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6년만 돌아온 독일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 연극 '당통의 죽음'
[e-Stage] 6년만 돌아온 독일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 연극 '당통의 죽음'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10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연극의 선구자' 게오르크 뷔히너 데뷔작 '당통의 죽음'
한국 무대에서는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
개인의 자유와 공동선에 대한 질문
ⓒ 국립극단
ⓒ 국립극단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민중들에게는 사람의 머리 대신 빵이, 피 대신 포도주가 필요하다!”

독일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가 쓴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페이지 '당통의 죽음'이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세계사의 주요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한 부분과 뷔히너의 문학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독일 대문호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의 데뷔작 '당통의 죽음'을 선보인다.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는 현대 연극의 선구자로 불리는 극작가다. 독일 문단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Georg-Büchner-Preis)에 뷔히너의 이름을 붙일 만큼 경의를 표하는 인물이다. 

짧은 생 동안 단 세 편의 희곡과 한 편의 소설을 남긴 뷔히너는 파격적인 언어와 개방 형식의 문학으로 이상적인 인물, 정제된 언어, 그리고 폐쇄 형식을 추구하던 당대 독일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 가운데 '당통의 죽음'의 주인공인 당통은 이상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먼 쾌락주의자이며, 혁명에 반기를 드는 반 영웅적 인물이다. 작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언어가 비속하고 구성이 엉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생생한 묘사와 힘 있는 언어'는 많은 문학가에게 추앙받게 됐다. 

'당통의 죽음'이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 국립극단의 공연으로 6년 만이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작품 중 유일하게 생전 발표된 작품인 '당통의 죽음'은 봉건체제를 비판하고 망명길에 오른 뷔히너가 단 4주 만에 완성한 희곡이다.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던 실존 인물 조르주 당통(Georges Jacques Danton)과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François Marie Isidore de Robespierre)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 이 작품으로 뷔히너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 국립극단
ⓒ 국립극단

조르주 당통(Georges Jacques Danton, 1759~1794)는 프랑스 혁명기의 정치가다. 로베스피에르, 마라와 함께 '프랑스 대혁명의 3거두'라고 불린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혁명 지도자로서 활약하였고, 1790년 자코뱅당에 가입하여 혁명 재판소를 설치하고 왕당파를 처형했다. 그러나 공포정치를 반대했던 그는 로베스피에르와 뜻이 맞지 않는 일이 잦았다. 결국 1794년 '외국인과 결탁하여 뇌물을 받고 반혁명 세력을 도와준 혐의'로 혁명 재판을 받고 그해 4월 5일,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의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당통은 혁명에 대한 모순을 발견하고 후회와 자포자기적 향락에 빠진다. 반면 로베스피에르는 철저한 도덕성과 공포정치를 통해 민중을 이끄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한다. 둘은 서로 다른 정치 이념을 지적하며 다투다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 공회와 위원회를 점령한 로베스피에르가 당통을 체포한다.

세계사에서 시민 혁명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마지막 국면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당통의 죽음'의 내용 중 6분의 1은 실제 역사 기록에서 가공 없이 발췌되었다. 작품은 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당통과 공화주의로 대표되는 로베스피에르의 정치적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혁명을 주제로 한 여타 작품들과 달리 반 영웅적 인물 당통에 집중한다. 혁명의 성공을 위해 대학살을 주도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는 당통의 모습은 위대한 혁명가보다는 가치적 혼란에 고뇌하는 평범한 인물로 다가온다. 

또한, 혁명 당시 민중을 지배했던 공포정치에 반기를 든 당통이 처형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선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전한다. '당통의 죽음'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수인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몰입한 나머지 타인을 함부로 단순화시키는 일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보여온 리듬감 있는 무대 언어와 음악의 활용이 돋보이는 연출을 선보였던 이수인은 이번 작품에서도 라이브 연주 등을 활용해 객석의 몰입을 높일 계획이다. 그는 “진지한 화두를 지닌 고전이지만, 관객들이 장황하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빠르고 힘 있게 작품을 전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통 역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준대로 받은대로'에서 고전을 깊이 있게 해석해낸 백익남이, 당통과 갈등 구도에 서 있는 로베스피에르 역에는 엄태준이 캐스팅됐다. 이원희, 주인영, 홍아론 등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한 국립극단 시즌 단원도 작품에 생기를 더한다.

연극 '당통의 죽음'은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