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강상준 "'다윈영의 악의기원' 재연 포인트는 촘촘한 디테일"
[인터뷰①] 강상준 "'다윈영의 악의기원' 재연 포인트는 촘촘한 디테일"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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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자유를 꿈꾸는 소년 레오 마샬 역 강상준
다윈 역 최우혁과 끈끈해진 친구케미, 촘촘해진 디테일로 기대감 고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비상(飛上)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선배들 뒤에서 큰 키로 존재감을 뽐내던 그는 어느새 무대 가장 앞에서 극을 이끌고 관객을 마주한다. 결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신중한 자세로 배역이라는 옷을 입는다. 최선에서 그치지 않고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서져라 파고들고 결국 자신만의 맞춤옷을 찾아내고야 만다. 조바심내지 않는 욕심쟁이 배우 강상준의 이야기.

배우 강상준은 오는 10월 15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무대에 오른다. 3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에 대한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계급과 정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초연 후 1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레퍼토리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1지구부터 9지구까지 계급별로 사는 곳이 나누어져 있고 최상위층의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주인공 다윈이 다니는 ‘프라임스쿨’은 모든 아이와 부모가 입학을 희망하는 학교다. 들어가는 자체만으로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는 그 학교에는 다윈과 레오가 재학 중이다. 반대의 성격이지만 절친한 친구가 된 두 아이는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루미에게 얽혀 생각하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강상준은 레오를 연기한다. 버즈의 아들로 아버지를 닮아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다시 돌아온 작품에 같은 역으로 출연하게 된 소감을 묻자 대뜸 “기쁘다”고 답한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작년에 했던 기억과 아쉬웠던 부분이 휘발되기 전에 돌아와서 기쁘고, 모든 멤버가 그대로 돌아와서 시작부터 디테일한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초연을 못 본 분들이 소문을 듣고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다. 그동안 원작을 읽은 분들도 많다.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표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원작에 익숙해진 분들은 그 지점이 흠으로 보일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거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넘어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초연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호평을 받았다. 서울예술단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여러 파생 콘텐츠도 만들어졌다. 단 9회라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기에 재연을 기다린 관객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1년 만에 다시 레오를 만나게 된 강상준의 소회가 궁금했다.

“작년에 했던 연기와 동선을 찾아보고 수정하고 있다. 딱 레오라고 한정하기보다 '당시 우리 공연의 방향성에 맞게 이런 시도를 했었구나' 라는게 보여서 배우로서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무래도 초연이라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의 밀도에 맞는 정도로 보여드린 것 같다. 그때와 노선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레오를 조금 더 묵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을?) 별거 아닌 것부터다. 중요한 것들은 변함이 없지만 행동, 제스처, 말의 뉘앙스 등 초연보다 채워 넣을 수 있는 것들이다. 지난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전작이 ‘국경의 남쪽’이었다. 그래서 16세로 보이기 위해 말투를 애처럼 하려고 했던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덜 애처럼 표현하려고 한다.”

작품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으나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왔기에 밀도 높은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소한 것부터 촘촘하게 메꿔가는 재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레오는 어떤 모습일까.

“레오의 변화를 말하려면 다윈의 달라진 점부터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건 훨씬 더 가까워진 친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거다. 초연 때도 (최)우혁이와 가깝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친해지면서 작은 스킨십이 많아졌다. 현실 친구 같아진 감각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레오는 작품 안에서 서사가 주도적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윈과의 관계나 시험 볼 때 등 다윈이 뒤에 있을 때의 이야기에 더 신경 썼다. 서브텍스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

초연 당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가장 크게 드러내는 부분은 ‘씻지 못할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정의, 양심 등에 관한 이야기다. 그 가운데 레오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크게 상관없다”면서 이유를 설명했다.

“레오가 과감한 행동을 하긴 하지만 용서받지 못할 죄는 아니다. 오히려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의 부조리, 규격화되어있는 질서를 벗어나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레오다. 그런데 다윈이 그런 친구를 죽이고 어른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철없고 위험한 행동인데 그 메시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드러내 준다. 더 많은 의미가 있지만, 다윈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친구를 죽이고, 원작과 다르게 무대에서는 사랑도 죽인다. 레오는 그 가운데 하나다. 어쩌면 다윈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 레오는 장례식에서 다윈을 바라본다. 강상준은 그때 드는 감정이 날마다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날은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너라도 잘살아라’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생명은 죽음에 대한 질문, 용서할 수 있는가’ 이 텍스트에 맞는 정서를 지니고 서 있어야 하니까 후디의 망령이 된 사람들처럼 존재한다. 제이랑 함께 있는 의미도 있을 거다. 다윈이 제이랑 레오를 보는 시선이 있는데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체성을 가진 레오가 아니라 다윈이 레오를 보고 느낄 것 같은 시선으로 존재한다. 죄책감에 대한 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품 속 레오는 16세 자유를 꿈꾸는 프라임스쿨 보이 그대로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그대로지만 강상준은 1년간 여러 작품을 경험하며 배우로서 성장했다. 어쩌면 다른 시각에서 레오가 보이거나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 놓여있고 상대적이다. 레오가 어디를 생각하는지 말을 하자면 배경과 주변인 것 같다. 레오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풍성해졌다. 원작에 대해, 또 다윈과 루미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예를 들면, 대사가 한 줄 밖에 바뀌지 않았는데 레오와 루미의 관계가 연결되는 부분이 생겼다. 버즈가 루미에게 ‘레오에게 물어볼게’라고 답하던 것을 ‘레오에게 직접 물어봐’라고 말하면서 이후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품을 하면서 느끼지만 '정말 서사도 탄탄하고 넘버도 좋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웃음)”

극 속 다윈과 레오처럼 1년 동안 사이가 깊어졌다는 강상준과 최우혁. 기대할 만한 ‘친구 케미’를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일적인 케미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연습하면서 느끼는 건데 둘이 생각하는 장면의 방향성이 되게 잘 맞는다. (최)우혁이가 저보다 어리지만 큰 무대 경험이 많다.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감각이 뛰어나다. 나는 창작 작품을 많이 해서 방향성을 잘 본다. 내가 울타리를 쳐주면 우혁이가 나무를 막 심는다. 놀러 다니는 케미가 아니라 작업할 때의 케미가 굉장히 잘 맞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드러나는 합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날 동석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성격이 반대다. 실제로는 강상준이 다윈, 최우혁이 레오 같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사석에서 만나 가볍게 술한잔 하는 자리에서도 두 사람은 꼭 다윈 영 이야기를 한다”면서 작품에 푹 빠진 모습을 증언했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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