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장지후 "첫 연극 'EWHD', 생생한 전달 위해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
[인터뷰①] 장지후 "첫 연극 'EWHD', 생생한 전달 위해 익숙해지지 않으려 노력"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8.02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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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PD역 장지후
첫 연극 도전, 생생한 전달 위해 최선의 노력
가장 나쁜 상황 속에서 드러내는 인간의 선함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연기 욕심이 나요. 왜 그럴까요,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어요.” 눈을 반짝이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처음 하는 연극에 온전히 몰입하고 싶어 다른 스케줄과 병행하지 않았다. 작품과 연기에 푹 빠져있으니 무대 위에서 빛나지 않을 리 없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과 마음을 뺏기는 배우 장지후의 이야기.

장지후는 지난 7월 9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개막한 ‘Everybody Wants Him Dead’(이하 ‘EWHD’)에 PD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 사회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인간적인 강력범죄를 소재로 한다. 특징은 ‘네 명의 악인’이 모여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장지후가 맡은 PD는 전 국민과 언론의 관심의 주목을 받는 연쇄 살인범부터 교도소장, 검사까지 한 자리에 모으는 인물이다. 불법적 ‘리얼리티 쇼’를 만들어 PD가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사연이 드러나며 극은 막을 내린다.

‘EWHD’ 개막 후 약 한 달이 흘렀다. 첫 연극이었던 만큼 감회가 새로웠을 터. 소감을 물었더니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장지후가 ‘연극’을 선택한 건 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연극이 처음이라 새로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하고 있다. ‘EWHD’를 하면서 뮤지컬 하며 느껴졌던 갈등이 해소되고 있다. 뮤지컬에도 물론 연기가 필요하지만, 연극에서만 할 수 있는 디테일한 호흡, 살아있는 감정 등이 달랐다. 이런 부분에 중심을 둘 수 있어서 개운함을 느끼고 있다.”

‘EWHD’는 약 90분 러닝타임으로 짧지만 강렬한 극이다. 감정과 에너지 분출은 물론 몸을 쓰는 장면도 있다. 힘들지 않은지 물었더니 “있다”고 즉답한다.

“연기 기술적으로 힘든 부분은 연극이 매번 생생한 감정과 라이브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차가 많은데 매번 유지하려다 보니 힘들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잖나. 그러다 보니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적으로는 소재상 8살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여러 사람이 걱정한 것처럼 내가 아버지라고 하기엔 너무 젊으니까. 아이를 길러본 사람의 입장을 과연 저 배우가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걸 알고 있었다. 스스로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꽤 많이 와닿았다. 아무래도 같은 역의 (임)병근, (정)성일 형처럼 진짜 아버지에, 가정이 있는 배우의 감정은 아무래도 조금 더 현실적 감정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는 많이 와닿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과 상황을 “처음에는 아예 공감도 못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은 장지후는 연습 후 관객 앞에 섰을 때 느꼈던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무대에 서서 관객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큰 감정이 막 들어왔다. 연기자로서는 굉장히 좋았는데, 인간 장지후로서는 ‘이게 이렇게나 아픈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다. 많이 아팠다.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분들이 계시니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조심스럽다.”

수많은 연극 작품 가운데 ‘4명의 악인’이 등장하는 극으로 유명한 ‘EWHD’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첫 번째로 들어온 연극이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웃음) 찾아주시면 계속 연극에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연극의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다. 연습 시작 한 달 전 쯤에 ‘Q(큐)’라고 적힌 대본을 받았다. 읽어보니 아쉬운 부분도 많았고,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역할이 아니잖나. 작은 의견은 제안할 수 있지만 작품이나 대사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배우의 일이 아니다. ‘많이 변할 거고, 정말 진하고 탄탄한 서사를 갖춘 작품을 만들 거야’라고 말씀해주셔서 나도 그 작업에 참여하고 싶었다. 모든 작품이 흥행할 수는 없고, 단순히 흥행 여부가 작품성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소재가 있다는 걸 존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EWHD’는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극은 아니다. 사건 내용에 따라 폭력성이 짙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보기 어려운 공연이다. 장지후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많은 관객분들이 직장에서 일하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대학로에 오신다고 알고 있다. 그동안 내가 한 작품을 보면서 많이 울고, 웃고, 또 내려놓고 간다고 얘기 준 분들이 계셨다. 그걸로 힘을 얻고 버텼다. 지금 힘을 못 받는 얘기는 아니다.(웃음) 그런 극도 있으면, 이런 극도 있는 거잖나. ‘4명의 악인’ 이야기, 어쩌면 공연을 본 관객이 불쾌감만 얻고 나갈 수도 있는 연극이다. 치명적이고 위험하지만 ‘지극히 현실적 이야기를 어느 한 대학로의 공연장에서 꺼내 보려고 해’라고 말했을 때 공감하여 합류하게 됐다.”

PD라는 악인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 전, 장지후가 생각하는 악인의 정의를 묻자 “태초부터 악인이었던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도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인간은 본디 ‘착하다’는 아니지만, 하얗게 태어난 건 맞다. 악인은 ‘어떤 계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다. 만약 아기가 태어났는데 ‘쟤 하는 거 보니 악으로 태어났어’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웃기고 슬플 것 같지 않나. 아기를 보며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 것과 같다. 하얀 종이로 태어났는데, 누가 밟으면 발자국이 생기고, 뭘 썼다가 지우면 흔적이 남고, 커피를 흘리면 젖어서 누렇게 변하고. 물론 예쁜 화가를 만나 온통 꽃 그림으로 도배가 된다면 예쁘겠지만, 우리 삶이 그렇지는 못하니까. 환경과 어떤 계기의 영향을 받는 게 인간인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선과 악’을 고민해야 하는 작품을 계속 하고 있다.(웃음)”

악으로 표현되지만 PD에게는 연민이 느껴질 만한 이야기가 있다. ‘PD의 악’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악에 받치다’의 정확한 뜻이 뭐죠?”라며 갑자기 핸드폰을 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리거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모질게 마음을 먹다”라고 읽는다. “뜻을 정확하게 알고 써야 하기 때문”에 검색을 한 것이다.

“PD는 ‘악에 받친’ 사람이다. 나만의 설정인데, 내 생각 속에 PD는 저널리스트에 가깝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 나와서 기자 생활하게 된 케이스는 아니다.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할 수 있는, ‘정의’를 쫓았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PD의 전사가 무대에 노출되는 부분은 없다. 대사 한 마디도 없지만, 이런 설정이 필요했던 건 ‘얼마나 활시위를 당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정의를 쫓고 어두운 부분을 밝히려고 힘쓰는 사람. PD는 비리를 폭로하고, 정치인 뇌물 수수 등을 파헤쳐 조사하며, 세상의 이목을 끈 사건의 진정한 배후와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걸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만들던 PD가 지금의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통을 했을까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다. ‘4명의 악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탄생한 악인인가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PD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어떤 점을 가장 나타내고 싶었나.

“’선함’이다. 이 작품은 ‘악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PD는 드라마에서 장치적으로라도 한번은 흔들리게 된다. 그게 교도소장 딸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쯤이다. 내가 만든 판에 검사와 싱페이를 끌어들여 처단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교도소장과 검사를 설득하고 딜을 한다. 꿋꿋하게 냉정하게 목적을 향해 달려가다가 그 일로 멈추게 된다. 내가 지난날 겪은 일로 똑같이 괴로워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본능적으로 어쩌면 아들을 잃고 난 후 잊고 살았던 선한 감정이 폭력으로 나타나는 거다. 정말 때려죽이고 싶었을 거다. 내 모습 같으니까. 그 뒤로도 교도소장에게 10억을 제안 하면서도 흔들린다. 다른 배우들과 표현 방법, 분석, 캐릭터 설정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는 가장 나쁜 얘기를 하면서 가장 선함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은 되게 못되게 하는데, 보는 사람은 오묘한 감정이 들게끔. PD의 눈빛과 내면의 외침은 ‘왜 날 아프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장지후는 PD라는 역할에 “공감하지 못하면 연기를 못할 것 같다”도 말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묻고 답을 찾으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왜 굳이 힘들게 판을 짤까.’ 만약 정말 검사와 싱페이를 단죄하고 싶었다면, 쉽게 말해 복면 쓰고 처단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판을 짜고, 사람을 모으려고 애쓰고, 욕조 세팅도 한다. 왜 했어? 왜 그랬어? 왜 하필 여기였어? 여러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했다. 역할과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배우로서 공감했던 부분은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이유다. 애초에 다큐멘터리PD로서 프로그램을 제작해 세상을 바꿔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을 선택했을 거다. 다만, 방송국에서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 못한 건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테고, 아무리 친해도 내 사정을 설명하고 불법인 일에 끌어들여 책임을 함께 질 수 없어서다.

대지그룹의 범죄를 도운 검사와 사사로운 일을 처리해주던 싱페이. 검사의 민낯을 고발하고 싱페이를 통해 장기를 이식받은 많은 사람을 고발하기 위해 판을 짰다. 검사를 데려오려면 좋은 미끼가 필요한데, 그게 싱페이였다. 자세히 설명하면, 마약 때문에 좌천되어 검사직도 박탈당한 이지환이 싱페이의 장기매매 스페셜리스트 냄새를 맡으면 분명히 이 집으로 찾아올거라고 믿었다. 교도소장에게는 사실 미안하다. PD가 처단하려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싱페이를 데리고 오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딸 납치된 상황’을 겪고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냥 돈만 밝히고, 돈이 전부인 사람. 교도소장에게 액수를 제안하잖나. 너무 아픈 얘기인데, 마지막 10억도 줄 계획 없이 부르는 금액이다. 난 여기서 단죄 후 죽으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확신 없이 뱉는 거다. ‘너 돈 좋아하니까 줄게, 그런데 나는 이 판을 가야 해 미안’ 이런 느낌.”

PD가 모은 사람 중 싱페이는 처단의 대상이다. 교도소장은 악(惡)에 말려든 사람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검사는 어떤 목적으로 불러들였을까. 작품에서 이유가 밝혀지기는 하지만, PD가 검사를 보는 시선이 궁금했다.

“검사는 방송에 이용한 거다. 이목을 끌기에 싱페이로도 충분하지만, PD입장에서는 검사가 직접 신문하고, 직접 대지그룹에 관해 거론하는 걸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PD가 검사에게 건넨 콘티에도 대지그룹 질문이 많았는데 검사가 그렇게 진행을 안 한 것뿐이다. 검사가 “이렇게 밀고 당기면서 딜을 해야 애들도 찾고 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PD는 어이없어서 “애들? 야 애들 못 찾아. 다 죽었을걸. 왜 내가 준 콘티대로 진행을 안 해?”라고 물으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결국 꼬여버렸지만 PD의 원래 목적은 검사 입에서 대지그룹과 싱페이의 잘못을 언급하게 만드는 거였다. 물론 마약으로 추락했지만, 단기간에 부장검사 자리에 오른 유명세와 공신력을 가진 사람이기에 취조하기에 적절했다. 사실 어느 법조인이 이런 위험부담을 떠안고 불법적인 일을 하겠나. 이지환 검사는 가장 이용하기 좋은 사람이었다.”

방송이 뜻대로 안 돌아갈 때 PD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자꾸 사고가 일어나니까 시청자들은 광고밖에 못 보고, 나는 미칠 지경이다. ‘퓨리케어~’(웃음) 나는 시청률이 절정에 올랐을 때 검사 말이 담긴 녹음기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PD로서 느낀 건, 방송이 뜻대로 안 굴러가서 너무 속상한데 또 한편으로는 괜찮다는 거다. 방송에 충분히 자극적인 그림이 노출되고 중단되는 거니까. ‘국민적인 호기심을 사고 이슈가 되겠다’는 촉은 온다. (진짜 PD마인드다.) ‘시청률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지않나. 진짜 들린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 화면 송출이 중단되고, 광고가 나가게 설정되어 있을 만큼 대비를 했다는 거다. 진짜 목적이 궁금증 유발과 관심 확보라는 면에서 시청자가 광고를 오래 봐도 괜찮다. 광고 수익도 올라가잖나. 나에게는 여러모로 해될 게 없지만 시청자는 답답할 거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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