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인터뷰①] '머더러' 박준휘 "슬프면서 행복한 이야기…효과적 전달 위해 고민"
[인터뷰①] '머더러' 박준휘 "슬프면서 행복한 이야기…효과적 전달 위해 고민"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1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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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당당한 4년 차 배우 박준휘
'메두사의 뗏목' 각색 뮤지컬 '머더러' 토미 역 출연
수용소에 갇힌 아이들의 7일간 이야기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맑고 사랑스럽다. 겉모습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 만난 그의 솔직하고 단단한 모습에 대한 느낌이다. 무대 위에서 뿜어내던 강렬한 존재감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강인한 역할을 열망하면서도 “하지만 없겠죠”라며 이내 시무룩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면 자꾸만 응원하고 싶어진다.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강인하며 매력적인 배우 박준휘의 이야기.

박준휘는 오는 9월 20일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머더러’(Murderer)에 출연한다. 독일 표현주의 극작가 게오르크 카이저의 희곡 ‘메두사의 뗏목’을 각색한 이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이 극에 달했던 1940~50년대를 배경으로 수용소에 갇힌 아이들이 구출을 약속한 어른을 기다리며 보내는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가장 극단적인 폭력 한가운데에서 아이들이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억하고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머더러'에서 박준휘는 토미 역을 맡았다.

지난 9월 1일까지 뮤지컬 ‘테레즈 라캥’에서 카미유로 열연을 펼친 박준휘에게 늦은 종연 소감을 먼저 물었다.

“시원섭섭하다. 다음에 ‘테레즈 라캥’이 돌아온다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계속 생각난다. 또 한 번 카미유를 해보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잠시 생각하더니) ‘상남자’ 로랑도 해보고 싶다. 보이는 내 이미지와 어린 나이 때문에 카미유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강인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귀여운 겉모습과 강인한 내면. 박준휘는 그야말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다. ‘테레즈 라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카미유 역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했다.

“’테레즈 라캥’에서 굉장히 상남자처럼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귀엽게 봐주셨다. 내가 카미유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결핍’이었는데, 평소 아팠던 기억을 떠올려서 담았다. 예전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을 하면서 상대방인 로랑에게 ‘나는 왜 아플까..?’ 라는 감정을 드러냈다. 입원했을 때 감각이 떠오르면서 싫기는 했다. (왜 싫었나?) 놀고 싶었다.(웃음)”

오는 9월 20일 뮤지컬 ‘머더러’의 초연 무대가 공개된다. 막 연습을 마치고 인터뷰 자리에 앉은 박준휘에게 작품 소개를 요청했다. 

“실화는 아니다. ‘메두사의 뗏목’이라는 희곡을 기반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끝나는 시점의 가스실이다. 가스실에 갇힌 채로 전쟁이 끝난다. 음식과 물이 한정된 상황에서 구출되기 전까지의 7일간 이야기를 그린다. 그 안에서 하루하루 지쳐가면서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난다.”

그가 맡은 토미 역은 어떤 인물일까. 

“토미는 나쁜 캐릭터다. 살아남기 위해, 살고 싶어서 하는 행동들이 사건을 만드는 인물이다. 극한 상황에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가 없지만, 무대가 공개되면 아마 나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되는 이유를 알게 되실 거다.”

지금까지 공개된 ‘머더러’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정의, 인간의 이기심 등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룬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주제는 완전 오브젝트라고 할 수 있다. 배우로서는 심오한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이도록 잘 표현해야 하는데, 작품 메시지를 말함에 있어 토미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토미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슬프면서 동시에 행복하게 보여지도록 표현하고 있다.”

ⓒ 한다프로덕션

인간의 본성, 선택의 문제, 관계, 공동체, 개인 등 다양한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연습하며 생각의 변화도 있었을까.

“배운 점이 있다. ‘머더러’가 '아이들'의 이야기잖나. ‘테레즈 라캥’ 때도 그랬지만, 상대방과 주고받는 연기를 하다가 단체, 그러니까 많은 사람과 주고받아야 하는 연기를 해보니 ‘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이 이뤄져야 장면의 목적이 뚜렷하게 보였다. ‘배려가 중요하구나, 저 사람이 이 호흡을 쳐줬을 때 다음 호흡을 내가 쳐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19명의 배우가 있다 보니 페어도 많아진다. 연습을 하면서 다섯 명이 말할 때 한 사람의 톤만 달라져도 어긋난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져서 배우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주장을 명확하게 해주는 사람, 지켜보다가 수용해주는 사람 등 여러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고민하는 다섯 아이들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많은 배우가 함께 하다 보니 전체 페어가 연습을 해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런 환경에서 박준휘가 느낀 인상 깊었던 배우는 피터 역 이상운이다.

“(이)상운 형이 연습할 때 장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가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잘 캐치한다. 또 장면이 잘 안 굴러가면 보완해 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장면을 흘러가게 유도하고,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면 보완해서 제자리로 돌려서 이끌어주는 느낌이랄까.”

아직 베일을 벗지 않았지만 ‘토미’라는 아이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가 보는 입장에서는 화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토미와 박준휘,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며 생각이 어긋나는 점과 공감했던 점이 있는지 물었다. 

“대본상으로 본 토미는 겁이 많은 캐릭터다. 겁이 많아서 숨어있는 느낌이 많은데 단지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걸 표현하려고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성격은 잘 맞는 것 같다.(웃음) 극에서 보면 전반부에서는 겁이 많아서 숨는데, 뒤로 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도 낸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 성격을 표현할 때 아예 겁이 많게, 또 리더처럼 나서는 모습으로 확 반전감을 줬다.”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묻자 그는 “효과적인 전달에 대한 고민”이라고 답한다. 

“창작 초연이다 보니 연기적인 면이 아니라, 우선 ‘이 작품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 배우들도 함께 대본을 만든 느낌이다. 창작진과 같이 머리 싸매고 효과적인 방법을 만들 때가 어려웠고, 지금도 그 작업을 하고 있다.”

19명의 배우에 창작진, 스태프까지. 한 연습실에 들어가면 공간은 턱없이 좁아진다. 그 현장에서 부딪히며 연습했던 분위기는 어땠을까. 

“너무 좋다. 창작 초연이 좋은 건 워낙 부딪히는 작업이 많다 보니 의견 대립이 생긴다. 그래도 결국 ‘잘 만들어보자’면서 으쌰으쌰 하다 보니 그냥 너무 좋다.(웃음) 아, 하지만 체력으로는 힘들다. 무대 올라가는 건 배우들이고 작품 자체가 잘 나와야 하니까. 배우들끼리 ‘힘내자’면서 서로를 북돋아 준다. 창작진도 이런 작업이 힘들 텐데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배려한다. 연습실 나오는 게 좋다. 의지가 되니까. 아마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끼리는 행복한데 밖에서 보면 슬픈 모습일 거다.(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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