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 추가된 넘버와 디테일, 더 매끈해진 이야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e현장] 추가된 넘버와 디테일, 더 매끈해진 이야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0.16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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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리 작가 소설 원작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1년 만에 돌아온 재연, 추가된 넘버로 풍성해진 음악
창작진과 배우들이 강조한 촘촘해진 디테일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지난해 '센세이셔널하다'는 평가를 받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재연 무대로 돌아왔다. 추가된 넘버와 촘촘하게 메꿔진 디테일이 첫 공연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0월 1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는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다윈 역 최우혁, 루미 역 송문선, 레오 역 강상준 및 작가 이희준, 작곡가 박천휘, 연출 오경택, 안무가 안영준, 음악감독 김길려, 유희성 이사장이 참석했다. 핵심 배역을 맡은 박은석(니스 역)은 제작사의 불찰로 스케줄 조정을 하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초연 무대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3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에 대한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계급과 정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서울예술단만의 색을 입혀 완성한 수작이다.

재연 무대는 초연 무대를 함께했던 오리지널 멤버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그 가운데 최우혁은 단원이 아님에도 ‘공연 기간은 짧고 연습 기간은 긴’ 서울예술단 공연에 다시 참여하게 된 이유와 소감을 전했다. 최우혁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계속 읽었던 것 같다. 대본을 보고, 원작을 읽기 시작했는데 사람으로서든 배우로서든 저에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 있었다. ‘이건 무조건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힘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첫 공연을 올렸는데, 마이크를 떼는 순간까지 잘 웃지 못했다. 이후 점차 웃을 수 있게 됐는데, (공연 기간이) 짧게 끝났다. 재연으로 오면서 부담감과 중압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낼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컸다고 표현할 수 있다.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을 만큼 내가 온전히 이끌어나갈 수 있는, 책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레오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처음 맡았다”고 말한 바 있던 강상준 또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재연에서 모든 배역이 원캐스트 그대로 돌아왔다. 사실 배우들끼리는 초연 작업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던 상황이라, 상견례 전부터 ‘이런 디테일을 시도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원작이 900페이지에 분량이다 보니 역할들이 하는 표정, 제스처에 대해 소설에 써 있던 구체적인 문장들이 있잖나.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은 공연까지 계속해서 정서적인 디테일을 늘려갈 수 있도록, 맞춰가는 즐거움이 있는 공연이다”이라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초연 멤버로 무대에 함께 서게 된 소감을 전했다.

주연 배우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루미의 송문선은 “처음 느꼈던 건 부담감이 컸다. 초연보다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걱정이 앞섰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공연을 하며 심리 및 인물 묘사 등 디테일한 부분을 나타낼 수 있도록 찾는 게 목표”라면서 계속해서 성장해갈 모습을 당차게 포부로 내비쳤다.

재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음악적인 변화다. 우선 추가 넘버가 있다. 이에 대해 박천휘 작곡가는 “이번에 추가된 곡은 ‘사랑해야 한다’ 있던 자리에 들어간 ‘밤이 없었다면‘이다. 다윈이 각성하고 악행을 저지르러 가게 되는 계기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잘 쓰고 싶었던 곡인데, 어물쩡 거리다가 마지막에 썼다. 초연에서 들려드린 곡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건, 초연 때는 다윈 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정서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라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갈까’ 걱정이 많았다. 박지리 작가 원작에 있었던 진정한 악을 완성하는 다윈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 같다”면서 초연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 ‘밤이 없었다면’라는 넘버로 바꾸면서 악의 근원으로 가는 길을 표현하고 싶었다. 곡이 훨씬 더 어두운 곡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다는 감정으로 관객을 끌어안는 곡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윈이 먼저 앞서 나가서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드러냈다”면서 “초연 때는 니스 역의 박은석에게 어려운 곡이 많이 갔는데, 이번에는 최우혁에게도 원하는 대로 어려운 곡을 줬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새로운 넘버를 받은 최우혁은 “처음 ‘밤이 없었다면’을 연습할 때 너무 좋았다. 동시에 ‘이런 곡이 있구나’하면서 불안한 느낌도 들었다. 악보를 보니 다 선에서 벗어나 있었다. 쉬는 부분이 없었다. ‘이게 재연에서 가장 큰 다윈의 고통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음을 낮추거나, 다른 방향으로 편곡을 부탁하기는 싫었다. 마음은 굴뚝같았다.(웃음) 공연 때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도록 연습했다. 뿌듯함보다 해냈다는 느낌”이라면서 재연 무대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넘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경택 연출은 넘버 외에 작품에서 발전한 부분에 대해 ‘디테일’을 꼽았다. 오 연출은 “원작 소설의 분량이 많은 작품이다. 그걸 2시간 35분 안에 압축해서 표현하다 보니 대사 하나, 가사 하나, 음 하나, 배우의 표정, 호흡이 모두 압축된 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초연 때 이 작품을 받고 구성, 편곡, 형상화 지점을 지나 몇 달을 노력해 올렸다. 재연에서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작품이라는 것의 처음 출발이자 완성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재연으로 오면서 초연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새로운 넘버를 필두로 장면의 진행, 속도, 밀도감 디테일을 하나하나 잡아가면서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소 어둡고 매니악한 부분이 있는 콘텐츠가 관객들에게 어필 가능했던 이유는, 이야기 흐름 자체는 기존에 있었던 대중문화 코드에서 벗어나 있는, 하지만 그 안에 대중적 코드가 많이 담겨있다. 계급사회로 나뉘어진 세계관, 살인, 스릴러, 추리 등 이런 것들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대중적 요소가 강하다. 러너-니스-다윈 삼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요소다. 이런 부분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어필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하면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결을 빚어낸 바탕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냈다.

서울예술단 작품에서 이례적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생성하고 ‘신드롬’에 가까운 형상을 불러일으킨 故 박지리 작가의 소설 원작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는 배우 박은석, 최우혁, 강상준, 송문선, 최정수 외 서울예술단 단원이 출연한다. 오는 10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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