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책을 담다] '인간의 흑역사' 왜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할까
[e책을 담다] '인간의 흑역사' 왜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할까
  • 윤지호 기자
  • 승인 2019.11.2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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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저질러온 대실패의 기록.
ⓒ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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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윤지호 기자]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천 년간 물어온 이 질문에 우리 인간은 여러 방법으로 답을 해왔고, 수세대에 걸쳐 그 양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그중에서 역사는 가장 진실에 가까운 통찰을 보여줬다. 그리고 여기, 젠체하지 않고 우리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뼈 있는 역사책이 있다.

이 책은 현생 인류 시절부터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실패를 되짚는다. 물론 우리가 이룩한 위대한 역사도 있다. 우리는 교향곡을 만들고, 달에 사람을 보내고, 블랙홀을 생각한다. 하지만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에도 5분은 족히 고민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인간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후회한다. 금세 까먹는 것 또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우리 마음은 어떤 상황을 선호하고, 또 기피하기에, 문제가 닥치면 얼마나 안일하게 판단하고 넘겨짚기에 실패가 끊이지 않을까?.

이 책에는 우리가 저지른, 말 그대로 화려한 실패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영국 '버즈피드' 전 편집장인 저자는 특유의 신랄한 어조로 우리를 뜨끔하게 만든다. 수많은 매체에서 글을 쓰고 뉴스의 팩트 체크를 해온 만큼 철저히 검증되고 전문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어 있다. 바보짓의 기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매력적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전보다 조금은 현명해진 호모 사피엔스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실패에 지금 도전하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언젠가 이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이 말은 거의 모든 상황에 적용되며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그 재치에 피식 웃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공감을 했다. 이유는 이 말 안에 인간 특성의 한 단면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뉴스에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지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쉽게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친근하다.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조금 더 대규모로, 더 큰 피해를 입히며, 아주 화려하게 저지르는 바보짓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회계 장부에 계산을 조금 틀렸는가? 콜럼버스는 단위를 틀려 지구 크기를 아예 잘못 알고 있었다. 다단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귀찮게 구는가? 스코틀랜드의 패터슨은 식민지 건설로 온 국민에게 그릇된 바람과 허영을 불어넣어 국부의 반을 허공에 날려먹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해 관계가 틀어졌는가? 호라즘 제국은 칭기즈칸의 편지를 잘못 읽어 지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맞다,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인간은 원래부터 그랬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외교, 정치 등 10개의 주제로 정리한 이 실패의 기록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나마 있던 인류애마저 저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참담하고 바보 같은 일이 남의 일일 것만 같은가? 정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른 나라에서 100년에 걸쳐 겪었을 굴곡을 우리는 단 몇십 년 만에 지나쳐왔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압축 성장은 우리의 업적이며 자부심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희생도 따랐다. 무심코 지나온 수많은 실패와 실수, 잘못된 결정들이 쌓이고 그것보다 더 많은 이들은 보살펴지지 못하고 방치되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늘 강조된다.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온 역사, 왜곡된 채 전해지고 있는 역사책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으로, 식민주의에 앞장섰던 영국을 책 전반에 걸쳐 비판하고 있다. 특히 7장 ‘식민주의의 화려한 잔치’에서는 지금에 와서까지 식민주의를 옹호하는 자들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를 상세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역사는 검증된 자료만큼이나 해석이 중요하다. 해석하는 자는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며, 톰 필립스는 자신이 백인, 남성임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이 어쩔 수 없이 서양 백인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뤄졌음을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자. 이 책이 그런 것처럼 조금 비판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서. 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인류의 낯부끄러운 실패사이지만 묘하게 희망적인, 그것이 이 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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