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Stage]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천재 시인 이상(李箱), 그는 왜? 
[e-Stage]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천재 시인 이상(李箱), 그는 왜?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2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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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도전적 프로젝트 '연출의 판-연출가전'
첫 번째 작품 김철승 연출작 '까마귀의 눈'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 그는 왜?
오늘만 볼 수 있는 즉흥극, 단 30명의 관객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李箱), 그는 왜?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연출의 판-연출가전'으로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첫 번째 작품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 이상(李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까마귀의 눈'(이상, '오감도' 시제1호)이다. 

'까마귀의 눈'은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로 시작되는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 시제 1호에서 시작되었다. '오감도'는 난해한 문장과 파격적 문법구조로 1934년 발표와 동시에 거센 비난을 받은 문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철승 연출은 '오감도'에서 출발해 이상의 작품과 주변 인물에 이르는 삶 전반에 대한 탐구를 즉흥극 형태로 풀어낸다. 공연 시작 직전 배우의 역할이 결정되고 연출이 직접 무대에 올라 순간순간 대사와 지문을 제시한다. 연출의 감각, 배우의 감정,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공연 중에 배역이 바뀌거나 결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관객들은 마치 미술관을 거닐 듯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한다. 관객의 동선을 포함한 극장 안 모든 요소가 작품의 변인(變因)이 되는 독특한 형식을 구현하기 위해 매 회차 단 30명의 관객만 함께 한다. 관객들은 특별한 경험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했고, 예매 오픈 하루 만에 전석 매진됐다.

모든 장면을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과감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김철승 연출은 “무대 위 가장 살아있는 순간을 찾고자 한다”고 즉흥극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까마귀의 눈'은 이상의 삶과 작품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오감도' 연재를 중단해야 했던 작가 이상의 촌철살인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다시 한번 '이상은 왜?'라는 질문이 울려 퍼진다. 

작품은 명쾌한 해석과 정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단지 천재라 불린 한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감상을 즉흥적으로 쏟아내며 이상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 본다. 

매 공연 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하나의 주제로 짧은 토론을 진행한다. "'오감도' 속 아해는 누구인가?, 이상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주길 바랐을까?, 우리가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이런 토론에서 도출된 답과 질문을 품고 함께 무대에 오른 연출이, 순간순간 대사와 동작을 지시한다. 배우들은 연출의 요청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자신의 감정에 따라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음향효과와 조명 또한 매 순간 연출의 지시에 의해, 분위기에 따라 변화한다. 관객 반응과 극장 밖 우연한 소음에 의해 공연의 양상이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오늘만의 '까마귀의 눈'이 탄생한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극도로 예민하다"고 말하는 김철승 연출이지만 "즉흥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연출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배우 유은지, 정슬기, 허정도, 황인수 및 스태프는 연습 기간 동안 본 공연과 동일한 방식으로 토론과 리허설을 진행하며 더 완벽하게, 철저히 준비된 즉흥극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까마귀의 눈'은 '오감도' 시제 1호를 중심으로 이상의 여러 작품에 드러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고뇌와 인간 이상의 삶 속 인물들을 언어적, 신체적 표현을 활용해 구현한다. 배우의 연기와 음향, 조명 그리고 관객까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는 공연은 이상의 문장들이 그러하듯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아 더욱 감각적이고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까마귀의 눈'으로 시작을 알린 '연출의 판-연출가전'은 부새롬, 전인철, 박지혜 등 신진 연출가의 창작 산실로 자리 잡았던 ‘젊은연출가전’에서 이어진다. 이름을 바꾸며 변화를 꾀한 이 프로젝트는 형식적 실험을 통해 연극의 대안을 제시해온 연출가 1인을 초청하는 기획이다. 김철승 연출의 '까마귀의 눈'을 시작으로 연극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한 연출가와 함께 실험극장 ‘소극장 판’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작가 이상(李箱)에 대한 깊은 탐색이 담긴 '까마귀의 눈'은 오는 10월 11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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