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Stage] 문소리X지현준, 이별의 순간 그린 '사랑의 끝 LOVE’S END' 성료
[e-Stage] 문소리X지현준, 이별의 순간 그린 '사랑의 끝 LOVE’S END' 성료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9.30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별의 순간 그린 연극 '사랑의 끝' 성료
'헤어짐의 순간' 잔인하고 파괴적인 말들
새로운 모습 보여준 문소리, 앞으로의 행보
ⓒ 우란문화재단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배우 문소리, 지현준 주연 '사랑의 끝 LOVE’S END'가 지난 9월 27일 막을 내렸다. 독백형식의 2인극으로 진행되는 파격적인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개막부터 화제를 모아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이별'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며 관객에게도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

국내 첫 라이선스 버전으로 소개된 연극 '사랑의 끝'은 전반부 남자, 후반부 여자가 각각 60여 분간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독백과 이들 사이의 호흡으로 만들어진 파격적인 구성의 작품이다. 명불허전 연기파 배우 문소리와 지현준의 출연, 그리고 이들과 2016년 '빛의 제국'을 함께 한 아르튀르 노지시엘(Arthur Nauzyciel)의 만남으로 개막 전부터 언론과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별의 순간을 그린 본 공연은 헤어짐이 얼마나 힘들고,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줬다.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냉혹한 대사들과 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을 표현해낸 두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법한 고통스러운 사랑의 끝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별의 순간에 놓인 남녀의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로 만들어냈다.  

아르튀르 노지시엘 연출은 “이 훌륭한 작업에 대해 함께 해준 모두에게 감사한다. 특히 문소리, 지현준 두 배우에게는 매우 힘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자신감을 가지고 만들어준 두 배우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이 여정에 함께 해주신 제작진, 그리고 관객 여러분들 덕분에 매우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공연에 대한 애정 어린 소감을 전했다. 

40페이지가 넘는 대본을 나흘 만에 외워야 했던 고충을 말했던 문소리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쏟아내고 다 퍼붓는 경험'으로, 무대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반부의 남자가 쏟아내는 폭력적이고 거친 말을 말없이 다 받아낸 후 후반부에 자신의 말을 뱉으며 한 발자국씩 이별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려낸 문소리는 영화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연기로 관객을 매료했다. 특히 '이별'을 더 생생하게 그려낸 감정이 섞인 외침, 파열음, 그리고 표정이 전하는 내면의 소용돌이는 연극 무대에서 만나는 연기의 힘을 배가시켰다.

"연극 냄새가 나는 작품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표현했던 지현준은 극의 시작부터 전반부를 이끌며 공연장의 공기를 장악했다. 마이크나 특별한 소품 없이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드러내야 했던 '이별'의 고통과 아픔은 지현준의 내공이 있었기에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무대 위에 놓여진 단 하나의 소품은 이탈리아 화가 마사초(1401~1428)의 그림 '낙원에서의 추방'이었다.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듯 무대 한편에 놓여져 있던 이 그림은 두 사람의 운명을 대변한다. 또 공연장의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무대와 대기실의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려 넘나드는 실험적 방식도 시도했다.

노지시엘 연출이 말한 '사랑의 끝'은 "이별의 과정이 아닌 이별의 순간을 담은 공연"이다. 독특한 방식으로 헤어짐을 말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는 '순간'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마치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말의 힘이 강한 이유는 언어와 감정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 보면 감정에 북받쳐 심한 말을 던질 때도 있고 그러면 상황이 과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공연은 그 말의 힘을 관객에게 보여줬다.

ⓒ 보그매거진

연극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끈 문소리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여성의 캐릭터를 재구성한 화보를 촬영했다. 영화 '미망인(1955)' '지옥화(1958)' '아름다운 악녀(1958)' '하녀(1960)' '여판사(1962)' '월하의 공동묘지(1967)' '마법선(1969)' 등 한국 영화의 부흥을 향해 달려가던 시대, 사회에 도전하고 자기 욕망을 주체적으로 표현했던 여성 캐릭터들로 분한 문소리는 "다양성은 한국 영화에서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고전 영화들을 보면, 여배우들이 정말 아름답다. 얼굴의 힘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주는 기개가 대단했다. '센가, 약한 가'를 생각하는 패러다임을 벗어나, 한층 다채롭게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재미있는 기획을 함께해 준 보그 코리아에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 주체적이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