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책을 담다] 천재 화가의 삶, 그 최초의 이야기
[e책을 담다] 천재 화가의 삶, 그 최초의 이야기
  • 윤지호 기자
  • 승인 2019.12.0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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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김홍도의 이야기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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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윤지호 기자] 김홍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인이라면 마음속에 그의 작품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풍속화일 수도 있고, 빨간 호로병이 눈에 띄는 활달한 필치의 신선도일 수도, 금강산 굽이굽이 절경을 곡진하게 담은 산수화일 수도, 말년의 원숙미와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추성부도 같은 시의도일 수도 있다.

패랭이와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나 안광의 푸른빛이 형형한 호랑이, 잎이 다 떨어진 나무숲 사이로 비치는 보름달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김홍도의 작품 세계는 궁중기록화에서부터 도석화, 시의도, 풍속화, 실경산수화, 화조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조선의 화폭을 넓혔다”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모든 분야에서 빼어난 예술적 성취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홍도의 삶은 그가 남긴 불멸의 작품 뒤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

한국 전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 이충렬이 수백 년간 김홍도의 생애에 드리워진 베일을 마침내 걷어냈다. 김홍도의 흔적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의궤, 승정원일기 같은 국가기록물이나 강세황의 《표암유고》, 김광국의 《석농화원》을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기록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저자는 흩어진 기억을 그러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대 양반 및 중인의 문집, 시대상을 그린 소설, 김홍도와 조선 후기 사회를 설명하는 최신의 연구 자료를 교차 대조하여 그동안 논쟁과 추정에만 기대어온 김홍도의 삶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김홍도의 아호인 ‘단원’, ‘단구’, ‘서호’의 연원을 추적해 그의 출생지를 안산 성포리로 비정하고, 자신의 집을 그린 ‘단원도’의 배경이 이제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인왕산 옆 백운동천 계곡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 밖에 울산목장 감목관 시절을 비롯한 김홍도의 생애 몇 가지 중요한 공백을 메움으로써 김홍도 전기의 정본定本을 마련했다. 조선 미술의 나아갈 방향을 정했고, 한국미美의 원류를 형성한 천년의 화가 김홍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천재 화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이 이제 막 펼쳐진다.

'정조의 총애를 받은 도화서 화원’ 정도의 수식어로 김홍도의 삶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결코 예외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당대인으로 김홍도를 그려냄으로써 그의 삶과 정신을 더욱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세 차례나 어진을 그리는 어용화사에 선출되고, 그 공으로 사재감 주부, 장원서와 사포서 별제, 역참 찰방 등을 거쳐 중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벼슬인 현감에 제수되었지만, 평탄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서 김홍도는 중인 출신 ‘환쟁이’라는 굴레와 끝없이 투쟁해야 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첫 벼슬에서 파직당하는 수모를 겪고, 대부분의 품직은 ‘녹봉(월급)’ 없는 무록직이었으며, 지방관 시절에는 마을 양반이나 아전들의 견제와 편견이 그를 괴롭게 했다. 외유사의 보고서 하나로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김홍도는 벼슬은 가졌으나 끝내 양반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던 경계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감내해야 했다.

한편으로 이 책은 중인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타고난 재능으로 딛고 일어선 한 예술가의 자각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화서 화원으로 궁중화나 신선화를 그리던 그가 풍속화를 그리고, 자연을, 마침내 마음을 그리게 되는 과정은 그의 삶을 스쳐지나간 번민이나 사색과 무관하지 않다. 산을 보면 산을 그리고 싶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그리고 싶어 천장에 그림을 그리던 소년이 중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내면에 천착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조선왕조 사백 년의 새로운 경지를 이루었다고 평가받기까지, 그의 삶은 화가로서 자아를 찾아나가는 여정이었다. 양반이 찾는 그림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그림을 그렸고, 그 세상 안에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을 끌어안았던 화가, 신분이 아니라 사람을, 풍경이 아니라 마음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화가 김홍도, 그의 삶을 이끌었던 예술혼이 책 구석구석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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