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다윈영' 강상준 "어른이란? 아이 같은 표현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
[인터뷰②] '다윈영' 강상준 "어른이란? 아이 같은 표현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11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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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지 못할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는 작품의 메시지
추악한 진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목숨
다윈의 시선에서 다시 한번 마주하는 근원적 문제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키가 무척 크고 웃는 것이 해맑아 허당 청년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철학적인 의견과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를 지닌 강상준. 그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실존주의적 작품이며 가해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의외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에 관련하여 깊고 긴 이야기를 할 때 해석 범위의 확장을 할 수 있는 말과 즐거움을 주는 흥미로운 배우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16세 소년이 어른으로 가는 관문에서 마주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비밀로 품으면서 완전히 달라진 삶의 태도로 일종의 ‘어른’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이전의 자기 세계와 결별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이며 근원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그렇다면 레오를 연기해온 강상준이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감내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고, 책임감과 연결된다는 걸 알면서도 불길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그때부터 어른인 것 같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른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증표를 주잖나.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같은. 그때부터 책임을 인식하면서 사회에 맞춰가려고 하는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는 이차 성징 외에 어른이 된다는 증거가 없는데, 스무 살이 되면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 혹은 정서적 구실이 생기면서 사람의 심리가 뒤틀리기 시작한다고 본다. 아이의 욕망은 한 생명으로 자라나 사라지는 것뿐인데,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고 싶을 때도 분명 있지 않나. ‘어른이 된다는 건 사실 없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진짜 어른이라는 건 아이 같은 순수한 느낌이나 정서, 감정을 잘 표현하면서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처럼 놀 줄도 화낼 줄도 알고, 그 뒤에 따르는 책임까지 지면서 어른의 의무를 다하는 것. 쉽게 말하면 표현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지 않을까 싶다.”

ⓒ서울예술단

작품에서 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한 ‘씻지 못할 죄’를 지은 적이 있는지 질문하자 “그랬다면 여기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웃는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현실적인 답변을 건네어 어른의 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부모님께는 연극을 시작한 것이 씻을 수 없는 죄다.(웃음) 지금은 좋아하신다. 음, 아니려나? 내가 어릴 때는 외고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라셨었다.”

레오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넘버를 묻자 ‘친구 Rep.’라고 즉시 답한다.

“따뜻하다. 넘버 안에 따뜻함, 기대감, 도전정신, 당당함이 다 담겨있다. 음색도 서정적이다. 꼭 놓치지 말고 들어주시길 바란다.”

자유를 꿈꾸는 레오는 아버지 버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레오가 버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닮고 싶은 존재다. 버즈는 유명인이잖나. 레오에게도 이 점은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이기 때문이다. 자기 소신을 갖고 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버지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신념을 동경하고 존경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르포 기자처럼 질문한다. 공기를 깨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행위를 하는 거다. 버즈는 레오에게 한없이 닮고 싶은 존재다. 보통 현실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고 싶어 하는데, 레오는 그렇다. 원작보다 공연에서 조금 더 롤모델, 동경하는 선망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레오는 자유를 갈망한다. 그가 바라보던 학교 담장 밖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물었다.

“담장 밖 세상은 학교 안에서는 모른다. 그저 레오는 학교 자체를 벗어나려고 했던 거다. 그 욕구가 더 컸다. 작은 동물을 우리 안에 가두면 나가고 싶어 하잖나. 그런 맥락이다. 경험주의자인 레오는 자기가 경험한 것에 대해 믿는 주의라 학교 밖은 아직 미지의 세상이다.”

그렇다면 레오가 꿈꾸던 자유는 학교 밖에서 교복을 벗어야만 누릴 수 있었던 것일까. 학교와 교복이 레오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레오는 그냥 학교가 성격에 안 맞았던 거다. 체계화된 곳에서도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레오는 아니었다. ‘자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지만, 레오 마샬(Leo Martial)의 이름은 역동적인 사자라는 뜻이다. 작가가 이름에 명확하게 의도한 바가 성격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 학교나 교복은 하라니까 하는 거잖나. 자연스럽지 않은 거라는 맥락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강상준이 레오를 통해 본 ‘진실’은 어떤 모습일까.

“진실은 언제나 정형화된 모습이 없다. 그래서 진실은 긍정적인 것에 쓰이지만, 추악할 수도 있다. 원작 속에서 진실의 추악한 면을 보게 되는데, 우리가 그걸 엔터테인먼트로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장점이다. ‘인간의 조건’ 같이 풀어낸 것이 아니다. 철학자의 사유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여러 사람이 즐기기에는 어렵잖나. 레오 덕분에 이 세계관에 대해 고민하고 들여다봤는데, 그 결과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일부분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진실이 아름답지만은 않구나’ 느끼게 된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공연에서 위안을 받는 건 후디의 망령이 따라다닌다는 거다. 비록 벌은 받지 않더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이런 부분이 공연에서 친절하게 비쳐진다고 본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개막 4일을 앞두고 있다. 이제 완성형에 가까워진 레오를 연기하면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을 물었더니 “밸런스”를 꼽는다.

“작가가 명확하게 이름에 의미까지 부여해서 인물들을 구성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 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원작 소설은 글을 따라가다 보면 딱 전달이 되는데 공연에서는 움직임이라는 표현으로 소설의 문체를 전달해줘야 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초연 때는 배우 등장할 때 빼고는 즐거운 장면이 없었다. 조금 더 다윈과의 관계에 무게감을 주려고 한다.”

오리지널 멤버가 모두 돌아온 재연 무대는 큰 틀은 유지한 채 작은 변화들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선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대감을 높이는 모든 조건이 완성된 상황에서 연습실의 풍경은 어떤지 묻자 “모두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고 말한다.

“재연이지만 다들 열을 올리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다. 나와 다윈(최우혁)은 쉬는 날에도 연습실에 나와서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초연에서 했던 장면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엄청 바꿨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부분도 있다. 기대해도 좋다.”

재연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는 포인트 소개와 관람 독려 한 마디.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다윈 솔로곡의 변화와 함께 초연에서 완성하지 못했던 디테일 등이 바뀌었다. 여러 캐릭터가 더 촘촘한 서사와 연결고리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에는 디테일을 연결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자신 있게 이만한 뮤지컬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뮤지컬에서 뭘 느끼고 싶어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밀도 있는 대극장 뮤지컬을 보고 싶다면 이번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꼭 놓치지 않고 봐주시면 좋겠다.”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흥미로운 판타지로 풀어낸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는 강상준(레오 역)을 비롯해 다윈 역 최우혁, 니스 역 박은석, 루미 역 송문선, 러너 역 최정수 등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15일부터 10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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