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공연리뷰] 빛나는 별, 그 방랑의 길을 따라서 '랭보'
[e공연리뷰] 빛나는 별, 그 방랑의 길을 따라서 '랭보'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11.3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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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랭보의 길을 따라서, 뮤지컬 '랭보'
프랑스 상징주의 대표 랭보, 베를렌느 이야기
두 사람의 교감과 관계를 통해 느끼는 인생의 의미
ⓒ 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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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영원히 빛나는 별, 방랑의 길을 따라서. 짙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

뮤지컬 '랭보'는 ‘시인의 왕’이라 불린 베를렌느와 랭보의 어릴 적 친구 들라에가 랭보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들의 기억 속 랭보와 함께 떠나는 방랑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가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영혼을 채워줄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생각하게 한다.

랭보와 베를렌느는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랭보'는 두 시인의 대표 작품을 기반으로 대사와 넘버를 구성해 감성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2018년 초연 당시 누적 관객 3만 명 동원, 연이은 유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은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중 최단기간 해외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2019년 역시 중국 상하이 등 해외 공연을 통해 작품성 및 흥행 가능성을 인정받은 '랭보'는 이번 시즌에서도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 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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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벨를렌느와 들라에가 랭보가 남긴 마지막 시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1891년 임종 직전의 랭보로부터 아프리카에 마지막 시를 두고 왔다는 말을 들은 들라에는 생전 랭보와 가까운 사이였던 베를렌느에게 그의 시를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랭보는 프랑스 문단의 천재 시인으로 진정한 시와 영원을 찾아 방랑을 멈추지 않았던 인물이다. 1871년 랭보는 시인이 되기 위해 파리로 향하고, 그곳에서 프랑스 상징주의 대표 시인이자 '시인의 왕'이라고 칭송받는 베를렌느를 만나 가까워진다. 베를렌느와 함께 파리 시인들의 권태로움을 목격한 그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지만, 베를렌느는 자유로운 천재 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더 완벽한 시를 쓰기 위해 베를렌느는 명예와 가족 등 모든 것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파리를 떠난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던 베를렌느는 결국 랭보와 다툼 끝에 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 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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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재능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의 천재 시인 랭보와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천재 소년에게 매료된 시인 베를렌느. 베를렌느는 자신의 시를 알아봐 준 랭보와 그의 자유로움을 동경했으나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부딪힐 자신이 없었기에 헤어져야 했다. 헤어졌으나 이별하지 못했고, 떠나보내야 했으나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랑의 집착인지 동경인지 모를 커다란 마음은 그들의 관계가 더욱 진한 여운으로 남는 이유다. 서로 만나지 않고 그저 편지로 시로 우정을 나누거나, 온전하게 시로 소통했다면 '그들의 시에는 다른 빛이 서렸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서로 영향을 주면서도 어긋난 시선의 두 사람의 만남은 함께 있는 것으로 정답이었고 헤어졌기에 완성되었다.

책들로 가득한 무대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 거기에 더해진 특유의 감성적 조명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랭보와 베를렌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 가운데 랭보의 오랜 친구로 순수하고 맑은 성품을 가진 들라에가 적절하게 극의 진행을 이끈다. 무엇보다 들라에의 존재는 시각의 확장을 일으키는데, 단순하게 두 시인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들라에의 시선이 녹아들면서 세 가지 시점에서 극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

ⓒ 라이브㈜,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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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생각을, 마음을, 나누었지만 하나가 될 수는 없었던 시대의 방랑자와 위대한 시인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그러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시인은 어느 시대에나 고난을 겪고 살기 힘들지만, 문학적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것도 시인이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물론 소설, 영화 등에서도 시인이 단골 소재로 선택되고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찾는 건, 시인은 그만큼 시대와 정서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같은 매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는 랭보 역 정동화 백형훈 윤소호, 베를렌느 역 김재범 에녹 김종구 정상윤, 들라에 역 이용규 백기범 정의제가 함께했다.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꾸며 페어별로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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