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오펀스' 김태형 연출 "젠더프리 캐스팅…내 영향력, 언제 또 쓰겠나"
[e-Stage+] '오펀스' 김태형 연출 "젠더프리 캐스팅…내 영향력, 언제 또 쓰겠나"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07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실함 더해져 돌아온 연극 '오펀스'
김태형 연출이 전한 재연과 젠더프리 캐스팅 이야기
배우들에게도 뜻깊은 작품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연극 ‘오펀스’가 초연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관객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작품인 만큼 섬세하게 수정 및 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또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8월 2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1관에서는 연극 ‘오펀스’(Orpahns)가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극작가이자 배우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펼치는 라일 케슬러(Lyle Kessler)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9월 초연됐다. 개막과 동시에 뜨거운 관심과 호평을 받으며 전 회 기립박수가 쏟아진 ‘오펀스’는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선사하며 같은 해 스테이지톡 Audience Choice Awards  ‘최고의 연극’ 초연 부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오펀스’는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온 고아형제 형 트릿과 동생 필립이 어느 날 나타난 50대 중년의 시카고 갱 해롤드를 우연히 납치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해롤드는 중년의 부 갱스터이자 고아 출신으로 트릿에게 납치되는 인물이다. 해롤드를 납치하는 트릿은 폭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엄마가 죽고 무책임한 아버지와 유년기를 보냈으며 동생 필립을 돌봤다. 트릿의 동생 필립은 늘 형의 눈치를 보며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작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세 인물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외로움을 채워주며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엘에이타임즈(LA Times)지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극적이다”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초연 이후 2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젠더프리 캐스팅이다. 이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무대에서 인간이 전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이야기라면 그 화자가 남자인가 여자인가는 중요치 않다. ‘오펀스’는 위로와 격려가 전해지며 각자의 벽을 허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것이 여성의 입을 통해 전해질 때는 또 다른 강력한 힘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연극 '오펀스' 김태형 연출

9월 6일 열린 ‘오펀스’ 프레스콜에서 김 연출은 재연 무대에 관해 더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 2017년 초연 당시 관객에게 ‘위로 또는 격려를 얻어갈 수 있는 극’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연습하며 (박)지일 선배님, (김)바다 배우를 보며 어떤 순간에 '이 공연이 개인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공연이구나'라는 기분을 느꼈다”면서 재연 무대를 준비하며 느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재연으로 돌아오며 바뀐 점에 대해 “대사 추가, 장면 구체화 등 더 격려가 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격려가 쉽게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격려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격려해 준 경험도 없었던 것 같다. 극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이 끝까지 가면서 서로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솔직한 모습을 찾는 것이 펼쳐지는데,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사회보호망이 무너져가는 이 사회에서 관객에게 격려해주는 느낌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에너지를 이어가려고 애썼고, 대상이 선명해졌다. 기본적으로 무대 미장센과 그림이 정리되어 있어서 배우들 연기에 집중해서 재연 작업을 했다. 초연에 사용된 단어나 장면을 검토해서 혐오적이거나 차별적인 걸 덜어내려고 애썼다. 장면 수정도 했다. 그런 부분이 재연의 바뀐 점이다. 빨리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고 깊게 들어갈 수 있어서 무대에서 더 진실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9 ‘오펀스’의 가장 특별한 점은 젠더프리 캐스팅이다. 프리뷰 공연에서 선보인 여성 배우 버전의 해롤드, 트릿, 필립은 관객에게도 색다른 감각과 경험을 선사했다. 캐스팅 공개 단계부터 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던 김태형 연출은 “여성 배우들과 꼭 하고 싶었다고 주장을 했고 컴퍼니에서 받아줬다. 어렵사리 진행이 됐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격려할 때, 여성의 목소리로 격려받는다면 직접적으로 더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았다. 또 꼭 남자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남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세 팀을 한다고 했을 때, 남자 9인이 무대를 차지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재능과 능력, 거기에 기회만 있다면 훌륭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우리 세 배우(정경순, 최유하, 최수진)와 함께 되었다. 대학로에서 몇 작품 연출을 하면서 ‘빡빡 우기면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언제 내가 이 힘을 또 쓰겠나, 이럴 때 써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 페어 크로스에 대해서는 “남녀 섞는 건 이번 시즌에는 없을 것 같다.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고 전했다.

‘오펀스’는 관객뿐 아니라 무대에 서는 배우에게도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공연 관람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은 관객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표현하는 감사함에 배우들은 감명을 받는다. 초연부터 참여한 해롤드 역 박지일은 “’오펀스’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대학로에 일어난 하나의 현상’이라고도 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관객의 뜨거운 호응과 눈물은 스토리를 보고 흘리는 눈물이라기보다 감정의 이입이라고 본다. 힘들게 살아온 젊은이들, 누군가 어른이 자기를 격려해주고 격려받는 인물과 감정이입을 나눈다. 이 현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배우들을 만나고 가슴 깊이 간직해준다. 2년 전 초연 때 이런 작품이라는 걸 느꼈고 보람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의미를 많이 닮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영향과 이를 통해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말했다.

필립 역 김바다도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부모님이 이제 제가 공연하는 걸 잘 안 보러 오신다. 그런데 ‘오펀스’는 꼭 다시 보러 오라고 말한 작품이다. 배우 동료 말고 그냥 친한 친구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어서 먼저 연락하기도 했다. 성별, 연령을 떠나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작품을 관람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공연을 하면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나?’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오펀스’를 표현한 트릿 역 최유하는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밖에서 (최)수진이랑 말도 안 되게 꺄르르 웃는다. (정)경순 선배가 ‘너희는 왜 매회 웃니?’ 물으시는데 그냥 웃게 된다. 그런 에너지를 전달해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이슈와 생각의 변화로 배우로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나’ 생각하던 시기에 ‘오펀스’를 만났다. 내가 어디 있는지 알게 해준 '지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내가 어디에 있고, 살아야 하는지 격려를 받았다. 그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면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관해 설명했다.

필립 역 최수진은 “이 무대가 정말 기다려졌었다. 작품에서 제가 맡은 역할과 이야기, 주제 등을 통해 관객분들이 또 일주일을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제 본 공연 덕분에 오늘 힘이 나고 기분이 좋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제가 배우를 하는 목표이자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오펀스’는 공연을 마친 후 기분이 정말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굉장히 선물 같은 작품이다. 어떤 이야기길래 배우가 행복해하나 궁금해하면서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는 말로 관람을 독려했다.

트릿 역 박정복은 “좋은 작품을 재미있게 잘 연습해서 본 공연에 돌입했다.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고, 같은 역의 김도빈은 “가을입니다. 가을이면 외롭습니다. ‘오펀스’를 보며 위로받고 격려받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팀의 막내이자 필립을 연기하는 현석준은 “2년 전에 초연을 봤다. 정말 하고 싶었고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 하게 되어 행복하다. 책임감 갖고 20대 패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면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하여 깊은 아픔과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을 통해 관객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전해줄 연극 ‘오펀스’에는 박지일, 정경순, 김뢰하, 김도빈, 최유하, 박정복, 최수진, 김바다, 현석준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