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알앤제이' 손유동 "친구들에게…같이 꿈꿔서 행복했다"
[인터뷰②] '알앤제이' 손유동 "친구들에게…같이 꿈꿔서 행복했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11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붉은 천 마스터' 손유동, 포스터 촬영 뒷이야기
'알앤제이'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이 여운 남는 작품
삼연 출연은 "불러주신다면"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손유동은 연극 '알앤제이(R&J)' 출연과 차기작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인터뷰도 연습시간을 쪼개 만든 자리다. 이례적으로 식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살 빠지는 모습을 보인 그가 건강하게 계속 무대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짜여진 구성이 확고한 ‘알앤제이’는 무대 위 배우들의 합이 중요하다. 어긋나는 순간 ‘큰일’이 된다. 하지만 그 안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다들 장난기가 많은데, 다른 행동이 금지된 작품이다 보니 그 안에서 조금만 바뀌어도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사소한 해프닝이 있기는 했다. 학생1과 레슬링 할 때, 왼손-오른손-덮치면 아래로 가는 행동의 짜임이 있다. 근데 내가 왼손을 내밀었는데 상대가 같은 손을 내밀어서 한번 합이 어그러졌다. 2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형이 왼손을 내밀었는데, 다음에는 오른손을 내밀 것인가. 그럼 나는 어느 손을 내밀어야 하나’를 생각했다. (결국 어떻게 됐나?) 형이 왼손을 두 번 내밀면서 제대로 이어졌다.

또 한번은 영석이가 저한테 활을 쏴야 하는데 갑자기 틀더니 학생4한테 쏜 적이 있다. 금지된 행동인데 그 정도는 재연이고, 텍스트가 아니니까 용인될 수 있었다. 형식과 약속이 많은 공연이라 사소한 것에도 순간 생각이 많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제일 당황스러웠던 에피소드는 학생1을 때려야 하는 장면에서 합이 안 맞아서 헛스윙을 두 번 정도 했던 것이다. 소리가 ‘팍’하고 나야 하는데 헛스윙으로 끝에만 ‘틱’ 맞은 경우에도 아파하는 행동을 해야 하니까 혹시나 웃기게 보일 수도 있잖나. 그런 경우가 당황스럽다.”

이 작품의 상징이라 말할 수 있는 붉은 천은 등장 인물만큼 중요한 요소다. 의상, 날카로운 칼, 침실, 단도, 독약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소품이지만 다루기는 쉽지가 않다.

“천 쓰기가 쉽지 않다. 길고 크니까, 가로세로 찾는 게 어렵다. 1막 마지막 부분에서 머큐쇼로 넘어갈 때 천을 쓰는데, 초연부터 함께한 (송)광일이가 줄 때는 믿고 뿌린다. 지금은 아니고 초반에 (오)정택이 형이 딱 뿌려서 잡고 칼싸움을 하려고 했는데, 가로가 아닌 세로였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그러면 다시 펼쳐서 잡아야 한다.

초연 때 같은 장면에서 천둥번개가 치며 천을 뿌렸는데 끝이 공처럼 엉켜있었다. 무거워서 암전 중에 객석 쪽으로 놓쳤다. 재빠르게 무대 밑으로 내려가서 펼치듯이 무대로 던지면서 누워 버렸다. 무대 위로 올라오면서 ‘머큐쇼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지?’ 생각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천이 계속 뭉쳐있으면 뒤 장면에서도 힘드니까 천을 피면서 누워버렸다. 발만 걸친 상태로 누워서 웃었다. 재연에서는 초연 때 실수가 있었으니까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제작, 컴퍼니 측에서도 노력했다.”

다루기 어렵지만 손유동은 ‘붉은 천의 장인’이라고 불릴 만큼 활용을 잘한다. “천에 주눅 들지 않는다. 방어적으로 대하는 순간 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긴다. 더 과감하게 해야 천에 안 치인다”고 말한 그는 작품 포스터에서도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해 레전드급 사진을 남겼다.

“천을 던져놓고 이렇게 (보여줌) 발끝으로 섰다. ‘좋다’고 해서 9번인가 더 찍었는데 공개된 건 첫 컷이다. 처음 찍은 사진에 한쪽 팔이 안 보여서 그거 신경 쓰고, 다음에는 천, 시선 등 이런 것들을 신경 쓰다 보니 다 첫 컷보다 못하게 나오더라. (손유동, 기세중 두 배우가 예술을 남겼지 않나?) 기세중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세중은 의자 놓고 찍은 뒤 지운 거고, 나는 리얼이다. 포스터를 촬영할 때 ‘역동적’이라는 콘셉트가 있었다. 준비된 레퍼런스를 보면서 하나씩 비슷한 느낌으로 따라가 보다가 나온 그림이다. 쑥스럽지만 나도 만족스러운 샷이다.(웃음)”

ⓒ 쇼노트

‘알앤제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금기된 행동’이다. 그에게 금기, 혹은 금지된 행동을 해 본적이 있느냐고 묻자 오래 생각하다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소한 자신의 루틴을 밝혔다.

“내가 겁이 많은 편이라 금기된 행동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공연 전에 고춧가루를 피하려고 한다. 공연할 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 최대한 미리 먹는다. 일이 생겨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거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먹는 건 좋지만 몸이 안 좋아한다. 힘들어져서 피하려 하는 편이다.”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알앤제이.’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는 이 작품을 직접 연기하는 배우의 기분은 어떨까.

“관객과 같은 느낌이다. 이해랑 극장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여운이 남는다. 이해랑의 분위기가 오묘하잖나. 공연장을 벗어나면 벌레가 울고, 나무도 많고, 풀숲도 있다. 땀을 흘린 뒤 습한 상태에서 나왔는데 밖의 공기에도 습기가 많으면 그 기분이 지속된다. 극장과 작품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잠시 여담으로 공연장 귀신 이야기가 이어지자, 손유동은 “나는 귀신보다 높은 곳과 벌레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알앤제이’ 무대 구조상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학생3이니까 할 수 있다. 나는 못 한다”고 답해 절로 박수를 치게 했다.

“고소공포증 있어서 높은 곳에 못 올라간다. 무대 위에서는 학생3이니까 할 수 있다. 신기하게 무대 위에서는 순간 겁이 없어진다. 예전에 원종환 형과 뮤지컬 ‘풍월주’ 끝나고 통영에 놀러 갔었는데 투명 바닥으로 된 전망대가 있었다. 옆에 안전바를 잡고 가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못 가겠더라. 주변에 모르는 분들도 함께 웃음바다가 됐다. 사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갈 때부터 밖을 못 봤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점점 올라가니까 무서워서 ‘형, 나 안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알앤제이’는 오는 9월 29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하나 밖에 없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꿈을 꿔서 행복했다.”

재연 기간이 아직 남았지만, 삼연이 올라오면 다시 합류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잖나. 삼연 때도 불러주셔야 할 수 있다. 일단 형들이 투입됨으로써 몇 년 간은 나이 때문에 제한되는 상황은 면했다.(웃음) 당분간은 나이 때문에 참여 못 할 일은 없어졌다. 건강이 허락하고 작품과 인연이 또 닿는다면 하고 싶다.”

손유동은 잘 스며드는 배우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한다. 어떤 작품을 선택해왔고,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작품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엄청하고 싶은 작품도 있었다. 조금 지나다 보니 ‘작품 만나는 것도 인연이구나’ 생각한다. 회사나 내가 원해도 인연이 없으면 안 되더라. 그게 딱 있는 것 같다. 선택하기도 하지만 인연으로 되는 것 같다. 가능한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낯선 걸 마주하면 힘든 것도 있지만 해냈을 때 성취감이 있다. 또 캐릭터를 생각할 때, 내가 대본을 보고 생각한 친구와 간격을 좁혀가며 만나는 일을 하며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 좋은 작품 많아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손유동은 오는 9월 20일부터 뮤지컬 ‘머더러’에도 출연한다.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작품인 만큼 짧은 소개를 요청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배경이다. 종전되면서 가스실에 갇히게 되는데, 어른 역할이 와서 구해주겠다면서 음식을 던지고 간 뒤 생기는 일이다. 내가 맡은 역은 앨런이다. 약한 친구를 돕고, 정의로움 때문에 충돌하는 역할이다. 더 많은 이야기는 TOM(티오엠) 2관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웃음)”

벌써 올해 후반기도 반이나 지나 연말을 계획을 물으니 “추위와 건조함과 싸울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추위를 잘 맞이할 계획이다. 건강하게 질병에 유의하는 것이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아픈 건 무서운 일이다. 겨울은 건조 하잖나. 슬슬 가습기도 구입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연말에는 작품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손유동이 말하는 연극 ‘알앤제이’의 매력, 그리고 꼭 봐야 하는 이유.

“셰익스피어 대사의 아름다움과 표현 방식을 느낄 수 있다. 여러 무대를 통해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한여름밤의 꿈’을 느낄 수 있다.”

연극 ‘알앤제이’에는 손유동과 함께 박정복, 기세중, 지일주, 강영석, 강찬, 홍승안, 강기둥, 송광일, 오정택이 출연한다. 오는 9월 29일까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