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인터뷰②] 'NEW달품맨' 강수영 "피아니스트→배우, 예측불허 내 인생 재미있다"
[인터뷰②] 'NEW달품맨' 강수영 "피아니스트→배우, 예측불허 내 인생 재미있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2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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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안 돼' 감정을 전달하는 무대 기술 어려워
인물을 담아내는 배우, 일상과 경계 유지 중요
예측불가한 내 삶, 재미있다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본격적인 배우 도전을 앞두고 강수영은 연습에 집중했다. 인터뷰 스케줄을 잡기 어려웠던 까닭도 온전한 연습과 안정된 무대를 위한 최선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그만큼 무대에서 본 강수영은 반갑고 빛나 보였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고 말하자 “연습하면서 빠졌는데, 이제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해맑게 답한다. 찰나의 순간, 우현이의 모습이 스쳤다. 

배우 강수영으로 연습에 임했던 시간과 그 느낌이 어땠는지 물었다.

“연습하면서 스스로 ’잘해라, 더 잘하자!’ 말을 걸었다. 또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는데 눈은 거짓말을 못하더라. ‘우현이라면 어떻게 사람을 바라볼까?’ 고민을 많이 했고, 세상을 보는 호기심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연습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은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표현하는 자유로움과 보는 사람의 느낌은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라는 게 배우는 행복해서 웃는데, 보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을 수 있는 거더라. 연기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한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무대에서의 판타지는 있지만, 내 감정을 전달하는 무대 기술은 정말 다르고 어렵다.”

우현이는 세상을 자유롭게 바라본다. 강수영에게 ‘자유로움’이란 무엇일까.

“다행히 하기 싫은 일을 많이 하면서 자란 것 같지는 않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사실 납득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억지로 무언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납득을 한 뒤 내가 움직였기 때문에. 그게 내 성격에서의 즐거움인 한편 답답함이기도 하다.”

스스로 ‘햇병아리 연기자’라고 표현한 강수영은 일찍부터 엄격한 자기 관리에 들어갔다. ‘연기와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 됐다.

“’연기’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은 혹시 연기가 조금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일상과 경계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거다. 내가 우현이를 연기하지만, 우현이는 아니니까. 무대에서 나는 캐릭터로 존재하는데, 너무 일상화가 되면 일상도 연기하듯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문득 느껴졌었다. 햇병아리로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크리스 스미스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짐 앤 앤디'(JIM & ANDY)을 보고 느낀 바가 있다. 앤디라는 코미디언이 연기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는데, 그 과정을 보니 멋있지 않았다. 연기와 캐릭터에 몰입했다고 해서 일상과의 벽이 무너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직접 배우로서 작업해보니 그럴 수 있겠더라. 내 안에 인물을 담아서 연기를 하는 거니까 연습을 한 뒤 벗어나는 게 스위치 온·오프처럼 쉽지 않았다. (피아니스트와는 다른 작업인가?) 피아노를 칠 때는 악기와 분리해야 한다. 기쁜 곡을 친다고 내가 들뜨면 망친다. 하지만 배역은 맞닿을 걸 먼저 해야 하니까 조금 두렵다는 생각도 든다. 이건명 배우는 담아내고, 벗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평소와 연기할 때 완전 다르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에게는 아직 쉽지 않은 부분인데, 만약 계속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도 놓치지 않고 가고 싶다.”

ⓒ 주다컬쳐
ⓒ 주다컬쳐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며 무대에 오른 강수영. 무대 오르기 직전의 모습이 궁금했다.

“너무 몰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을 많이 하고 무대에 오르면 몰입이 오히려 깨진다. ‘바르다’는 개념이 추상적일 수 있는데, 무대에서 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우현이를 만난 건 참 감사하다. 이번에 춤을 추는데 내가 타고난 몸치다. 같은 쪽의 발과 손이 같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춤’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몸에서 오류가 난다.(웃음) 몸과 의지가 따로 논다. 첫 곡에서 덜어내진 부분도 있는데, 원래는 골반춤도 있어서 연습에 애먹은 적도 있다.”

배우 강수영이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강점’을 묻자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우현이라는 캐릭터가 고맙기도 하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는 건 우현이의 힘이 크다. 내가 지금 대단한 연기를 펼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그 속에서 잘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장점으로 꼽아볼 수 있는 건 ‘배워서 할 수 없는 연기’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고 해라.’ 이 말이 매일 미션 같았다. 극을 보면 굉장히 하이톤으로 말을 하는데, 강수영은 일상에서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도 톤을 높여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이다. ‘목소리를 너무 크게 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우현이의 ‘안녕하십니까’ 첫 대사는 좌절이자 고민이었다. 나와 기질이 다른 인물을 표현해야 해서 쉽지 않았지만 우현이 덕분에 춤도 추고 스트레칭도 하고 소리를 내보고 있다는 게 새롭다.”

피아노라는 분명한 재능을 지니고 있는 그가 배우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우선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교육을 받은 것뿐이다. 클래식 시장이 대중화되지 않았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훨씬 피아노에 능한 분들이 많다.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를 전공한 게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탄탄한 준비를 거치지 않고 무대에 선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 더욱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왔는데, 조금 이기적인 마음을 보태 말하자면 이렇게 예측불허인 내 인생이 재미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잖나. 크게 인생으로 보면 엄청난 기회다. 심지어 오랜 시간 전공한 피아노를 빼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그렇다. 확정된 인생은 없으니, 해보지 않은 일을 경험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뮤지컬 배우로 대성 할 거야’ 이런 소신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교훈과 연기를 통해 삶에 도움 되는 에너지를 받았다. 시작하면서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어떤 시련을 주고, 또 어떤 공부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예측되지 않은 삶의 불안함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계기를 참 좋아한다.”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마주하는 무대, 관객, 작품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피아니스트에게 관객은 상상 속의 존재다. 악기와 연주자는 분리되어야 한다. 내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연주자(나), 악기, 관객이 있다. 하지만 연기는 배우가 있고 바로 관객이 있다. 소통이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서 처음 극장에 들어왔을 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마주한다고 생각하니까 살짝 두려웠다. 다행히 페스티벌 장면이나, 관객을 끌어들이는 장면도 있어서 이겨냈다.(웃음) 피아노를 칠 때 관객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데, 피아노가 중간에 있기 때문이다.”

‘배우 강수영’으로 불리면서 ‘책임감’을 먼저 느끼게 되었다는 그는 아직까지 직업을 물었을 때 ‘피아니스트’라고 답하는 것이 더 당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우입니다'라고 소개했을 때 ‘연기해봐’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 피아노보다 수준 차이가 있으니까”라고 설명하는 그는 이건명, 김소향, 이용규 배우를 롤 모델로 꼽았다.

“세 배우 모두 연기와 일상의 스위치가 확고하다. 사람으로서도 좋은 분들이다. 자신을 잃지 않고 연기에 매진하는 모습이 멋지고, 닮고 싶다.”

인터뷰를 하면서 강수영은 향후 배우 생활에 대해 ‘만약 연기를 또 한다면’으로 가정했다. 앞으로 배우로서 계속 활동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으로서는 ’달품맨’을 잘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연기는 나를 계속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다른 어떤 직업보다 이런 작업이 필요한데, 사람을 계속 성장하게끔 만든다. 결국 연기를 함에 있어 ‘무기’는 나 자신이니까, 지금 감히 드는 생각은 어떤 배역을 연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우현이처럼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인물이라면 또 욕심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공부해서 나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다.”

앞으로의 포부를 질문하다가 ‘1년 후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말에 강수영은 “군인일 것 같다”는 현실적인 답변으로 잠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분위기를 만들었다. 입대전 짧은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그는 관객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

“늘 조심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이 바르게 컸으면 좋겠다. ‘바르다’는 건 후천적인 것 같다. 환경에 의해 성장하니까. 좋은 환경에서 바르게 성장해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자유로워 보일 수 있다면 좋겠다. 과하지 않되, 자유롭고 바른 모습으로 비쳐지면 좋겠다.”

‘NEW 달을 품은 슈퍼맨’ 관람을 독려하는 강수영의 한 마디.

“친구들에게는 ‘나 춤춘다~’라고 하면 바로 보러 오더라.(웃음) 다른 어떤 극보다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지친 청춘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감정 이입하기 쉬운 극이다. 편하게 보러 와서 즐기고 힐링하고 가시면 좋겠다. 욕심부려 만든 극은 아니지만, 잘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웃기면 웃고, 슬프면 울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강수영(우현 역)이 출연하는 뮤지컬 ‘NEW 달을 품은 슈퍼맨’에는 써니 역 송영미 이서영, 도현 역 김지온 이우종 조환지, 우현 역 정휘욱, 엄마 역 김은주 서태인, 안경 역 박희수 장한얼 한상욱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3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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