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시선] 공연계 연이은 배우 논란, 이제는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할 때
[e시선] 공연계 연이은 배우 논란, 이제는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할 때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18 14: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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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배우 논란과 사과문 게재
이제는 공연계 흐름과 주 소비층의 니즈를 읽어야 할 때
이를 바라보는 공연관계자 및 배우의 시선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무대에 오르는 배우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공연의 역할과 함께 작품에 출연하면서 보여주어야 할 배우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공연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베테랑 배우부터 신인들까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전에는 배우의 사정으로 작품에서 하차하고 급하게 추가 캐스트 발표를 하는 등 배우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이어졌다.

ⓒ 쇼노트
ⓒ 쇼노트

9월 18일 새벽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하는 오만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안 그래도 반성하고 있었는데, 라디오 방송에서의 비유에 관한 얘기들을 들었어요.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비유의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조금이라도 불쾌함을 느끼셨을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릴게요. 아껴주신 분들께 죄송해요 정말.."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가 사과의 글을 올린 이유는 9월 17일 '헤드윅' 홍보를 위해 출연한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서의 실언 때문이다. 이날 작품에 함께 출연 중인 윤소호와 라디오 방송을 하던 오만석은 자신을 향한 '예쁘다'는 칭찬에 "소호는 원피스 딱 달라붙는 거 입고 부츠 신고 가발 딱 쓰면 너무 예뻐요. 저는 그냥 저기 뭐 주점으로 따지면 캐셔에 앉아있는 분이고"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신을 비유한 '주점으로 따지면 캐셔에 앉아있는 분'에서 발생했다. '주점'이란 단어도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캐셔에 앉아있는 분'을 별것 아닌 혹은 젊고 예쁜 사람보다 못한 존재로 표현한 자체가 해당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논란이 됐다.

자신의 말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만석은 여러 번 글을 작성하여 의도한 바를 설명했다. 그는 "ㅅㅎ는 젊고 무척 예쁘다 반면 난 이제 나이도 있고 화려해 보이는 듯하지만 옛주막의 주모나 주점의 사장님들처럼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분들도 나름 각자의 사연들로 가득한 인생이 있겠죠. 이게 기본적인 저의 의도입니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그렇게 나온 거예요.."라면서 "하지만 표현을 다 하지 않으면 분명 들리는 말이 전부가 되어버리니..저도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어서 먼저 해명 글을 올리는 것도 그렇고.."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아무튼 오해가 되었든 무엇이든 누군가에게 상처나 혐오성의 발언이 된 것에 대해 너무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더불어 헤드윅을 정말 사랑하시고 아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잠이 오질 않아서 저도 두서없이 글을 쓰고 있네요..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끝을 맺었다.

관객들이 오만석의 말에 분개한 것은 단지 단어의 선택 때문이 아니다. 그가 출연 중인 '헤드윅'은 성(性)소수자, 더 나아가 넓은 의미의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물이 여러 부당한 일을 겪고 극복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초연부터 작품에 출연하며 '헤드윅의 장인'으로 불리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드윅'을 사랑하고 아끼던 관객들에게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고, 본인의 말대로 급하게 작성한 두서없는 사과는 진심을 다 전하기에는 어려웠다.

오만석 말실수가 관객들에게 큰 피로로 다가온 까닭은 이틀 전에도 긴 사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개막도 하지 않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출연자 이주빈, 김예찬, 조창희 및 한해영 프로듀서, 김태형 연출은 16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 노네임시어터컴퍼니

이유는 이주빈, 김예찬, 조창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따라 하며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인성을 의심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방송 중 지나가던 사람이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에 관한 성적 비하 발언'을 하자 이를 따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방송상으로는 들리지 않았을 말을 굳이 복기해 낄낄거릴 수 있다는 것에 관객들은 분노했다. 또 자신들의 방송을 보는 사람의 대부분이 공연마니아층임을 알면서도 '공연 열심히 준비 안 하셨나 봐요?'라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하며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작품과 관객을 향한 자세와 태도를 보이지 못해 공분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미 티켓을 예매했던 관객들은 하나둘씩 취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한 결과, 세 사람의 자필 사과문과 더불어 작품의 책임자인 프로듀서 및 연출의 사과가 게재됐다. 

한해영, 김태형은 "'히스토리 보이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 조창희, 이주빈, 김예찬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공연을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실망을 드려 죄송한 말씀 드린다. 9월 13일 금요일 밤 배우 개인의 인스타그램 라이브(instagram live) 방송 중 배우들과 상관없는 주변의 불상의 인물에게서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나왔고 배우들은 그 말을 복기하며 웃음으로 넘기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전후 사정을 제외하고 배우가 관객 여러분과 소통하고자 하는 방송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해당 방송 시청자분들과 녹화된 영상을 본분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분들에게 커다란 불쾌감과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면서 "해당 배우들은 자신들의 경솔한 언행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 배우가 진심으로 죄송해하고 있다. 함께하는 배우, 스태프에게도 큰 꾸짖음을 들었다. 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프로듀서와 연출로서도 크게 반성하고 사죄드린다. 공연을 기다려주신 분들의 실망감이 몹시 크다는 것도, 해당 배우들에 대한 하차를 요청하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해당 배우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배우들은 본 사안에 대해 어떤 것이 잘못된 점이었는지 인지하고 잘못을 사과하려 하고 책임지려 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잘못된 언행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실수가 아닌 평상시의 일상적 사고의 발현이라고 질책하셔도 할 말이 없다. 평상시 그들의 언행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알려진 대로 비도덕적인 발언을 듣고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인성의 배우들이었다면, 공연이 얼마가 남았든 하차를 강행했을 것이다. 다만 장시간 대화 결과 이들의 언행은 정확한 문제의식 결여와 경솔함에서 온 실수라고 생각된다"는 말과 함께 '하차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경솔함을 반성하는 시간과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SNS를 비롯한 공공영역에서 책임감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배우로서 언행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진 않았는지, 성(性)인지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고민하고 공부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3개월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며 대견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배우들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성실한 태도로 동료들이 믿고 아꼈던 배우들이다. 이번 일이 그들에게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성숙한 성인으로서 늘 책임감을 가지고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들의 실수를 저희 모두가 함께 반성하며 이 공연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믿어주시길 마음 깊이 부탁드린다는 말로 끝인사를 전했다. 

ⓒ 노네임시어터컴퍼니

세 배우의 구구절절한 자필 사과문과 제작진의 사과 인사는 관객에게 닿지 못했다. 티켓 취소 문의가 빗발치자 결국 '아티스트 이슈'로 인한 관람 취소에 대해 취소수수료 없이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물의를 일으킨 세 배우는 모두 신인이다. 이주빈(스크립스 역)은 올해 대학로에 신인 열풍을 몰고 온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파울러를 맡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조창희(럿지 역)와 김예찬(악타 역)은 이번 작품으로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은 배우였다. 실질적으로 1~2년 경력에 불과한 배우들이 경솔하게 입을 놀려 개막을 앞둔 작품에 잡음을 일으켰고, 함께 무대를 만든 배우 및 제작진은 물론 극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온 관객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줬다.

공연은 TV나 영화 매체와 다르게 직접 배우와 관객이 마주하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나 사건을 일으킨 배우가 오르는 것에 관객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언급한 두 논란 외에도 '랭보' 강은일, '헤드윅' 강타, '킬롤로지' 심희섭, '생쥐와 인간' 김태훈 등 올해만 해도 배우사정으로 캐스팅 하차 및 변경이 일어난 횟수는 적지 않다. 이에 관해 공연 관계자 및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배우사정으로 인한 하차를 겪었던 공연관계자 A씨는 "전화가 끝도 없이 왔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또 울리고 이걸 반복하니까 정말 힘들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배우로부터 먼저 전달받은 바가 없어서 기사를 보고 알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사생활이라서 의견이 나뉘었었는데 배우의 하차 의지가 강해서 결국 하차했다"고 밝혔다. A씨는 "문제가 있는 배우라는 걸 알고 캐스팅하는 회사는 없을 거다. 나중에 밝혀지면 더 곤란해지니까.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으니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도 정말 힘들다"면서 캐스팅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마찬가지로 배우사정으로 캐스팅 변경을 해야 했던 공연관계자 B씨는 "공연계가 '미투' 이후로 굉장히 빨리 변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 소속사나 제작사가 그 흐름을 따라가지를 못한다. 예전처럼 유야무야(有耶無耶) 시간이 흐르면 되지 않겠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제작사는 그래도 관객의 의견을 모니터링하는 편이지만 소속사는 꼭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소문'만이라도 들었다면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을 거다. 전혀 몰랐다가 문의를 받고 사실 확인을 했다"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전했다.

현재 활동 중인 배우 C씨에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관객의 모습이 과민하게 느껴지는지' 물었더니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그게 요즘 시대의 모습이다. 어쩌면 관객의 행동이 일그러져있던 예술가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가는 것이라고도 느껴진다. 그걸 버티거나 반영하느라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하는 부분도 있다고 보이지만 관객이 요구하는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예술가도 별로지 않나"라면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완벽하게 빈틈이 없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무대에 서서 시선을 받는 배우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쯤은 생각하고 곱씹어서 주의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공연계에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로 흐름을 읽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자유로운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듯, 신뢰를 잃은 배우는 더 긴 시간을 투자해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연기로 보답'하라는 뜻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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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2019-09-18 22:07:30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