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e곳]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이야기가 있는 경관 '스토리스케이프'
[지금e곳]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이야기가 있는 경관 '스토리스케이프'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0.01.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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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문화재단 연구전시 '스토리스케이프'
함께 기록하는 개인 생애사 속 장소의 기억
도시 속 삶의 흔적과 개인 이야기에 경관적 가치 부여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장소를 다시 보다.

지난 12월 5일부터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에서는 '스토리스케이프(STORYSCAPE)' 연구전시가 열리고 있다.

'스토리스케이프'는 이야기(STORY)와 경관(LANDSCAPE)의 합성어로 '이야기가 있는 경관'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연구전시는 재개발, 재건축으로 사라져가는 도심 속 '삶의 흔적'을 발굴하고, 도시를 통해 연결된 개인과 개인의 이야기가 있는 장소에 경관으로서의 가치를 부여, 공유의 가능성을 연다.

이 작업의 목적은 도시민들의 일상생활 속 삶의 이야기를 통한 도시경관 연구의 깊이 있는 확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 주인공인 대중과 적극적 교감을 통해 점점 사라지고 잊혀가는 우리 '일상 속 삶의 공간에 대한 기록'을 진행한다.

이번 연구전시를 기획한 도시 연구자 서준원은 독일 출신 사진작가 마이크 울프(Michael Wolf)의 작품 '인포멀 솔루션(Informal Solution)'에 담긴 도시 공간의 평면적 확장성, 소시민의 일상을 담고 있는 도시의 찰나성과 그 연속성에 주목한다.

메트로폴리스의 거대함에 위축된 소시민들의 일상, 이 거대한 담론에 저항하는 마이클 울프의 찰나성을 통해 서준원 연구자는 도시 공간의 서사성과 소시민적 이야기에 기초한 도시 연구를 하고자 한다.

'스토리스케이프' 연구전시는 각 도시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이야기, 개별적 서사에 집중해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새롭게 모색한다. 도시 가족사에 기초한 전기적 연구(Biographical Research)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도시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이클 울프와 서준원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서울과 홍콩, 두 도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벽 한 면을 채운 가계도인데, '나'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가계도를 통해 나의 생애 속 이동사와 생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서준원의 방을 발견할 수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여러 책과 자료, 노트북 등 일상적인 면모가 눈에 띄는 이곳에서는 아버지, 삼촌 등의 목소리를 통해 고향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각 시대에 따른 이들의 이야기는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서울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그의 방에서 나오면 '이야기 지도'를 만나게 된다. 벽에는 여러 지역의 이름과 여러 색의 실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개인 생애사에 기반한 공간을 점과 선으로 연결한 것으로 다양한 사람의 기억 속 장소를 공유한다. 작업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여 장소에 기반한 이야기를 구축한다. 모인 이야기는 '이야기 경관'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태어난 곳부터 현재 살고 있는 장소까지 자신의 공간적 역사를 선으로 잇고 감각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선의 색깔은 나이대별로 차별화하여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의 이동도 한눈에 볼 수 있고, 또 다른 세대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다.

다채로운 형태와 색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게 된 '이야기 지도'를 보며 현재 2, 30대의 이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고 현장에서 물었더니 "정말 다양하다. 경기도에서 출발한 선도 많고, 이동이 많은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함께 기록한 이야기는 오는 1월 11일 오후 2시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발표한다.

'스토리스케이프'는 관람자가 전시에 참여하여 함께 결과를 만드는 연구전시라는 점에서 새롭다. 일상과 개인의 생애사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특별하다.

공간연출을 맡은 정흥섭은 "마이클 울프와 서준원, 두 사람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다. 동시대를 사는 개별적 소시민의 삶, 그들이 만드는 도시 풍경이 그렇다. 마이클 울프는 일상을 포착하여 도시를 구성하고, 서준원은 기억을 소환하여 도시를 이야기한다"면서 "도시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아닌 이야기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는 도시생활사 연구에 속하는 이번 연구전시에 대해 "도시 및 경관 연구의 기틀 위에 인문-사회과학적 깊이를 더한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을 모색하는 노력"이라고 평가하며 "공간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떠한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왔는가를 분석하고 향후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도시계획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 가능하다. 이 연구전시가 우리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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