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 15:36 (금)
[e-News Trip] 스위스 발레주 시리즈③ 알레치 빙하와 함께 하는 하이킹, 리더알프 Riederalp
[e-News Trip] 스위스 발레주 시리즈③ 알레치 빙하와 함께 하는 하이킹, 리더알프 Riederalp
  • 상훈 기자
  • 승인 2019.08.09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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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4천m급 봉우리 에워싼 절경
알레치 숲 속 하이킹 등 최고의 매료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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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 스위스] 상훈 여행전문기자=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일쑤다. 비행기 시간을 놓치거나, 예약이 자동으로 취소되거나, 물건을 분실 또는 도난 당하거나 하지만 그러한 일은 리더알프에서 겪었던 일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현지 주민들도 예상치 못했다는 엄청난 폭설이 내리던 날, 하필 나는 리더알프에 있었다. 순간이지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두꺼운 폭설 외투를 입은 모습만 봐야 했던 안타까운 순간. 여기에 1시간여를 허리까지 차오른 눈을 헤치며 마치 월남전 스키부대(?)와 같은 막강한 특수 훈련도 했는데……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여행이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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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 아닌 폭설로 날려 버린 알레치 빙하 하이킹

마테호른에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곳은 바로 해발 1,905m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빙하Aletsch Clacier’와 알레치 숲 끝자락에 위치한 리더알프Riederalp. 리더알프는 뫼렐Morel에서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는데 알프스의 4,000m 급 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는 급경사에 위치한 마을이라 계곡의 파노라마가 그야말로 절경이다. 로이커바트처럼 구름 위의 계곡에 집들이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되겠다. 원래 계획은 알레치 빙하를 하이킹 하는 것이었지만 정말 때아닌 가을에 이렇게 눈이 끝도 없이 오는 것은 현지 주민들도 10년 만이란다. 나도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맞아보기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 최대이자 최장의 빙하로 1천만 년 전에 생긴 빙하의 골짜기를 따라 펼쳐진 알레치 숲 하이킹을 통하면 정말 최고의 절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낙엽송과 소나무 숲이 끝도 없이 이어진 알레치 숲은 자연보호지구로 지정도 있어 알프스 저지대에 속하는 희귀 동식물의 생태계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 그러니까 리더알프는 알레치 숲으로의 하이킹이 압권이라는 말씀. 이런 이유로 휘발유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 있고 전기자동차가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정상적인 날씨였다면 실제 경험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묘사를 했을 텐데 날씨는 끝내 도와주지 않았다. 원래라면 거대한 시간의 역사를 직접 발로 밟으며 하이킹을 해야 했지만 폭설로 길이 모두 눈에 덮이고 말아 출입이 통제되고 말았다. 여행은 결국 이렇다.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알레치 숲으로 가기로 했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 눈이 멀 것 같은 알레치 숲의 하이킹

굵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아트 푸러Art furrer 호텔로 이동하는데 캐리어 조차 끌기 힘들 정도로 눈이 쌓여 애를 먹었다. 이 호텔은 아트 푸러라는 신사가 만든 호텔로 1959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헐리우드에서 묘기스키로 여러 영화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거부가 된 후 다시 스위스로 돌아와 활동하다가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리더알프에서 여러 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아트 푸러 호텔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네 채의 샬레를 연결해 만든 특급호텔이다. 2010년에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거쳐 미식 레스토랑과 스파를 오픈 하였다. 스파의 경우 3면이 투명 유리창으로 눈이 쌓인 리더알프의 풍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눈 때문에 잠시 일정을 중단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강행하기로 하고 알레치 하이킹을 위해 좌식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그러나 내리는 순간 눈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강풍까지 부는 상황이니 추위도 견디기 힘든 위험한 상황이다. 일단 가이드를 따라 올라가 보지만 도저히 정상적인 알레치 하이킹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그대로 좌식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상황인 만큼 결국 현지 가이드는 걸어서 내려가자는 제의를 했다. 눈에 덮인 알레치 하이킹을 잠깐 맛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두려웠지만 든든한 가이드를 믿기로 했다. 가이드가 앞장 서면서 길을 만들어 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현지 가이드에게는 무릎이지만 기자의 경우에는 허벅지까지 차는 눈밭을 헤치고 내려오는 길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온 세상이 하얗게 눈에 잠긴 알레치의 숲 절경 속으로 빠져들다 보니 두려웠던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 전염성이 강한 뛰어난 맛? 콜레라?

눈 밭에 쓰러지고 뒹굴기를 반복하면서 1시간여를 내려오니 마침내 ‘리더푸어카Riderfurka’ 산장이 나타났다. 이 산장은 알레치 숲의 문턱에 위치해 기막힌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눈 속을 헤치고 내려오느라 허기에 지친 나에게 최고의 음식을 선물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산장의 대표적인 음식인 ‘콜레라Cholera’. 이름만 듣고 보면 꺼려지지만 그 맛은 정말 기가 막히다. 파이의 종류인 콜레라는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던 1830년에 병이 전염될까 걱정하던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기가 힘들었던 당시에 집에서 요리해서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병에 전염될까 봐 음식 재료를 교역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주변에서 나는 재료만을 이용해 단순하게 조리를 해서 먹었던 파이 종류로 사과와 배, 감자, 베이컨, 양파, 라클렛 치즈를 넣고 만든 페스트리 음식이다.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 이뉴스데일리 상훈 여행전문기자 /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이제는 발레 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콜레라를 먹고 나니 힘이 난다. 산장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언덕 쪽에 웅장한 저택이 보인다. 눈길을 따라 다가가 보니 바로 ‘빌라 카셀Villa Cassel’이라는 알레치 자연보호 센터란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된 영국인 은행가 에른스트 카셀경이 1902년에 별장을 지었다고 하는데 하프팀버 양식의 외관과 내부 장식 등에서 100년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윈스터 처칠경도 방문해서 화제가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자연보호센터인 ‘프로 나투라Pro Natura’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프로 나투라는 알레치 빙하와 숲에 관련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손상되고 있는 빙하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빌라 카셀 주변에는 300종이 넘는 알프스 식물을 심어 놓은 정원이 있는데 눈에 잠겨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고 이번 여행이 안타까운 것만은 아니다. 눈에 잠긴 모습도 나름대로 절경이기 때문이다. 날이 좋은 날 왔을 때는 또 다른 절경을 볼 수 있으니 다시 찾아와야 할 이유만큼은 분명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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