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현장] "흑인노예·여성" 약자 캐릭터 강화…과감하게 달라진 '생쥐와 인간'
[e현장] "흑인노예·여성" 약자 캐릭터 강화…과감하게 달라진 '생쥐와 인간'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01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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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돌아온 연극 '생쥐와 인간'
흑인 노예 크룩스 캐릭터 추가, 컬리 부인 인물 강화
원작 이야기에 집중해 달라진 재연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재연 '생쥐와 인간'은 달라졌다. 원작에 초점을 맞춰 메시지를 강화하면서 현재를 외면하지 않고 더 철저하게 반영했다. 관객은 지금의 시선에서 작품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10월 1일 유니플렉스 2관에서는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문태유, 고상호, 최대훈, 서경수, 한보라, 김대곤, 김종현, 차용학, 송광일 및 민준호 연출이 참석했다.

‘생쥐와 인간’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시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일자리를 찾아 점점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난 사회적 약자들의 좌절과 방황, 이루지 못한 꿈을 담는다. 

1년 만에 재연으로 온 ‘생쥐와 인간’은 달라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초연의 연극 ‘생쥐와 인간’이 농장주와 농장 노동자의 관계를 담았다면, 재연에서는 다른 농장 노동자들과 숙소조차 함께 쓰지 못하고 마구간에서 생활하는 약자 속의 약자 ‘크룩스’가 추가되어 또 다른 차별과 상처를 다룬다. 또한 이번 재연에서는 남자들의 시선으로 규정되었던 ‘컬리 부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들이 추가되어 관객들이 ‘컬리 부인’의 다양한 내면을 만나게 된다.

연극 '생쥐와 인간' 민준호 연출
연극 '생쥐와 인간' 민준호 연출

민준호 연출은 재연에서 달라진 점으로 '크룩스와 컬리 부인’을 꼽았다. 민 연출은 “재연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확장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조지와 레니는 잘 가고 있는데, 그 당시의 사회상, 지금과 다른 사상들이 조금 더 많이 비쳐져야 공연의 원래 뜻이 담길 것 같아서 원작을 따라 더 이야기를 넣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흑인 노예 크룩스를 무대에 올려 표현하고자 한 바에 대해 민 연출은 “대공황시대에 귀족계층이 어디 있겠나. 모두 노동자다. 그 안에서 계층이 나뉘는데, 꼽추나 노예가 하층민이 된다. 다 불쌍한 사람들인데 그 안에서 내가 잘났고, 내가 위고 아래고 하는 게 원작이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제외하고 레니와 조지의 서사로 가는 이야기를 바꿔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종 문제로 떠오르기에는 오래된 이야기다. 그래서 꼽추, 노예를 강조했다. 컬리 부인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남자와 말도 하면 안 되는 당시 시대 상황을 비춘다.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이상한 건데, 그때는 공론화해서 여자가 헤프다고 얘기하고 윤락여성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그 당시를 보여줌으로써 ‘저 시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사상의 중요성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초연과 달라진 컬리 부인을 연기한 한보라는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 좀 표현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등장해도 이미 ‘헤픈 여자’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었다. 초반에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이기적이고 철없는 모습도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절박했고 솔직했던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필요했고 외롭기도 한. 결혼한 여자가 꿈을 실현하는 게 어려웠던 시기인데, 사람들에게 더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인물이다.”

또 재연으로 오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초연부터 작품에 출연했던 김대곤, 최대훈, 문태유가 입을 열었다. 캔디-칼슨 역의 김대곤은 “어떤 작품을 하건 배우들이 연기에 만족한다는 게 경솔한 생각인 것 같다. 워낙 축소된 부분이 많아서 배역이 작아지기도 하고, 인원을 소극장에 맞춰 줄이다 보니 없어진 인물도 있었다. 현재 연기하는 역할 중 주된 인물이 캔디 영감인데, 그 감정 노선에서 초연 때는 ‘과연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연기의 선이 잘 전달이 되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다시 ‘생쥐와 인간’이 올라오고, 연출이 바뀌고, 각색이 다르게 된다고 들었을 때,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가는 기분으로 임했다. 크룩스 장면이 들어오면서 캔디 영감 노선이 진해졌다. 더 인간적일 수도 이기적일 수도 있다. ‘각자 생각으로만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연으로 오면서 조금 더 하나하나 대사를 깊이 있게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남은 공연 동안 세심하게 공부해서 더 보여주고 싶은 게 바람이며 욕심이다”라고 말했다.

레니 역 최대훈은 “변화된 점은 크룩스, 컬리 부인 모습의 항변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 김대곤 배우가 말한 것처럼 파장이 오는 부분이 생겼다. 재연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했다. 좋은 작품이지만 ‘과연 변화를 주고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부담이 있었다. 워낙 명작이고 오차가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잘 전달만 해도 좋을 거라고 믿고 임하게 됐다. 더 찾아봐야지 변화시켜야지 노력했지만, 혹시 지난번에 놓친 것이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없나를 주로 보고 대본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변화된 것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컬리 부인의 분위기는 현재 시점에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편견이나 선입견 같은 것. 작품의 저위층인 크룩스의 방에는 아무도 가까이도 가지 않는다. 그녀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부딪히는 게 레니의 모습이 초연과 가장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지 역 문태유는 “초기 대본 분석을 하는 시기에 민준호 연출이 ‘조지가 레니라는 친구와 함께 보내온 시간 만큼 분명 지침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게 큰 변화 포인트가 됐다. 초연 때는 챙기는 예민함과 날섬에 집중했는데, 재연에서는 그렇게 하다 보니 생긴 지침, 피로하다 못해 한계에 다다른 인내심을 더 드러냈다. 이게 레니와의 관계에서 중요하겠다고 봤다.  둘의 관계 끝이 가까워진 시기다. 조지의 인생에서 보면 극 속에서 보여지는 시간보다 몇 곱절의 시간을 레니와 함께 했을 테니 ‘그냥 예민하다’ 보다는 단순하게 포장하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에 초점을 두다 보니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면, 다른 인물이 보는 앞에서도 레니의 손을 털어주거나, 더러운 걸 못 만지게 하거나 눈치도 바로 줬었는데, 이걸 계속하다 보면 얼마나 간결해질까. 관객이 탁 느낄 정도가 아니라 고개를 쓱 돌리는 정도로 전달이 되지 않을까. 챙기는 걸 들키는 게 레니를 안 쫓겨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 초연을 보신 분들이 다시 재연을 보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태유는 ‘초연과 달라진 조지에 대해’ “초연 때 마지막 장에서는 레니를 내 손으로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고 들어왔다. 재연에는 그 결정을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더 망설인다. 마음의 명확한 선이 안 선 상태에서 들어온다. 1장에서 5장까지 쭉 연결되어 봤을 때 다른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상호 조지는 또 다른 본인의 해석이 있는 부분”이라면서 재연에서 자신이 다르게 표현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했다.

재연부터 새롭게 합류한 조지 역의 고상호는 레니와 조지의 관계에 대해 "레니는 일평생 옆에 있으면서 귀찮다고 생각하는 존재다. 농장을 전전하며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다니는데 두 사람의 사이가 궁금했다. 이 작품을 받았을 때, 이 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근접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온전히 레니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하고, 농장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우리만의 농장을 갖기 위해 레니를 데리고 다니는 건데. 레니는 조지에게 소중하다.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라,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존재다.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밖에서 보면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이는 사람이다. 레니는 늘 옆에 있던 아이인데, 사건에 휘말리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과정 중 하나다. 긴 세월 동안 얼마만큼 관계를 쌓아오게 되었는가를 고민했고, 앞으로 더 깊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생쥐와 인간’은 '사람은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할 때 연대를 통해 발휘되는 힘이 생의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로 관객을 응원하고 위로한다. 연극 '생쥐와 인간'에는 조지 역 문태유 고상호, 레니 역 서경수 최대훈, 컬리 부인 역 한보라 김보정, 캔디·칼슨 역 김대곤 김종현, 컬리·슬림·크룩스 역 차용학 송광일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17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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