다 사라진다. 마치 어서 찾아와 달라고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거리를 산책하다 보니 해발 1,620m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이지만 마테호른을 정복하려는 사람들과 스키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대부분 유명 브랜드의 산악용품점이 즐비하다. 이곳은 7시가 되기 전에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스위스의 할인마트인 COOP에서 식음료나 주류를 미리 사두지 않으면 긴긴밤을 그냥 손가락만 빨아야 하니 나처럼 먹고 마시는 거 못 참는 분들은 꼭 명심하시길.

발레 주는 먼지 한 점 허용하지 않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위스 최고의 청정지대로 유명하다. 특히 체르마트는 공해유발 요소를 애초부터 없애기 위해 자동차 진입을 금지하고 있고 말이 끄는 마차나 전기자동차만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태양에너지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등 완벽에 가까운 친환경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르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서울의 미세먼지에 찌든 폐가 깨끗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마테호른 역에서 500m 떨어진 마테호른 박물관을 지나다 보면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이곳은 마테호른을 등반하다 사망한 등산가들의 묘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안나푸르나 등반 중 사망한 박영석 대장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진정한 탐험가들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엄숙한 곳이다. 긴 여정의 첫 날은 마테호른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마테호른이 눈에 아른거린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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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멎는 마테호른Matterhorn의 위용

체르마트의 비스파Vispa 강가에 위치한 4성급 크리스티나 호텔은 72개의 객실이 있는 곳으로 그 중 40개의 객실에서만 마테호른 봉우리를 볼 수 있는데 그 환상적인 뷰가 압권이다. 전통적인 호텔답게 샬레 형으로 지어졌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레스토랑 페퍼밀The Peppermill이 있어 정찬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시차 덕분에 잠을 설쳤지만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온 몸이 상쾌해진다. 자, 이제 마테호른 정복이다. 고르너그라트 등산 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도 그야말로 절경이 따로 없다. 눈 감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나올 듯 하다.

아,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높이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거세지는 것이 불안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45분여를 오르는 동안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수백 미터 깊이의 크레바스가 보인다. 등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크레바스라고 하니 그저 낭만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이윽고 도착한 곳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해발 3,883m) 곳에 위치한 마테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라는 케이블카 역이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에 걸쳐 펼쳐진 4,000m 급의 38개 알프스 봉우리와 여러 개의 빙하 지대가 펼쳐지는 웅장한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어쩐 일인가? 눈도 뜨기 힘들 정도의 눈보라와 강풍으로 인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 마테호른이 바로 눈 앞인데 도저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마테호른, 안타깝지만 잠시 중단해야겠다. 마테호른은 커녕 주변의 아름다운 영봉조차 온전히 즐길 수 없을 정도의 강풍과 폭설로 급히 빙하궁전으로 대피했다. ‘빙하궁전Glacier Paradise’은 빙하표면에서 16m 아래에 만들어진 곳으로 빙하 미끄럼틀과 빙하 조각 등을 직접 체험하고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빙하궁전이라고 하니 기분이 참으로 남다르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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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너무 거친 자연의 환대 덕분에 급격한 한기를 느낀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이 바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정상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미네르기 P 스탠더드를 만족시키는 친환경 건축물로 2008년부터 매해 ‘태양광 상’을 수상하고 있다. 태양 에너지 패널과 자체 정화 시스템을 이용하여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특별히 설계된 하수 시설은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수 시설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하수를 정화하고 있다. 빙하 레스토랑의 전면은 수 개의 태양에너지 패널이 설치돼 있어 건물을 난방하기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건물 외곽 뒤편에 설치된 환풍 시스템은 가히 혁신적이다. 외부 공기를 이용하여 환풍 시스템을 예열함으로써 태양에너지 패널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준단다. 동시에 52m의 단열 처리와 3중 창문으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레스토랑 안에서 이용되는 모든 자원을 최대로 이용하여 특히 부족한 물의 공급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니 감동 또 감동이다. 단순히 높은 곳에 있고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붙여지는 최고라는 단순히 높은 곳에 있고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붙여지는 최고라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닌 것에 매우 놀라울 따름이다.

청정 알프스를 지키기 위한 스위스 사람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무작정 개발이 아닌 자연을 지켜가는 모습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다. 웅장한 대자연을 이용해 청정 알프스를 지켜나가고 있는 역사적인 곳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먹는 기분은 참으로 형용하기가 어렵지만 코코아 맛만큼은 지금껏 먹은 것 중 단연 최고였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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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리에서 체르마트까지 즐거운 하이킹!

체르마트 내에는 시간당 52,430명을 수송할 수 있는 총 34개의 케이블카와 리프트가 있다. 마테호른 스키 파라다이스Matterhorn Ski Paradise는 스위스의 체르마트와 이탈리아의 체르비니아Cervinia, 발뚜르넹Valtournen까지 펼쳐져 있는데, 이 모든 스키 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케이블카 및 리프트 수는 58개, 수송인원이 시간당 90,000명이란다. 총 350km의 슬로프, 155km에 달하는 인공 눈, 2백만 명 이상의 스키/보더가 이용 가능한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다. 마테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에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케이블카 중 마지막 구간에 해당하는 푸리Furi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동했다. 산 정상에서 스키/보더를 실컷 즐겼다면 푸리에서 체르마트까지는 하이킹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푸리에서 춤 제Zum See를 거쳐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구간은 4.5km에 해당하는 길이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아름다운 코스이다. 춤 제의 아기자기한 목재 건물과 정겨운 알프스 산길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한 편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길 양쪽에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는 재미도 좋고 양떼 목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기막히다. 특히 아름다운 푸리 역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스위스 전통 감자요리인 뢰슈티에 와인을 곁들여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내려온다면 금상첨화겠다. 목가적인 풍경에 푹 젖어 걷다 보니 어느새 체르마트다. 눈이 즐거우니 피곤할 줄을 모르겠다.

하지만 체르마트에 내려오면서도 카메라는커녕 눈에도 한껏 담지 못한 마테호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을 중심부로 내려와 성당 맞은 편, 유리로 된 돔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체르마트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등반의 역사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마테호른 박물관이다. 1792년 마테호른을 처음을 정복한 소쒸르H.B. de Saussure에 대한 자료부터 각종 사고의 기록들과 마테호른 등정에 관련된 소중한 기록들을 모아 둔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저녁이 되면서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몬테 로자Monte Rosa 호텔에 있는 윔퍼 슈투베Whymper Stube 레스토랑에서 치즈 퐁뒤로 저녁식사를 했다. 바슈랭, 아펜첼, 그뤼에르 치즈를 섞은 윔퍼 슈투베의 고소한 치즈 퐁뒤와 토마토를 섞은 분홍빛 퐁뒤, 고르곤졸라로 만든 퐁뒤 등 3색 치즈 퐁뒤가 나왔다. 긴 꼬챙이에 꽂힌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놓은 빵을 퐁뒤에 푹 찍어 발레 주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인 팡당Fendant과 함께 먹으니 그 풍미가 황홀하기가 그지없다. 윔퍼 슈투베에서는 빵은 물론 감자, 서양배, 토마토, 버섯 등 다채로운 야채도 곁들여 먹을 수 있어 퐁뒤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원래 퐁뒤는 먹을 것이 없던 겨울에 딱딱하게 굳은 빵을 녹인 치즈에 찍어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탄산음료랑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으니 꼭 와인을 곁들여 먹을 것을 추천한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기자 / 취재 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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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테호른Matterhorn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포기한 마테호른.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스위스에서의 6일 간의 일정을 진행하면서 시차 및 피곤에 절어있는 상태였고 마침내 마지막 날,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도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 카타르 도하로 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을 감안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마테호른을 보기로 했다. 원래는 고르너그라트로 가야 하지만 워낙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탓에 해발 2815m의 로텐보덴Rotenboden까지만 올라가기로 했다. 그 동안 허리까지 차는 눈밭을 헤치고 다니느라 맑은 날씨에 대한 간절한 기대감이 충만했던 터, 특히 이제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맘속으로 기도까지 하게 됐다. 등산열차에 올라타고 올라가는 내내 고개를 내밀 듯 하다가 숨고 내밀 듯 하다가 숨기를 반복하더니…… 아, 결국 그 도도하고 새초롬한 마테호른이 밝게 웃기 시작했다.

청정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고르너그라트 행 기차 안에서 짝사랑하는 연인을 마침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처럼 마음이 두근두근거림을 애써 자제해야 했다. 마침내 도착한 로텐보덴에서 바라 본 마테호른의 모습은 거대하다기 보다는 신비로운 여성이 치마자락을 휘둘러 앉아 있는 듯한 당당함과 도도함이었다. 산을 보고 이토록 가슴 설레 본 적이 있던가. 로텐보덴 역에서 나와 아래로 내려가니 자그마한 호수가 있다. 마치 일평생 마테호른만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것처럼 호수는 마테호른을 사랑스럽게 담고 있었다. 고여 있는 호수임에도 어른 손가락만한 올챙이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는 것 또한 신기하고 또 기괴한 일이다. 이토록 높은 곳에 위치한 추운 곳에 고여 있는 호수에 살고 있는 물고기라니. 물고기를 물고 날아가던 새가 실수로 떨어트리기라도 한 것일까? 단, 40분 밖에 시간이 없다는 초조함이 더욱 마테호른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갖게 했다.

글과 사진 상훈기자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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