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가슴 속에서 자라난 '괴물'…'프랑켄슈타인' 작가 삶 모티브 모노음악극
[e-Stage] 가슴 속에서 자라난 '괴물'…'프랑켄슈타인' 작가 삶 모티브 모노음악극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0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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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창작 ing' 시리즈 리딩 쇼케이스 '괴물'
모노 음악극으로 탄생한 소설 '프랑켄슈타인' 작가 메리 셸리의 삶
현대 연극을 만난 전통 판소리, 극 전체 이끄는 소리꾼 김율희
ⓒ 정동극장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판소리, 우리의 소리라고 불리지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래된 전통'으로만 보이는 판소리에 대한 시각을 바꿔보면 가장 현대적인 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 명의 소리꾼이 굿과 같은 의식, 민요, 현대음악 등의 요소를 엮어 이끌어가는 모노 음악극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창작공연을 제작하는 (재)정동극장(극장장 김희철)이 '2019 창작ing 시리즈 리딩 쇼케이스' 작품으로 '괴물'(작 김채린, 작창 김율희, 작곡 류찬, 연출 전서연)을 선보인다. 

모노 음악극 '괴물'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작품이다. 장소도 시기도 알 수 없는 전기수의 이야기는 그저 메리라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시작된다. 메리의 엄마는 아이를 낳고 열하루 만에 죽고 아비가 홀로 딸을 훌륭한 여인으로 키워낸다. 하지만 메리는 첫사랑에 빠져 아버지를 저버리고 야반도주 한다. 사랑하는 남자는 유부남 시인. 그와의 사랑이 세상의 전부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시인 때문에 가슴 속에 분노와 질문이 쌓여간다. 자신의 사랑과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던 그녀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만나게 된다.

'괴물'은 단순히 소설을 각색하거나 메리 셸리의 삶을 극화한 것이 아니라 소설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 내었는가'가 작품의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자라난 괴물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인지에 관해 다루며 단순히 18세기 말 영국에서 태어난 메리 셸리가 아닌 20세기 메리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한 여성일 수도 있는 보편적인 인물로 메리를 나타내며 공감대를 높인다. 

작품에서 메리는 '굿'으로 괴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깨워 살려낸다. 이 장면은 우리의 현실과 실제에 맞닿아 있다. 또 단순히 죽은 이를 불러내거나, 저승으로 보내는 전통적 의식의 굿을 차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대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쌓고 표출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으로서의 극적 의식으로 표현된다.

판소리는 독특한 연극적 특징을 가진 장르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펼쳤던 ‘낯설게 하기’ 기법은 연극이 가진 환영과 가상의 믿음을 깨고 그것이 현실이 아님을 관객이 깨닫게 하여 극을 극으로, 그리고 다시 현실을 현실로 바라보게 한다. 판소리는 태생적으로 그 안에 이러한 성격이 담겨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통 판소리의 특성과 현대 연극의 다양한 형식적 시도를 교묘하게 이야기 속으로 녹여낸다. 

소리꾼 김율희가 70분간 쉴 틈 없이 혼자 '괴물' 전체를 이끌어나간다. 그간 판소리와 민요뿐만 아니라 레게, 일렉트로닉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그는 젊은 소리꾼으로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전통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음악을 선사, 관객에게 독특한 매력의 전통 음악을 경험하게 한다.

현대 사회 우리는 전통의 끈이 끊어진 듯하면서도 여전히 전통이라는 배경에 서 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현대와 과거, 서양과 동양은 무경계의 영역 안에서 공존한다. 익숙한 듯 낯선 전통 판소리와 현대 연극의 다양한 형식적 시도가 만나 우리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은 정동극장이 지난 2017년 첫선을 보인 ‘창작ing’ 시리즈다. 가능성 있고 도전적인 창작진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극장의 제작 지원 사업인 '창작 ing'는 우리 전통 예술의 소재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 무대다. 그동안 판소리와 뮤지컬이 결합된 '적벽', 뮤지컬 '판'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되 틀에 구애받지 않는 다채로운 공연을 만들어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의 작품을 선사하며 한국적 소재로 즐거움을 준다.

2019 정동극장 창작ing 리딩 쇼케이스 '괴물'은 오는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정동극장 내 정동마루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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