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블랙슈트' 양지원 "삶이 녹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터뷰②] '블랙슈트' 양지원 "삶이 녹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0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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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슈트' 배우들의 훈훈한 팀워크
하나의 작품에 몰두하여 만든 완성도 높은 연기
양지원의 목표, 따뜻한 사람이자 배우 되는 것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인터뷰를 마친 뒤 긴 오프 더 레코드가 이어졌다. 1시간으로 계획되어 있던 인터뷰를 꽉 찬 2시간으로 진행하며 공연, 앞으로의 계획 등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 법도 한데 양지원은 그날 무대에 올라 최고의 공연을 펼치고, 동료 배우들과 뒤풀이까지 즐기며 에너자이저의 면모를 보여줬다.

뮤지컬 ‘블랙슈트’ 김명훈 연출은 작품을 통해 ‘정의’와 ‘양심’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프레스콜에서 밝혔다. 극 중 차민혁의 정의가 법을 수호하는 검사로 발현되었다면 양심은 무엇일까.

“우선 마지막 장면에서 차민혁, 최광열, 김한수가 법원에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가족이 함께 법정에 설 수 없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검사인 차민혁, 피고인인 최광열이 함께 있을 수 없는 거다. 연습실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이 되기도 했는데, 연출님이 그 설정을 붕괴하면서까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분명 있다. 차민혁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형이 정말 불쌍하다. 똑같은 일을 겪었지만 생생하게 기억하는 형과 기억을 잃은 나. 그래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괴물’로 변한 형이 안타깝지만 민혁은 사형을 구형한다. 마음속에서는 사형이 아니라 형량을 살고 나와서 갱생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양심’에 따라 사형을 구형하게 된다.”

프레스콜 당시 양지원은 ‘닌자 거북이’를 추억을 상기 시켜 주는 매개체이자 작품의 매력 포인트의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닌자 거북이의 이름은 낯설게 느껴지고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나도 찾아봐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건 인물들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거다. ‘닌자 거북이’라는 매개체가 사용했는데, 나는 닌자 거북이 세대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공감대가 안 생겨서 찾아봤다. 민혁이는 도나텔로, 한수는 레오나르도 이렇게 서로를 부르는데, 닌자 거북이 이야기에서 도나텔로는 브레인, 레오나르도는 리더 역할이다. 캐릭터의 성격과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매칭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말 많이 보고, 닌자 거북이에 대해 공부해야 알 수 있다.(웃음)”

작품의 메시지와 극이 담은 이야기는 무겁지만 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막을 내린다. 웃고 춤추며 즐기는 커튼콜 때문인데 여운을 느끼기에는 아쉬울 수 있지만, 기분전환의 면에서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 호응이 좋은 편이다. 특히 양지원은 매 공연 다른 춤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공연이 무거우니까 커튼콜에서 재미있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최광열이 이종철 변호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학생 때 민혁이도 볼 수 있다. 모든 것이 다 끝난 후 학생의 차민혁 모습을 봤을 때 관객이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다.”

커튼콜의 분위기는 유난히 즐겁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사이가 돈독하기에 장난치며 웃는 모습에 어색함이 없다. 양지원에게 팀워크에 대해 자랑해달라고 말하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로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뮤지컬 ‘최후진술’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은 가족 같은 관계다. 이승현, 유성재, 박규원 형은 다들 애증의 관계다. (왜 애증인가?) ‘최후진술’ 초연 연습 때 정말 쉽지 않았다. 되게 힘들게 부딪히기도 하고 의견 충돌도 있었다. ‘친한 관계’라는 게 서로 여러 모습을 보고 그런 모습도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런 모습까지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승헌이랑 (최)민우도 자주 본다. 대학로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도 하고, 집이 가까워서 그쪽에서 보기도 한다. 연극 ‘비클래스’를 같이 한 (최)문석과 뮤지컬 '호프' 같이 한 (김)순택 형과도 친하다. 나는 술을 안 마시는데 술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가면 안주를 많이 먹는다.(웃음)”

양지원은 201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쇼보트’ 기준 6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 이전 활동까지 더하면 거의 10년 가까운 경력이다. 그 가운데 지난 3년간의 출연 작품을 살펴보면 ‘최후진술’ ‘천사에 관하여’ ‘미드나잇’ ‘호프’ ‘록키호러쇼’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소화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고 있을까.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다. 많은 경험이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본과 음악을 보고 듣는 건 기본이다. 감사하게 여러 역할 제안을 주시는데 전 작품과 다른 인물에 더 눈이 간다. (도전이 쉽지 않을텐데?) 물론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크게크게 바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힘든 만큼 성취감이 엄청나다. 또 아쉽지 않은 작품이 있을까 생각도 든다.”

프레디부터 브래드, 비지터 등 결이 다른 역할로 관객을 찾았던 양지원에게 진짜 성격은 어떤지 물었다. 

“’비클래스’ 이수현 역을 맡았을 때 욕을 하는데 처음에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다. 원래 욕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무대에서도 욕을 잘 못하는 거다. 근데 하니까 늘더라.(웃음) 조원석이 초연 때 내 무대를 봤는데 ‘동네 불량배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까 천의 얼굴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이 세상의 모든 인물로 살아볼 수 있잖나. 잘할 수 있는 역할만이 아니라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연기 안에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적인 세계관이 많이 투영되더라. 지금 와서 느끼는 건 내 안에 악한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악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내 안에 악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작품 배역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양지원은 “연기는 삶과 밀접해 있다”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철학을 드러냈다.

“모든 사람이 연기하며 살고 있다.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살고 있잖나. 상대에 따라 다른 태도와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연기라는 게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접근하다 보니 내 안에 진짜 어떤 모습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비지터 역을 할 때도 악마 역이라 ‘이걸 어떻게 하지?’ 고민했고, 오히려 맨 역할에 더 어울릴거라 생각했다. ‘타락천사’도 발렌티노보다 루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말을 들었다. 배역을 맡으면 해내야 하는데, 그 방법의 첫 번째가 자신을 돌아보고 그런 면을 끄집어내는 거였다. (자신을 투영하다 보면 실생활에도 역할의 영향이 미칠 것 같은데?) 맞다. 욕을 하는 작품을 하다 보니 사람이 까칠해졌다. 친구들이 ‘너 말하는 게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래드를 할 때는 웃음소리와 방법이 같아지기도 했다. 작품을 하나씩 하는 이유도 온전히 옷을 잘 입었다고 빠져나오고 다시 다른 옷을 입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하나씩 하는 과정이 필요한 배우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휴식의 시간은 중요하다. 가끔 맛보는 꿀 같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잔다”는 즉답이 돌아왔다. 즐기는 휴식보다 온전히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양지원의 휴식 방법이다.

“원래 쉴 때는 침대에 누워있거나, 책을 보거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얼마 전 처음 카페에 가서 책을 읽었는데, 왜 사람들이 시끄러운 공간에 가서 조용하게 책을 읽는지 매력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굉장히 사교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줄 아는데, 혼자서 사색 즐기는 걸 좋아한다.”

지금까지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한 양지원에게 다른 분야에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무대 외에 영화, 드라마도 도전해보고 싶다. 연기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궁금하다.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바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새롭고 재미있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올해 후반기 더 두드러진 활약을 보일 양지원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삶이 녹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이 많이 공감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배우,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자 배우이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정의’를 묻는 법정극, 이 설정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지만 어렵게도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양지원은 “직설적인 화법의 작품이다. 배우들이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 한 번쯤 삶에서 내 안의 ‘정의’를 생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람을 독려했다. 뮤지컬 ‘블랙슈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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