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섭의 secern] 강렬하지만 촘촘하지 못해 아쉬운 범죄 스릴러 ‘비스트’
[서태섭의 secern] 강렬하지만 촘촘하지 못해 아쉬운 범죄 스릴러 ‘비스트’
  • 서태섭 기자
  • 승인 2019.08.0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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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스트' 포스터
ⓒ 영화 '비스트' 포스터

 

[이뉴스데일리 서태섭 기자]

‘알라딘’은 분명 좋은 영화지만 이로 인해 극장가에서 조기 퇴출당한 한국 영화들도 여럿 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래원이 출연해 상당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알라딘’의 파워에 밀리며 관객 100만 명을 겨우 넘기며 극장가를 떠나 VOD 시장으로 갔다. 그나마 VOD 시장에서는 순항하고 있다. 반면 ‘비스트’는 참담하다. 극장에서는 고작 2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말 그대로 흥행 참패한 뒤 VOD 시장으로 갔지만 여기서도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하다.

이성민과 유재명. 연기력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명배우들의 조합이다. ‘비스트’에서 보여준 두 배우의 연기력은 트집을 잡을 곳이 거의 없을 만큼 완벽했다. 전혜진 역시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긴장감 넘치는 이정호 감독의 연출력도 좋았다. 물론 이 감독의 연출력을 두고는 상반된 평이 공존하는 게 사실이지만 필자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시나리오에 있다고 본다. 치밀하지 못한 서사와 구성을 가진 시나리오가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공허하게 만들었고 배우들의 명연기를 허탈하게 만들고 말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성민과 유재명의 대립을 바탕으로 한다. 정한수(이성민 분)와 한민태(유재명 분)는 강력 1팀장과 2팀장이다. 그런데 강력1팀과 강력2팀은 동료이자 라이벌인 결코 한 지붕 한 가족은 아닌 관계다. 적은 아니지만 때론 적보다 더 못한 관계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견된 토막 시신. 원래 한민태가 이끄는 강력2팀에서 수사 중인 여고생 실종사건은 그렇게 희대의 토막살인 사건이 된다. 정한수와 한민태는 모두 이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일 수 있음을 직감하지만 결코 서로 돕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나간다.

기본적으로 두 배우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정한수는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해결해서 나쁜 놈을 검거하는 형사다. 그 과정에서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지만 수사과장이 뒤를 봐주곤 한다. 그리고 주변에 따르는 이들이 많다. 반면 한민태는 정석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다. 그러다 보니 딱히 수사 과정에서 사고를 치는 등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성과가 한수에 다소 밀리는 데다 주위에 따르는 이들도 적다. 이제 수사과장의 서장 진급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한수와 한민태는 진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는 이가 수사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비스트’인 까닭은 모두가 야수 내지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변태적이며 흉악한 연쇄살인범은 물론이고 그를 쫓는 정한수와 한민태 역시 결국은 비스트가 돼 간다. 이런 설정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서사의 틀이다.

문제는 서사와 구성이 모두 치밀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토막 시신이 발견된 뒤 한민태의 2팀이 진행하던 수사에 정한수의 1팀이 가세하는데 정한수는 바로 범인을 검거한다. 보통의 영화라면 범인이 마지막에 잡히는 데 반해 이 영화는 거의 시작과 동시에 범인을 검거한다. 그렇지만 정한수가 체포한 범인은 범인이 아니었다. 자백까지 한 그가 범인이면 가장 안되는 사람, 바로 한민태가 그의 결백을 밝혀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사는 미궁에 빠지지만 결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정한수와 한민태는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비록 검거 과정에서 범인이 사망하지만 모든 증거가 발견된다. 게다가 이들의 예상처럼 범인이 오랜 기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러 온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 역시 밝혀진다. 전체 러닝차임의 절반도 채 안된 시점에 그렇게 범인이 드러나고 만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희대의 토막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게 전부가 아닌 영화일 수 있다.

이후 영화는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불거진 상황에 집중한다. 정한수는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이라면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지른다. 수사 과정에서 거듭 한수에게 밀리던 한민태는 현장에서 독단적인 행동을 벌인다. 한민태의 독단적인 판단은 결국 범인 검거로 이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3명이 사망한다. 당연히 한민태에게 원성이 집중된다. 사건은 해결됐지만 정한수는 사건을 해결한 영웅이, 한민태는 독단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동료 경찰들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 원흉이 된다. 그렇지만 한민태 역시 곧 그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정한수가 저지른 행위를 알게 된다. 그렇게 정한수와 한민태는 서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서사의 방향성은 좋았다. 정한수와 한민태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희대의 토막 연쇄 살인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서로 대립하며 진정한 범인에게 다가간다는 설정도 좋다. 비록 스포일러지만 앞서 검거 과정에서 사망한 용의자 역시 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대립하며 결국 범인에게 다가가고 진범은 영화 결말 부분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런 큰 틀은 좋지만 거기까지 다가가는 과정은 꼬여 버렸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치밀하지 못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정한수에게 들어가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구성과 서사가 치밀하지 못한 까닭에 영화는 장면과 장면은 몰입감이 크지만 앞과 뒤가 어우러지지 않는 터라 전체적인 몰입감은 오히려 크게 반감되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정한수와 한민태는 각각의 캐릭터는 좋지만 둘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다. 파트너를 이뤘던 두 형사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서로 으르렁 거리는 관계의 팀장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틀인 정한구와 한민태의 대립 역시 적절한 정당성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그런데 두 배우의 연기력은 너무 절정으로 치닫는다. 특히 정한수 역할의 이성민이 결정적인 증거를 조작하는 장면에서의 긴장감은 극으로 치닫는다. 이성민의 탁월한 연기는 관객들이 마치 한수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할 만큼 기가 막히다. 이성민과 유재명의 탁월한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마지막까지 잡아주는 힘이 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이 부분 역시 허탈하게 느껴진다. 마치 두 배우의 명연기가 허투루 낭비되는 느낌이랄까. 강렬함이 워낙 돋보이는 터라 조금만 더 촘촘했다면 정말 좋은 영화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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