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ge] 개인의 삶에서 비춘 우리 현대사,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e-Stage] 개인의 삶에서 비춘 우리 현대사,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02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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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온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김재엽 작·연출의 실제 가족사 바탕
개인의 일생에 촘촘히 엮은 우리 현대사
남명렬-정원조 등 초연 배우들 출연

“이 연극은 지금은 곁에 없는 죽은 아버지들의 삶에 대한 연극이다.
그리고 그 죽은 아버지들의 꿈이
바로 살아 있는 우리들이었음을 기억하는 연극이다.“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개인의 일생에 우리 역사를 촘촘히 엮은 전개로 한국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알리바이 연대기'가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다. 

김재엽 작·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가 5년 만에 돌아온다. 201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이 작품의 재공연을 기다린 관객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연출을 맡은 김재엽 본인과 그의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이야기는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택한다. 역사책에서 도드라지던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얽어내는 과정은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작·연출 본인이기도 한 극 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있게 써 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할아버지의 역사는 아버지에게로, 그리고 그 역사는 다시 아들에게서 손자에게로 흘러간다는 세상의 이치를 전한다.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말한 김재엽 연출은 극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2013년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배우 남명렬의 진솔한 연기는 평단과 객석 모두의 극찬을 받았다. 아버지 ‘태용’ 역을 맡은 남명렬은 풍랑의 시대에 갈등하던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지난한 세월을 거쳐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 모습까지, 아버지의 일생을 호소력 있게 담아냈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이끌며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재엽’ 역의 정원조, 방황하던 지식인 형 ‘재진’ 역의 이종무와 실제 나이를 한참 거슬러 모든 아역을 도맡으며 작품에 재미를 더하는 지춘성 등 탄탄한 내공을 자랑하는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와 진한 감동을 전한다.

초연 당시 소극장 판에서 시작된 '알리바이 연대기'는 백성희장민호극장을 거쳐, 2019년 명동예술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경북대와 주인공의 대구 집 등은 극장에 맞게 더 커진 스케일로 구현된다. 거대한 무대와 그 앞에 선 배우들이 이루는 미장센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기존 공연에서 엇갈려 지나가던 부자(父子)의 자전거에 이어, 세발자전거가 새로운 소품으로 등장해 미래 세대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무대 위 영상으로 구현되는 1960~70년대 풍경 역시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국립현대미술관 2018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화가 정재호가 그린 근대도시의 풍경과 건축물들이 영상으로 등장해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지나온 우리 현대사를 더욱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 대해 김재엽 연출은 “아버지가 되고 나니 아버지의 이야기가 새롭게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현대사, 보편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격동의 시대에 소시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택해야 했던 일상의 알리바이와 한국 현대 정치를 이끌었던 이들이 권력을 위해 만들어온 정치적 알리바이의 접점을 바라보며, 당대를 살아낸 또 다른 아버지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대한민국을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또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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