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 "배역 변화, 젠더프리 아닌 구성적 짜임"
[e-Stage+]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 "배역 변화, 젠더프리 아닌 구성적 짜임"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05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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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이 말한 작품의 특징
배역에서 이어지는 내레이션이 특징, 이를 위한 섬세한 번역 작업
배우들의 배역 변화는 젠더프리 아닌 구성적 짜임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2014년 9월 영국에서 초연된 작품이 한국 창작진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지난 8월 27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는 연극 ‘오만과 편견’이 공연 중이다. 영국 중상류층 여성의 삶과 서로 다른 계급의 청춘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정밀한 인물 묘사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가장 잘 쓰여진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소설 출판 20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2014년 9월 영국의 솔즈베리 극장에서 초연된 연극 버전의 ‘오만과 편견’은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조안나 틴시(Joannah Tincey)의 각색으로 청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유쾌한 2인극으로 탄생했다. 여기에 빠르고 활기찬 연출로 유명한 애비게일 앤더슨(Abigail Anderson)이 연출을 맡아 ‘유쾌하고 창의적이며, 원작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에 프리뷰 무대로 관객을 만난 국내 초연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연출 애비게일 앤더슨과 박소영 연출의 협업으로 한국 프로덕션만의 새로운 색을 보여줬다. 박소영 연출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키다리 아저씨’,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음악극 ‘태일’ 등 관객의 감성을 두드리는 서정적인 연출로 호평받아 왔다.

연극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
연극 '오만과 편견' 박소영 연출

9월 5일 진행된 ‘오만과 편견’ 프레스콜에 참석한 박소영 연출은 “영국에 가서 연출, 배우들과 워크숍을 하고 왔다”고 밝히며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공연장을 입장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파편적으로 조각난 무대의 배경이다. 박 연출은 무대에 대해 “라이선스 작품이라 큰 변화를 줄 수 없었다. 무대도 동일하게 가져왔다. 처음에 영국 연출과 이야기했을 때 ‘정말 필요한 부분만 미니멀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말을 하더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대본 자체가 길기 때문에 순수하게 배우들에게 집중되는 연극이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2인극으로 두 배우가 수많은 인물을 표현해야 하므로 무대가 꽉 차 있으면 배우들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부분으로만 채워지길 바랬고, 최소한의 소품과 필요한 부분들로 연극이 진행되길 원했다. 무대보다 배우들이 바뀌는 순간의 호흡, 집중되는 무대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면서 비정형화된 무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국 라이선스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면서 더 각색한 점에 대해 박소영 연출은 섬세하게 진행된 ‘번역 작업’을 꼽았다. 그는 “1차 번역 작업을 끝내고 2주가량 배우들과 독서실에서처럼 같이 공부하는 작업을 거쳤다. 배우들이 말을 할 때 입에 맞을 수 있도록, 그리고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의 시간을 거쳤다. 내레이션과 장면이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역으로서 내레이션을 뱉게 되어있다.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잘 담을 수 있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프로덕션에서 추가된 부분에 대해 “한국 프로덕션에 맞게 집중할 수 있는 부분, 조명과 음악에 힘을 줬다. 영국의 조명은 조금 라이트해서 집중력이 옅다. 음악도 리지가 혼자 다아시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을 때나 마차를 탈 때 등 리지의 상태가 들어갈 수 있는 음악을 추가해서 작곡했다”고 전했다.

장면과 내레이션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더 세심한 작업이 필요했던 만큼 작품에서 내레이션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 연출은 “영국 워크숍을 하며 느낀 점은 원작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다. 그들은 이 작품을 하면서 최대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올린다는 것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책에 가까운 형태이자 방대한 작품을 하기 위한 연극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내레이션이 배우가 아닌 배역으로서 뱉는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최대한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부분도, 내레이션을 하며 장면이 연결되도록 감정을 담아 속마음을 공유하듯이 진행되게 하라는 것이다.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면서 진행했다”면서 연습 당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을 밝혔다.

두 배우가 21개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성별 또한 계속해서 바뀐다. 이와 같은 설정이 젠더프리 개념을 지니고 있는지 묻는 말에 박소영 연출은 “단지 구성적인 면에서 그렇게 짜여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두 명의 배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젠더프리’ 자체를 목표로 둔 것이 아니라 리지랑 다아시 기준으로 라인을 쭉 가지고 간다. 그 인물이 만나는 사람들을 장면으로 구성해서 빙리는 언니, 리지 만나는 장면이 많다. 그렇게 순서가 되면 제인을 남자가 하게 된다.  2인극이라는 구성적인 면에서 그렇게 짜여졌다”고 설명했다.

성별과 연령대를 넘나들며 두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변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고전 작품을 유쾌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한 이 구성은 작품에 빠져드는 계기가 된다. 빠른 속도로 극이 진행되는 만큼 관객의 몰입도도 높아지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오만과 편견’에는 배우 김지현, 정운선, 이동하, 윤나무, 이형훈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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