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인터뷰②] '킬롤로지' 은해성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 싶다"
[인터뷰②] '킬롤로지' 은해성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 싶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0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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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그려낸 데이비, 알란과의 서사에 집중
배우 인생에서 많은 도움이 될 작품 '킬롤로지'
좋은 영향력 선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참 잘 웃는다. 이야기를 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기본적으로 웃는 얼굴이다. 그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찌푸린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맑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을 밝히고, 순수한 당당함으로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런 은해성에게 어찌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

알란이 그린 상상 속 데이비는 전문이송요원이 된다. 명목은 있겠으나 갑작스럽게 갱생하는 부분에 의문을 표했다. 은해성은 더 창의적인 질문을 이미 창작진에게 던진 후였다.

“병원에서 질 아줌마가 엄청나게 괴롭힌다. 아픈데 자꾸 걸으라고 하고, 걸을 만 하니 보조기를 빼앗아 가서 짜증났지만 점점 이해하게 된다.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한다. 내 주변에 없던 사람을 만나고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겠구나’ 느끼게 된다. 내가 받지 못한 것을 내가 해주고 싶은 심리다. 그런데 ‘왜 갑자기 데이비가 갱생을 하나’ 의문은 들었다. ‘이 장면은 어떤 면에서 필요한가?’ 생각하면서 ‘영국의 복지 시스템을 말해주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갑자기 ‘그 순간 저는 달라졌죠. 차에 치이기 전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으니까’라고 말하는데, ‘아니 어떻게 나은 인간이 되었나?’ 생각했을 때, ‘아! 복지 시스템이 좋다는 걸 말해주는 건가?’하고. 그런데 아니었다.(웃음) 그 상황을 겪고 생각하게 되었을 수 있겠구나. 받지 못한 걸 경험하고 나도 해주고 싶다, 좋은 영향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됐다.”

엉뚱한 발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킬롤로지’가 다루는 문제 가운데 ‘책임’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와 같은 질문은 신선하고 타당하다. 현실의 무게에 지쳐 제대로 데이비를 돌보지 못한 캐롤. 돈은 벌어야 하는데, 사회의 복지 시스템 없이 어떻게 한 부모가 온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겠는가를 지적한다. 작품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주변 사람들이 감탄하자 은해성은 “리딩을 하다가 ‘여기가 왜 필요하죠?’ 생각이 들었다”면서 덤덤하게 설명한다.

관객 앞에 선 은해성의 데이비를 보면 ‘씩씩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이미지는 원작의 한 구절에서 힘을 얻은 모습을 그렸단다.

“원작 대본에 알란과 경찰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경찰이 알란에게 ‘당신의 아들은 씩씩했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지옥 같았겠지만 어떻게든 해보려는 행동을 보였다고. 그걸 알고 나니 데이비가 강해 보였고, 씩씩하게 표현했다.”

ⓒ 연극열전

같은 굴레에 묶인 세 사람이지만, 데이비는 폴과 마주치지 않는다. 은해성은 “폴이 직접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알란과의 서사에 조금 더 집중한 모습을 보인다.

“데이비로서는 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란의 행동은 어이가 없다. 저기까지 가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구나. 나는 죽었는데, 아주 쇼를 하네. ‘아빠는 톡 꼈어요’라고 관객에게 말하는 건 ‘아빠가 앞에서 한 일이 나를 위한 것 같죠? 아니에요~’를 드러낸다. 가족이기 때문에 안쓰러운 마음은 있다. 아빠가 죽기 전 7주간 돌봐주잖나. 아무리 남이라도 죽기 전에 돌봐주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생길 거다. 그런데 아빠이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정신 차려!’라고 말한다. 무대 상수 끝에서 아빠를 한번 보는데, 애증의 눈으로 바라본다.”

데이비로서 폴이 만든 게임 ‘Killology’가 직접 죽음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한 그에게 현실에서의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살인 게임을 미성숙한 양아치들이 따라 한 거잖나. 실제로는 게임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악한 게임이다. 폴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살인하는 가상의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어떠한 영향은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임이 굳이 있어야 하나 의문도 든다. 나도 어릴 때는 총, 전쟁 게임 다 해봤다. 알란 대사 중에 ‘인간에게는 거부감이 자동적으로 있었지만, 진짜처럼 훈련해서 그런 감각을 없앤다’는 부분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게임을 하면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작품을 하면서 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게임의 산업적인 면을 지적하는 바가 아니라 삶 적인 부분에서 악한 게임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호흡이 긴 독백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보니 관객의 집중도 또한 공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 관해 물었더니 은해성은 “아직까지 관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배들이 그런 점을 말해주는데, 나는 못 본 것들이다. 그저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우연하게 연기를 시작해 벌써 3년 차 배우가 된 그에게 ‘킬롤로지’는 어떤 작품일까.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될 작품이다. 우선 방대한 대사량을 소화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다. 다른 작품의 대사가 아무리 길더라도 ‘나는 킬롤로지를 해봤으니까’라고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김수현 선배님(알란 역)도 ‘킬롤로지를 하면 다른 작품은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셨다.”

‘킬롤로지’ 이전에는 어떤 배우 활동을 펼쳤는지 은해성은 스스로 2년간의 배우 생활을 되짚어 봤다.

“배우로서 첫 시작은 회사에서 제작한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 대행’이었다.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하라는 대로 했다. 마음껏 하라고 하셔서 내 마음대로 했다. 내가 맡았던 역이 원래 외계인이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갑자기 바뀌었다. 외계인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진짜 내 마음대로 했다. 첫 단편 영화도 마음껏 해보라고 해주셨는데, 그래서 조금 아쉽다.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그 후에는 몇 작품을 하면서 짧게 출연했다. 무엇보다 대기시간이 길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 한 장면을 위해 11시간을 기다렸는데 진짜 힘들었다. 처음 연기할 때 연극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회사에도 ‘져 연극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웃음) 그러다가 연기 선생님인 나경민 배우가 알려준 오디션 사이트를 보면서 배역을 찾았다. 그렇게 ‘형제의 밤’을 만났고, 많이 배웠다. KBS2 ‘끝까지 사랑’으로 일일드라마를 처음 해봤다. 아침 10시에 리허설하고, 12시에 밥 먹고, 4시 반에는 쉬었다. 꼭 출퇴근하는 사원이 된 것 같았다. 처음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서 ‘재미있을까?’ 걱정했다. 처음 연기를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이 연극과 맞물려있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재미있었고 도움도 많이 됐다. 그때 ‘아 도움이 안 되는 작품은 없구나’ 알게 됐다. 지난 4월에 장편 독립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이인의 감독)에 촬영을 마쳤다. 이것도 너무 하고 싶다고 말해서 회사 허락을 받았는데, 막상 하려니까 부담감이 몰려왔었다. 혹시 내가 연기 못해서 작품 망치고 감독님 앞길도 큰일 나는 거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게 해야지!’ 하면서 즐거웠는데, 막상 하려니까 부담되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촬영 마치고는 오디션을 계속 봤는데, 다 떨어졌으니까 안된 거겠죠? 그리고 ‘킬롤로지’를 만나게 됐다. 정말 연극을 다시 하고 싶었는데, 1년 만에 다시 연극을 만났다. 아직 두 편밖에 안되지만 신기하다.”

연기를 배우면서 동료들이 자신을 봐주는 시선에 매료된 은해성은 연극 무대에서 같은 희열을 느낀다. 그가 말한 ‘연기를 재미있게 느낀 부분과 연극이 맞물린 지점’은 관객의 시선에서 온다. 그토록 바라는 ‘연극의 매력’을 물었더니 대뜸 “’킬롤로지’ 하면서 계획이 바뀔 수도 있다”고 웃으면서 괴로워한다.

“연극, 인생에 있어서 꿈을 그려봤을 때, 살짝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 그래도 연극은 계속하고 싶다.”

한 배우의 미래 계획까지 흔든 ‘킬롤로지.’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연습 때, 이 방대한 양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막연했다. 중간에 퇴장도 없다고 해서 더 그랬다. 주승이 형(데이비 역)이 퇴장을 만들어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연습 때는 기둥도 인터미션도 없어서 정말 힘든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또 ‘대본을 놔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놓을 수가 없었다. ‘이걸 다 숙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초연 때 주승이 형은 개막 2주 전에 놨다는데, 나는 언제 놓을 수 있을까. 지하 3층에 연습실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마다 밖에 나와서 하늘을 바라보며 ‘하아~’ 숨을 쉬었다. 초연부터 한 선배들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눈앞이 캄캄해졌다.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부담감을 느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 정말 시작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행복하게 했는데, 영화나 ‘형제의 밤’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연습하면서 지옥문을 두들겼다. ‘형제의 밤’ 때는 따끔한 지적도 많이 받았다. ‘말을 해라! 사람이 왜 말을 못 하냐’ 이런 말도 들었지만 많이 배웠다.”

은해성은 앞선 인터뷰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어떤 의미였을까.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명한 배우 한마디로 영향받는 사람도 많잖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 마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선한 말이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떤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나?) 가족, 주변인에게 실천하고 있다. 나는 내 마음대로만 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가?) ‘사랑’을 하면 ‘내가 할게’가 되는데, 그게 아니면 서로 귀찮아지잖나. 그런 것이다. 집중하는 건 ‘사랑’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그는 “’킬롤로지’을 통해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작품 이야기로 돌아간다.

“데이비는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 결말을 맞이한다. 관객이 봤을 때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하는가, 지금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맞는 사랑인가 등 여러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은해성은 “사랑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사랑이 넘치고 싶다”고 답한다. ‘킬롤로지’ 촬영 현장에서 계속해서 ‘사랑’을 답해 ‘사랑둥이’로 거듭났다는 후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연기’란 그에게 무엇일까.

“연기는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다. 연기라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게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다.”

인터뷰에 동석한 소속사 관계자는 “은해성이 매력적인 배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향후 활동 계획을 물었더니 은해성은 관계자를 향해 “독립영화를 하고 싶다!”고 해맑게 포부를 밝히며 이유를 설명한다.

“상업 영화는 아직 안 해봐서 모르지만, 독립영화는 같이 만들어간다는 부분에서 매력적이다. 연극과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연극도 물론 하고 싶다.”

아직 ‘킬롤로지’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관람 독려 한 마디.

“이번 2019년 가을부터 추워지기 전까지 좋은 연극을 한다. 16세 이상 모든 분들이 보시면 좋을 작품이다. 저희 6명의 배우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은해성(데이비 역)이 출연하는 연극 ‘킬롤로지’에는 알란 역 김수현 윤석원, 폴 역 이율 오종혁, 데이비 역 이주승이 함께한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2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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