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인터뷰①] '비BEA' 강승호 "'죽음도 인간의 권리'라는 말에 공감"
[인터뷰①] '비BEA' 강승호 "'죽음도 인간의 권리'라는 말에 공감"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16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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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안락사' 다룬 연극 '비BEA'
수다쟁이 간병인 레이 역 맡은 강승호
'결핍' 지닌 인물을 외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안락사를 택하는 젊은 여성 비(Bea)의 이야기를 그려낸 연극 '비 BEA' 가 3년 만에 돌아왔다.

'행복한 죽음'과 '안락사'라는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소재를 주인공 ‘비’의 내적 자아라는 연극적인 장치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활기차게 표현해낸 연극 ‘비BEA’(연출 김광보, 프로듀서 석재원)는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지만, 만성적 체력 저하 증상으로 8년 동안 침대에 갇혀 생활하고 있는 비(Bea)의 이야기를 그린다.

8년째 지속적인 모르핀을 투여해야 할 정도로 고통을 겪으며 침대에 갇혀 있는 비는 간병인 레이(Ray)가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를 통해 지금까지 생각해 온 일을 실행하려고 하는 비는 레이를 통해 엄마(Katherine James)에게 이제 자유를 찾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게 한다.

배우 강승호가 극 중 맡은 역할은 수다쟁이 게이 ‘레이’(Ray)다. 레이는 자신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위하는 태도가 익숙한 인물로, 소통이 어려운 '비'와도 금세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심적 아픔을 겪었기에 ‘비’의 마음에 공감하고, 모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준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의 극이지만 너무 어둡지만은 않게 ‘안락사’를 그려냈다. ‘비BEA’에 출연한 소감을 물었다.

“’비BEA’는 초연 때부터 좋은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해보고 싶었다. 제안을 받게 되어 좋은 기회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도전이기도 했고, 설레는 작업이기도 했다. 레이는 작품을 바라보는 느낌이 다른 역할인 거 같다.”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극 구조부터 표현법, 그리고 캐릭터가 지닌 성향까지 이 작품은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그 가운데 레이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가장 큰 건 레이가 가지고 있던 ‘결핍’이었다. 이를 어떤 식으로 극복해서 어떻게 외향적으로 보이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려워서 나 자신에서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결핍을 찾아 극대화해서 상상해 보고 레이한테 대입해봤다. 희곡 자체에서는 되게 밝은 이미지인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일상에서 밝게 지내고 친화력 있는 사람이 집에 있을 때 더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점을 참고했다."

극 초반 레이는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면 ‘게이’가 아니라고 말하며 성(性)정체성을 숨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간병인이라는 직업을 하기 위해 숨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레이가 말할 때 ‘~아냐?’ ‘~아니야?’라고 확인하듯 묻거나, ‘아, 어~~~’ 라고 소리를 내며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이고, ‘테러, 에러’ 등 단어를 틀리기도 한다. 이런 언어 사용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묻자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레이는 자기주장이 아니라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가 먼저인 친구다. 상대방에 대해 더 확인하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또 극에 나오는 ‘자폐’라는 말처럼, 환자에 관한 건 아니지만 갇혀서 상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다. 단어를 틀리는 게 지능의 문제는 아니다.”

레이는 비의 집에 오자마자 죽음 통지서를 쓰게 된다. 그때 엄청나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말하자 “덤덤한 감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레이도 죽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던 만큼 누구보다 비에 대한 마음을 더 알고 있었다. 한순간에는 레이 본인이 죽고 싶었을 때 희망을 찾았던 것과 같이 비에게도 희망을 찾아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죽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 엄마한테 쓰는 내용을 듣고 ‘공감’이라는 것에 1단계가 시작된 것 같다.”

레이는 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기점이 있는 것 같다. 춤추다가 쫓겨나잖나. 그 전과 후의 레이 심리적 상태가 다르다고 본다. 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쫓겨났다가 돌아왔을 때는 ‘비의 죽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비의 편지가 엄마 손에 넘겨졌고, 그렇게 되었으니 비가 조금 더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까지 다하는 것 같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읽어주고, 마스터베이션 행위까지 하게 된다. 희망을 찾아주지 못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는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의 대표작으로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강렬한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레이는 이 책을 비에게 읽어준다. 강승호는 “비가 욕구를 느끼고 싶어서 마스터베이션을 해달라고 하는데, 해줄 수가 없다. 책을 읽어주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읽어주게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죽음, 특히 안락사를 어떻게 생각했었고 직접 무대에 오르면서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당장 주변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것, 보는 것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한 자료를 찾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안락사가 합법에 나라에 가서 존엄사를 선택한다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 등에서 관련 영상을 보면서 죽음도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라는 말을 듣고 공감하게 됐다.”

레이는 엄마도 알아듣기 힘든 비의 말을 쉽게 알아듣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일단 레이라는 인물 자체가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면서 더 탁월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지녔다. 간병인이라는 직업적 이유도 있는데, 일반 사람들은 그냥 평범한 대화에 익숙하잖나. 그렇게 되기 위해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레이는 자신의 풀 네임 ‘레이먼드’라고 불리면 확 긴장한다. 극 내용에서는 엄마에게 혼난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이 되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트라우마적 행동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아픔과 슬픔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다. 레이먼드가 부모님에게 겪었던 일 때문에 트라우마같이 들으면 경직된다. 작품에서는 재미있게 보이도록 표현하고 있다. 비에게 조금 더 재미있게 잘 넘어갈 수 있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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