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행, e발길이 닿다] '올레 20번길' 제주 김녕 금속공예 벽화 마을 
[혼행, e발길이 닿다] '올레 20번길' 제주 김녕 금속공예 벽화 마을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9.11.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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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김유정 기자]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거창한, 소박하고 고요한 동네. 올레길 20번 코스 따라 이어진 ‘제주 김녕 금속공예 벽화 마을’은 해녀들의 애환이 담긴 금속공예 벽화를 좇아 사부작사부작 돌아보기 좋다.

사진=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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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템포로 공존하는 동네 주민의 삶. 수만 가지 심상이 스치는 골목골목을 지나 해녀의 숨결을 맡으면 더 소리 없이, 더 깊숙이 걷게 된다. 이끌리는 감각에 맡겨둔 마음의 자리. 저무는 가을, 예술로 피어난 꽃길을 그리며 김녕의 시간 속으로 파고든다. 

사진=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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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20번 코스를 따라 걸으면 금속공예 갤러리에 온 듯하다. 앙증맞은 고양이들이 무리 지어 골목대장 놀이를 하고, 원더우먼으로 변신한 기운 센 해녀부터 상상 속 제주의 돌고래까지 재치 넘치는 예술 작품이 끝없이 따라온다. 낚싯대와 물고기 조형물 사이 아무렇게나 걸쳐진 주민의 작업복마저 아티스틱한 풍경. 예술과 마을의 삶이 맞닿은 그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사진=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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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 금속공예 벽화 마을은 해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벽화로 가득하다. 우는 아이 손을 떼놓고 물질하러 가는 엄마는 독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있다. 짠한 벽화로 첫 걸음을 떼는 사이 해녀들의 일상이 묵직하게 차오른다. 

제주는 ‘해녀의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김녕만큼은 그렇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살아 있는 유물. 그간 수차례 제주를 찾았건만 그들의 일상을 미처 헤아리진 못했다. 

그때서야 돌담 너머 자리한 작은 집 마당에 물질 흔적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해녀들이 모여 사는 동네. 모르는 척 지나친 지난날의 고생사가 조금씩 얼굴을 내민다. 엄마로서 또 해녀로서 주름이 늘 때마다 자식들은 나이를 먹었다. 

‘저승 돈 벌러 감져’라며 물속으로 뛰어든 김녕의 어머니. 할머니처럼 늙어버린 얼굴엔 어머니를, 잠수복 입은 얼굴엔 해녀를 담은 대형 벽화는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인생 다큐멘터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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