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02:00 (일)
[e여행정복-부산편⑧] 부산의 서점 여행 '문화의 도시'를 만나다
[e여행정복-부산편⑧] 부산의 서점 여행 '문화의 도시'를 만나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9.10.0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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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뉴스데일리 김유정 기자] 전국적으로 대형 서점을 제외하고 동네 서점은 거의 사라졌다,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돼 자연스레 동네 서점의 경쟁력은 사라졌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책을 택하는 사람 역시 줄어들었다. 전자책 시장이 급 성장하면서 휴대용 디바이스로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도 한 몫했다. 

어느 대형서점에 써있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글귀처럼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시집갈 때 책만 가져갈 거냐는 외할머니의 타박을 들을만큼 책을 사랑하는 엄마를 둔 덕에 글씨도 모르는 때부터 책 속에 파묻혀 살아 자연스럽게 책을 접했다. 이사 다닐 때에도 엄마 책, 내 책만 합쳐도 커다란 책장 다섯 개는 채우고 남을 만큼이라 이사짐 센터 아저씨에게 불평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을 비롯해 중고등학교 때에도 열심히 공부하기보다 책을 훨신 많이 읽었는데 그게 알게 모르게 학업 성적에도 도움이 됐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빨리 읽게 되니 언어영역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다. 또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 주워들은 풍월들이 있다보니 사회탐구 영역에서도 꽤 도움을 받았다. 

어릴 때 책을 읽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어렵고, 청소년기에 읽은 책이 인생을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물론 부모님들 마음에는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게 훨신 매력적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들 보다도 스무살에 처음 접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은 주로 교육부가 추천하는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소설같은 종류로 대체적으로 클래식한 해외문학이나 태백산맥이나 아리랑과 같은 민족적 가치가 담긴 한국문학이었다. 

그동안에 읽었던 책들도 물론 훌륭한 가치가 있는 책들이었지만 그 책에서는 한 사람 개인으로서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감과 위로는 느껴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실의 시대에서는 한 사람 개인의 인생을 다루며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인생에서 겪는 상실감 등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었다. 고민을 공감을 해주는 책을 처음 만나게 됐다.

그 후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문학에 심취하며 타인에게는 사소하지만 자신에게는 거대한 풍랑같은 감정과 고민들을 면밀하게 위로받으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 ‘네가 틀린게 아니라 너는 다른거다’, ‘너만 불행한 것이 아니다. 너만 힘든 것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말이다.

책은 이렇듯 막강한 힘을 가졌다. 특히 10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언제 지나갈지도 모르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 같지만 수많은 이유로 괴롭고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10대에게는 책은 위로이자 나침반이다.

그렇다. 어떤 책이 더 우월하고 옳고 훌륭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이 필요하고 이런 책도 세상에 있다고 알려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디고 서점
인디고 서점

 

이런 의미로 부산에 사는 청소년은 참 행복하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내몰려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성장은 돌보지 못한채 꿈조차 온전히 꾸지 못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을 위해 인디고 서점은 세워졌다.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엄선해 서점에 들이며 청소년을 위해 책을 추천한다. 또한 책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나 저자 사인회가 아닌 지역에 문화에 소외되는 청소년을 위해 한달에 한번 주제와 변주라는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진다. 이뿐만 아니라 독서회와 강연들을 열고 청소년이 주체로 만든 잡지를 펼쳐내기도 한다. 

부산의 청소년을 위해 이런 공간이 존재하며 청소년과 책과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부산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가 참 밝다. 

인디고 서점
인디고 서점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인디고 서점은 따로 시간을 내 방문해야만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꼭 시간을 내 방문해 차근차근 내 어린 시절을 위한 책 한권쯤 골라보길 바란다. 인디고에서 펴낸 책을 골라보는 것도 더욱 좋고. 커다란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인디고 서점에서 찬찬히 책을 고르는 것 자체가 꿈을 온전히 꾸는 것에 대한 시작이 된다. 

영광도서
영광도서

 

영화의 도시 부산, 문화의 도시 부산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것에는 대단한 서점들이 버티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청소년을 책임지는 인디고 서원이 있었다면 부산 시민을 위해서는 영광도서가 있다. 1968년에 문을 연 영광도서는 120만 부산 시민의 3분의 1인 40만 정도가 영광도서의 회원일만큼 부산 시민의 자존심으로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재벌형 대형서점이 독식하고 있는 현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지역 서점이다. 영광도서는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부산 문화를 지키는 문화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영광독서토론회가 있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하는 강연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토론을 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파격적인 형식이었다. 지난 2013년 부산시사 직할시 승격 50년을 기념해 부산의 보물을 찾는 부산 기네스 시민 공모를 했을 때도 영광도서의 영광독서토론회가 4위에 랭크될 만큼 부산 시민의 영광도서 사랑이 특별하다.

토론회 초반에는 강연 형식이 익숙한 작가와 독자들의 참여가 저조했지만 지속적으로 열며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며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영광도서 토론회를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서 돌 정도다. 작가의 무료참석이라는 원칙 덕택에도 질 좋은 토론회가 열리는 것이라는 후문이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개최하는 토론회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영광도서에 들러 부산 시민의 책 사랑, 문화 사랑을 느껴보자. 

 

좋은 책도 식후경

 

#마라톤집

마라톤집
마라톤집

 

영광도서에서 길을 건너 조금 걸으면 발견할 수 있는 마라톤집은 50여년 전에 시작된 전통있는 부산 맛집이다. 만화 식객에서도 소개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마라톤집은 이름부터 재밌는 전통을 느낄 수 있다. 

60년대 20석 밖에 안되는 규모의 식당이지만 계란과 해물을 철판에 부친 해물부침이 인기가 좋아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줄을 오래 선 손님들이 앞사람에게 빨리 먹고 나가란 의미로 ‘마라톤 합시다’라고 외쳤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을 뛰는 모습을 보고 마라톤의 의미를 잘 모른채 그저 빨리 달리는 것이라고 이해한 손님들이 빨리 먹어라는 의미로 마라톤을 사용한데서 식당이름도 시작됐다.

또 이 집 메뉴 중 재건도 이름만 보고는 어떤 음식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데 이 역시도 6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 운동으로 인해 재건 열풍이 불면서 재건복, 재건담배 등 양이 많고 싼 것을 일컬어 재건이라고 불렀다. 

 

마라톤보다 가격이 저렴한 해물부침을 손님들이 재건이라고 부르면서 현재까지도 재건이라고 부른다. 

마라톤집은 맛도 맛이지만 이런 재밌는 전통이 있어 부산의 역사가 담긴 서점을 들렀으니 그런 의미를 이어 방문하면 좋다. 식객에서 추천한 오뎅과 대표메뉴인 마라톤이 제일 많이 팔리는 음식인데 입맛에 따라 조금 느끼할 수도 있다. 잔 정종도 판매해 함께 어울리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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