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Stage+] '생쥐와 인간' 배우들이 말한 캐릭터 이야기 #1인多역 #폭력성
[e-Stage+] '생쥐와 인간' 배우들이 말한 캐릭터 이야기 #1인多역 #폭력성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0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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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생쥐와 인간' 배우들이 말한 캐릭터
1인 다역, 상반된 인물들
레니의 결말, 폭력성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지난해 7월 국내 처음 선보였던 연극 ‘생쥐와 인간’이 새로운 캐릭터와 기존 인물의 서사를 보강해 재연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9월 24일부터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생쥐와 인간’은 미국 현대문학 거장 존 스타인벡의 명작이다. 1937년 원작 소설 출간 및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며 꾸준하게 사랑받아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이후 대학로 극단 및 대학교 공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연되어 왔으나,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관객에게 선보인 건 2018년 공연이 최초다.

미국 대공황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인물들의 좌절, 절망, 이루지 못한 꿈을 다루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연대를 통한 희망, 우리가 함께하는 가치를 전한다. 친구 레니를 무심한 듯 살뜰하게 챙기는 영민한 조지, 지능은 낮지만 선하고 순수한 레니를 중심으로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컬리 부인, 목장 주인의 아들 컬리, 손을 다친 영감 캔디 등 다양한 인물이 당시의 상황을 그려낸다.

소극장 무대로 꾸려지면서 핵심적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1인 多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 캔디·칼슨 역의 김대곤, 김종현과 컬리·슬림·크룩스 역의 차용학, 송광일이다.

김대곤과 김종현이 연기하는 캔디와 칼슨은 상반된 캐릭터다. 캔디는 나이 들고 손을 다쳐 쓸모가 없어진 농장의 오래된 일꾼이고, 칼슨은 젊고 거친 농장의 일꾼이다. 극과 극으로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초연부터 출연했던 김대곤은 “감정적인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길어질 것 같다”면서 “외향적으로 상반적 캐릭터이기 때문에 육성적으로 차이를 두는 것이 큰 차이다. 내면적으로야 워낙 상반된 시대를 대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 공연을 보시면 확연하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데뷔한 신예 김종현은 “빠르게 전환하는 비법은 안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바뀔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게 비법인 것 같다”면서 두 인물을 오가며 빠르게 변신하는 비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1인 2역 하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문제에 대해 이중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시각으로 두 캐릭터 바라보고 연기하고 있는지 드러냈다.

차용학과 송광일이 연기하는 세 인물 또한 모두 결이 다르다. 컬리는 어리고 호전적이며 레니에게 적대감을 가진 농장주의 아들이고, 슬림은 노새끌이들의 우두머리다. 재연에서 새롭게 투입된 크룩스는 마구간지기로 다른 농장 노동자들과 숙소조차 함께 쓰지 못하는 흑인 노예, 약자 속의 약자다. 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차용학은 “세 가지 다른 계층이라기보다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 구분을 지어놓은 그것마저도 안타까운 상태인 것 같다. 다른 계층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연기하면서 준비했던 부분은 이 인물들이 가진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우리의 작품이 더 잘 표현될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캐릭터를 통해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다. “차용학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입을 연 송광일은 “조니와 레니는 그대로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 환경, 계층에 따라 다르게 본다. 그게 안타깝다. 1인 3열을 하면서 우리도 살아가면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생쥐와 인간’은 모두 더블 캐스팅이다. 이에 대해 민준호 연출은 “트리플로 캐스팅을 했다면 작품의 맛을 살리기 힘들었을 것 같다. 더블이라 다행이다. 요즘에는 원캐스트 하기 힘든 환경인데, 연출가로서는 원캐스트를 좋아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도 더블 캐스트로 작품성을 올리자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블이어서 즐겁게 연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맑은 영혼을 지닌 레니지만 결과적으로 폭력으로 누군가를 죽게 한다. 레니의 폭력성에 대해 레니 역 서경수는 “객석에 다가갔을 때 내용 자체가 거부감이 들수도 있고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사실상 레니가 윤리적인 부분을 인지한다면 오히려 폭력적인 느낌일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윤리적 측면을 떠나서 레니가 부인을 죽인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우발적이고 레니의 안타까운 상황을 위해… 참 어렵다. 여자의 죽음이 왜 이렇게 됐는지…”라고 고심하며 말하다가 결국 마이크를 최대훈에게 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서경수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레니 역 최대훈은 “요즘 세상에 민감한 부분이다. 초연 당시 원작 그대로 하려고 했으나 오픈 전에 이미 항의를 받았다. ‘왜 이름 없이 컬리 부인이냐’ ‘창녀라고 할 거냐’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거슬리는 부분을 많이  없애려고 노력했다. 재연에서도 조심하려고 했다.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 관객 마음을 헤아리는 측면도 있었지만 레니의 사고는 우발적이고 실수였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거친 표현은 덜하려고 애썼다. 레니에게 접근하면서 이 사람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정했다. 불편한 부분이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수’가 아닌 ‘소수’일 것이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것들을 안 보이는 색채로 하려고 주변에 많이 물었다. 조심스러웠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이 염두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대신 텍스트에서 많이 찾고, 거슬리는 건 정리하려고 하면서 레니에게 접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면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민준호 연출은 “경수가 한 얘기 우발적인 것, 도덕관을 갖고 사람을 죽인다면 더 잔인하지 않겠나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 같다”면서 서경수가 끝맺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지금의 입장에서 볼 때 폭력적 장면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발전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이다.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보여드리려고 했다. 창년 소리를 듣고 헤프고 돌아다니는 말을 들으면서 무조건 오해하는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다. 그런 취급을 받아야 했다는 걸 드러내는 거다. 당시 원작의 대사는 지금 들으면 무조건 거슬린다. 다른 방법으로 보여드리자 생각하고 작업했다”면서 90여 년 전의 이야기를 현재 무대에 올리며 고민했던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생쥐와 인간’은 초연 당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무대로 좋은 평을 받았다. 환상적 색채의 조명과 바스락거리던 커피콩, 그리고 이리저리 옮겨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소품까지. 큰 틀의 변화는 없었지만 재연에서는 커피콩 대신 팥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민준호 연출은 “커피콩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에 팥을 했다. 저는 팥이 좋다. 커피콩 무대를 못 봤지만 냄새도 안 나고 여러 가지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장주와 농장 노동자의 관계를 다루던 ‘생쥐와 인간’은 약자 캐릭터 추가 및 강화로 또 다른 차별과 상처에 대해 다룬다. 미국 대공황시대에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인물들의 고뇌와 슬픔, 약자들의 모여 그리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꿈 등 어느 시대를 살고 있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통찰하는 이 작품은 연대를 통해 발휘되는 힘이 생의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로 관객에게 힐링을 전한다.

연극 ‘생쥐와 인간’에는 문태유, 고상호, 최대훈, 서경수, 한보라, 김보정, 김대곤, 김종현, 차용학, 송광일이 출연한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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