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 15:36 (금)
[e-Trip Review] 고서의 향기와 함께 문인이 되다, 셰익스피어&컴퍼니
[e-Trip Review] 고서의 향기와 함께 문인이 되다, 셰익스피어&컴퍼니
  • 황미례 기자
  • 승인 2019.08.07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적 배경, 파리의 관광 명소로 주목
파리 문학상(Paris Literary Prize)를 제정

[이뉴스데일리 = 파리] 황미례 기자=영화 <비포선셋>에서 중년이 된 남녀 주인공이 재회한 장소,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했던 파리의 관광 명소 '셰익스피어&컴퍼니'. 세느강을 사이에 두고 노틀담 대성당과 마주보는 세느강 옆 뷔셰리로 37번지에 오랜 시간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관광명소를 증명하듯 생미셸-노트르담(Saint-Michel Notre-Dame)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젊은이들이 서점 앞을 서성이고 있다. 

# 소설가를 지망했던 책방 주인, 조지 휘트먼

허름한 5층의 건물 그리고 1층과 2층에 자리매김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고서의 책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책방 한가운데로 들어가자 눈에 띈건 성경의 한 구절. "위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낯선 이들을 불친절하게 대하지 말라"는 성경구절이 적혀있다. 

이 구절의 뜻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주인인 조지 휘트먼. 그는 스스로 공산주의자, 휴머니스트, 몽사가를 자처했다. 사실 소설가도 지망했지만 휘트먼은 그 꿈을 이루지 못해 헌 책을 팔거나 빌려 주는 일, 문사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일에 힘을 썼다. 그리고 문사들을 위해 한 가지 큰 결심을 하는데, 1951년 세느강변에 영문책만을 취급하는 헌책방을 차려 수많은 문인들의 안식처를 만들었다. 

책방 한가운데 적혀 있는 성경구절을 증명하듯 문인들은 이곳에서 밥과 잠자리를 얻기도 했는데, 꼭 지켜야 할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하루 두 시간 정도 서점 일을 거들게 하는 것 외에 책 한 권을 읽는 것. 덕분에 문인들은 이 좁은 공간에서 책 향기를 맡으며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와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 등 위대한 작가들도 이곳에서 작가의 꿈을 꿨다고 전해지고 있다.

# 탄생 400주년, 새롭게 상호를 걸다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에 도착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간판. 여기서 '컴퍼니'란 동료 또는 동호인을 뜻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책방이 이름은 '셰익스피어&컴퍼니'가 아니었다. 맨 처음 상호명은 휘트먼이 좋아했던 칠레 시인 가브리엘과 미스트랄의 이름을 착안해 '르 미스트랄'이라고 했다 파리에 정착한 1919년부터 영문책 전문 책방을 운영했던 실비아 비치로부터 '셰익스피어&컴퍼니'란 상호를 물려 받게 됐다. 그는 1958년에 얻은 이 간판을 6년 동안 쓰지 않고 있다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이 되는 1964년에 상호를 본격적으로 달게 됐다.

# 아버지의 이념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하나 뿐인 외동딸 

서점 2층으로 올라가면 마치 어제 작가가 자고 간 듯한 쇼파, 천을 덮어씌운 의자, 문인들이 토론했을 법한 다락방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아직도 주인이 휘트먼이라 해도 믿을법했다. 휘트먼이 아끼고 사랑했던 '셰익스피어&컴퍼니'의 현재 주인은 누구일까.

거의 독신으로 산 것과 다름 없었던 휘트먼. 그는 뒤늦게 펠리시티 렝이라는 여인과 결혼했지만 단기간 살다 헤어졌고, 그 기간동안 1981년에 딸이 태어나자 이름을 실비아 비치로 지었다. 그가 이 이름을 선택한건 '셰익스피어&컴퍼니'를 물려준 고마움의 표시였다.

늘상 "세속적인 재산 대신 헌 양말 몇 짝과 러브레터 한 묶음만을 남기고 사라졌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던 휘트먼. 그의 말대로 영문책 헌책방은 유일한 외동딸인 실비아 비치에게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현재도 이 고서점은 실비아 비치가 운영 중이며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파리 문학상(Paris Literary Prize)를 제정하고 출판 경험이 없는 신진 작가와 지망생들의 작품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이념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처럼 실비아 비치도 문학 지망생등의 등단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