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공연리뷰]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e공연리뷰]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8.2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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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마나롤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투리-캐롤-도미니코, 우정과 사랑으로 한발 성장하는 세 사람
온기 가득한 무대와 자극 없는 스토리로 완전한 힐링극 완성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대학로에서 탄생한 진짜 힐링극 '너를 위한 글자.' 온기 가득한 무대부터 보기만 해도 미소짓게 되는 캐릭터까지 러닝타임 동안 동화 속 세상에 있는 듯한 감각 선사.

'힐링극'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공연은 많지만 지난 7월 6일부터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 무대에 오른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제작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는 정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에서 펼쳐지는 투리와 캐롤의  사랑 이야기다.

배경이 된 마나롤라(Manarola)는 이탈리아 북부의 리구리아주 라스페치아라는 지방에 속한 작은 마을이다. 항구도시 절벽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풍경이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해적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마나롤라의 집들은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 있어 마치 동화 속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탈리아 화가 안토니오 디스코볼로(Antonio Discovolo)가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대는 마나롤라를 재현해놓은 듯한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바다를 표현한 푸른 배경은 답답한 공연장인 것을 잠시 잊게 할 만큼 포근한 느낌을 주고, 카페의 빨간색 지붕은 청량함을 선사한다. 그 옆에 자리한 투리와 캐롤의 집은 형체는 없으나 아늑한 보금자리임이 느껴져 공연을 보는 동안 편안함을 준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너를 위한 글자'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펠리그리노 투리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창작된 극이다. 타고난 천재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괴짜 발명가 투리와 갑자기 투리 앞에 나타난 작가지망생 캐롤리나,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을 쓰기 위해 고향에 다시 찾아온 베스트셀러 작가인 도미니코가 만나 그리는 이야기다.

자신의 발명 시간을 방해받는 것이 싫은 투리는 시끄럽게 구는 소꿉친구인 캐롤에게 조용히 해줄 것을 몇 번이고 당부한다. 그렇게 오고 가며 캐롤 집의 문이 고장 난 것도 알게 되고 종(bell)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투리는 시종일관 쿨하게 관심 없는 것처럼 굴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손을 건넨다.

어느 날 투리는 캐롤과 토미니코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두 사람이 ‘소설’이라는 공통 사로 자주 만나는 것이 신경 쓰인 투리는 혼자말을 하고 소음을 일으키며 그 시간을 방해한다. 한참 동안 자신의 마음을 몰랐던 투리는 캐롤이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하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다. '사랑,' 투리는 자신이 캐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도미니코에게 도움을 청한다.

캐롤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은 싫지만 발명협회 초대에 응해 떠나게 된 투리는 캐롤에게 눈이 보이지 않아도 칠 수 있는 타자기를 발명해 선물한다. 작가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느려도 차근차근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담은 발명품을 만들었다.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던 투리는 캐롤을 만나 행동하며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시력을 잃은 캐롤은 어둠의 세상에서 홀로 남겨질 뻔했지만 투리의 타자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찾았다. 상업적 소설을 써서 다른 이들에게 외면받았던 도미니코는 자신의 소설을 보고 웃어주는 캐롤을 통해 위로받고 작가로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서로의 관계와 그 안의 사랑을 통해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세상에서 한 발 전진하게 됐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강렬한 자극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거나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볼 수 있었던 다른 극들과 다르게 평화롭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캐롤이 겪는 고난과 아픔이 슬프게 다가오지만 이를 마주한 인물이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 상처로 남지는 않는다.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의 '너를 위한 글자'는 누군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막을 내리며 온기 가득한 여운을 준다.

'무해한 웃음'을 선사한다는 것이 '너를 위한 글자'의 강점이다. 투리의 캐릭터적 면모, 투리와 도미니코의 '도와줘' 외에 드라마는 크게 출렁이지 않는다. 평탄하게 흘러가는 작품에 코미디 요소로 강약을 부여하는 것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다. 투리 역 배우의 활약이 대단한데, 특히 말로 재미를 주는데 재능이 있는 배우 윤소호의 활약이 굉장하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멘트부터 상대 배우에게 던지는 말까지 엄청난 순발력으로 틈새를 공략한다. 무덤덤하게 조준한 그의 애드리브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작품의 즐거움을 한층 더 살린다.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내레이션으로 처리된 투리가 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도미니크가 상처를 받고 오게 된 계기, 캐롤이 다시 마나롤라로 온 까닭 등 작품에서 뚜렷하게 보여지지 않고 지나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사랑을 통해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인물들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 작품의 온기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힐링극'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에는 투리 역 강필석 정동화 정욱진 윤소호, 캐롤리나 역 이정화 강혜인 이봄소리 서혜원, 도미니코 역 에녹 정상윤 이용규 백승렬 임별이 출연한다. 오는 9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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