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스카팽' 임도완 연출 "동시대 언어, 치밀한 웃음코드 녹여 각색"
[e-Stage+] '스카팽' 임도완 연출 "동시대 언어, 치밀한 웃음코드 녹여 각색"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09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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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 '스카팽의 간계' 원작 연극 '스카팽'
프랑스 코미디가 한국 관객에게 통한 이유, 섬세한 각색
동시대적 언어와 치밀한 웃음코드 설정으로 공감대와 완성도 높여
ⓒ 국립극단
ⓒ 국립극단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프랑스식 코미디가 우리나라에서도 통할까? 국립극단이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지난 9월 4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연극 '스카팽'이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천재 극작가 몰리에르(Molière)의 명작 '스카팽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을 원작으로 한다.

몰리에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카팽의 간계'는 이탈리아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하인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하인 ‘스카팽’과 어리숙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지배계층의 탐욕과 편견을 조롱한다. 

코메디아 델라르테는 16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가벼운 희극이다. 전문성, 즉흥성, 그리고 대중성이 주요한 특징이며 프랑스를 포함한 인근 유럽 국가들의 연극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존의 캐릭터를 토대로 배우의 즉흥적인 재간에 의존하는 이 장르는 익숙하지 않은 가면을 사용하기도 하고, 노래나 춤 등의 요소가 중시된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전형성을 지니고 있어 통상적으로는 다소 정해진 가면과 의상을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장르의 작품이기에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모아졌던 바. 임도완 연출은 작품 공개를 앞두고 “프랑스 코미디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을 깰 작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저 관객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임 연출의 바람은 이뤄졌다. 즐겁게 만든 작품은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는 9월 8일 공연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많은 질문과 더불어 '좋은 작품 잘 봤다'는 후기로 입증됐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임도완 연출과 함께 스카팽 역 이중현, 몰리에르 역 성원, 실베스트로 역 박경주가 참석했다. 

연극 '스카팽' 임도완 연출 ⓒ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 임도완 연출 ⓒ 국립극단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보니 임도완 연출에게 쏟아지는 질문이 많았다. 그 가운데 몰리에르의 원작을 각색하고 재해석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임 연출은 "17세기 작품이라 현재 동시대의 언어를 갖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는 많이 변한다. 웃음의 포인트도 많이 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SNS를 통해 고급스러운 혹은 아닌 콘텐츠를 동시에 본다. 무대에서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시도를 했다. 나이가 들면 감각이 떨어지는데, 예술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동시대를 사는 젊은 배우들의 생각을 넣으려고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부분이기도 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코미디를 한국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임도완 연출은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웃음코드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코미디 작품이 내한했을 때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에서 공부했는데, 웃는 걸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이 텍스트가 되었을 때 받아들이는 게 달라진다. 훌륭한 번역과 무대 언어는 다르다. 17세기 이야기에 동시대성 녹여 각색하려고 노력했다. '프랑스 코미디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말은 그런 요인에 기인한다. '웃음 코드'를 어떻게 동시대적으로 풀어내어 해학, 풍자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다. 있는 그대로 올리면 할 수 없다. '스카팽의 간계' 책을 읽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시대의 언어'에 맞게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코미디'는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 필요한 장르다. 웃음을 주기 위해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혐오 발언이 되는 말이나 행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 장르를 연출하면서 신경을 기울인 부분에 대해 임 연출은 "희·비극 어떤 장르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자신의 기준을 밝혔다. 이어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 전혀 다른 사람도 있고, 웃음 포인트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건 어렵다. 웃음은 핑퐁 같아서, 한 사람이 웃으면 마음이 놓이면서 어느 순간이 되면 다 같이 웃게 된다. 웃음은 퍼져나간다. 그런걸 고려해서 웃음코드를 만드는 거지 '하나를 던지면 다 터지겠다'는 아니다. 맨 처음 연극을 열 때 구성이 중요하다. 특히 희극이 그렇다. '긴장되어 있는 관객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서, 어떤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할까'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무대에 올리면서 더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 국립극단
ⓒ 국립극단

배우들은 '옛 희곡 속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 어떤 부분을 준비하고 고민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이중현(스카팽 역)은 "'고전'이라고 생각하고 대한 적이 없었다. 연출의 말처럼 동시대에서 비슷한 인물 유형을 찾으려고 했다. 고전에서 가져온 코메디아 델라르테 양식을 소스로 가져왔지만 베이스로 활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성원(몰리에르 역)은 "'스카팽의 간계'라는 작품에 없는 인물이라 외로웠다"고 입을 열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혼자 떨어져서 무대 위에서 독백을 하고, 혼자 뒤에서 생각만 했다. 함께 섞이고 싶었는데 너무 외로웠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비극이라면 더 그랬을 텐데 희극이라 조금 유쾌하게 풀려고 노력을 했다. 연출의 말처럼 젊은 우리들의 생각과 가치를 넣으려고 해서 대사도 많이 현대적으로 풀어본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를수록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같이 호흡하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면서 시대적 배경보다 현재와 맞닿게 만드는데 공들였음을 드러냈다.

박경주(실베스트르 역)는 "고전을 다룰 때는 현재 동시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연출이 준 각색 대본을 받았을 때 빵 터졌다. 리딩을 하면서 '이런 재미를 관객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물을 만들면서 '이 캐릭터가 현재 시대의 어떤 계층을 대변하는가'부터 여러 관계 등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했다. 유쾌하고 거부감 없이 만들려고 했다"고 인물을 구축하며 주력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스카팽'은 현재 한국 사회를 비춘다. 태풍 '링링'과 '유니클로' 등 시의성을 정조준한 키워드를 활용한 애드리브가 객석의 공감도를 높인다. 이중현은 이에 대해 "애드리브를 막 하는 건 아니다. 나름 사회성이 있는 말을 연구하고 시도한다. 매번 다르다. 어제는 '유벤투스'를 했다. '유벤투스. 아니라고? 호우~' 까지 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옆에서 이들이 대화를 지켜보던 임도완 연출은 "제가 쓴 대사가 아니다"라고 설명해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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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얼굴에 하얀 분칠을 했다. 임 연출은 "인물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하얗게 칠하고 분장했다. 몰리에르는 무대 위에 공연하지 않고 해설이라 분리하려고 평범한 분장을 했다"면서 이유를 전했다.

'스카팽' 무대는 무대 위에 또 하나의 무대가 있는 형식이다. 무대 옆에는 의자들이 놓여있어 배우 퇴장 없이 대기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이 구성에 대해 임 연출은 "무대 위에서 대기하는 건 극 속에 나가고 들어가는 유연함을 가리지 말고 보여주자는 의도다. 등·퇴장이 오래 걸리면 안되는 이유도 있다. 옆에서 반응하는 걸 관객이 같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무대에서 내려와 배우들끼리 서로 잘했다고 다독이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나. 필요에 의해 옆에서 음향효과를 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악사'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음악은 물론, 효과음을 넣어 작품에 생기와 재미를 불어넣는다. 임도완 연출은 "특별한 건 없다"고 말하며 "연기자가 포인트를 하는 지점에 악기 소리 들어가면 몰입도 되고 의문도 생겨서 그렇게 했다"면서 악사 존재에 관해 이야기했다.

'스카팽' 공연을 위해 연출과 배우들은 워크숍을 진행했다. 임 연출은 "몰리에르가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프랑스로 넘어오면서 격상했다. 고급스럽게 보이게 됐다. 몰리에르의 작품은 코메디아 델라르테를 이해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워크숍을 진행했고, 인물을 생각하는 작업을 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임도완 연출은 프랑스 자크 르콕(Jacques Lecoq)국제연극마임학교를 졸업했다. 한국 연극계에서 움직임을 활용한 연출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작품이기에 '스카팽'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대사와 마임 중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 묻는 말에 그는 "마임을 많이 사용하지만, 어느 것에 중점을 두었는지 따지기보다 마임이 필요하면 마임을, 언어의 재주로 해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했다. 종합세트 같은 작품이다. 어떤 위주가 아니라 상황에 좋은 걸 택했다"고 말했다.

극에서 배우들의 행동은 일반 움직임과 다르다.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인물의 성향 및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이에 대해 이중현은 " 배우들의 특정 행동을 연출이 요구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풀어주셔서 아이디어를 내면 거기에 연출이 살을 붙여서 발전시켰다. 인물의 동작도 코메디아 델라르테에서 정형화된 인물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현대에서 그런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디가 돋보였으면 좋겠다' 혹은 '발이 잘 안 떨어지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면 그렇게 발전되어 갔다"고 밝혔다.

ⓒ 국립극단
ⓒ 국립극단

스카팽, 몰리에르, 실베스트르 캐릭터를 구축할 때 무엇을 중점으로 두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이중현은 "제가 생각하는 막연한 스카팽이 있었는데, 첫 연습 때 연출이 댄디함을 요구했다. 나한테 없는 부분이었다. 전에 봐온, 내가 상상한 그림이 아니구나. 다른 인물이 확대되어있으면 나는 그 안에서 잘 받쳐주면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지, 튀거나 색을 내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공연하면서 더 찾아보고 있다. 솔직히 끝이 없는 것 같다"면서 배우로서 계속해서 고민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성원은 "몰리에르가 가면을 유일하게 쓰는 배역인데 가면 때문에 아를르캥(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등장하는 정형화된 유형적 인물)영상과, 다른 배우를 참고했다. 한국적으로 가져오기 위해 정서에 맞춰 대사도 많이 바꿨다. 보여지는 역할이 아를르캥도 있고, 작가도 있고, 카를르까지 있었다. 카를르는 연기하기로 한 배우가 빠지게 되어 갑자기 맡아 혼란스러웠다. 가면을 안 썼을 때 몰리에르를 생각 못 했다가, 연습하면서 프랑스 출신의 젠틀함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젠틀하게 웃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분장하고 가발을 쓰니까 달라지더라. 몰리에르는 부드럽고 젠틀하게, 아를르캥은 까부는 그런 차이를 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주는 "단점과 트라우마, 지위에 따른 관계 속 기반을 바탕으로 생각했다. 단점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찾아봤다. 또 과장되게 익살스럽게 보이지 분장이어서 자세나 걸음걸이, 동작을 할 때 부르면 바로 뛰어나가는 하인의 모습과 친구와 있을 때는 편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임도완 연출은 '연출하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으로 '상황에 대한 부조리'를 꼽았다. 그는 "상황에 대한 부조리가 마음에 든다. 스카팽이 제롱트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으로 계급이 바뀌었다가 돌아온다. 또 총싸움하는 부분도 좋다"고 밝혔다. 

'연기하면서 좋아하는 부분'에 대해 성원은 '연결해', 박경주와 이중현은 '스카팽, 실베스트르, 옥따브와 함께 랩 하는 부분'을 꼽았다. 랩 하는 장면에 관해 고민했다는 임도완 연출은 "제가 보는 눈과 다른 젊은 직원들이 보는 건 다르다. 연습실에서 랩 하는 장면을 보고 다들 좋아하길래 '내가 늙었구나' 생각했다.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되는데 말이다. 아내도 연출이라 그 장면을 보여줬더니 좋다고 해서 넣었다. 관객들도 좋아하더라. SNS를 통해 고급과 저급의 경계없이 다양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무대에도 변화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관객이 보는 시선이 다른 시대로 진행되고 있구나'를 느낀다. 희극뿐만 아니라 다른 극을 하더라도, 동시대 공감이 든 작품을 하려면 관객의 생각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을 깨우쳤다는 걸 이야기했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인간 본성을 본질적으로 파헤쳐 당대의 문제를 직시하고 신랄한 풍자를 전하는 몰리에르 원작 연극 '스카팽'은 오는 9월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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