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팔방미인(八方美人)' 김히어라 "기회 없다면 직접 만든다"
[인터뷰②] '팔방미인(八方美人)' 김히어라 "기회 없다면 직접 만든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0.01.1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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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뮤지컬 '팬레터' 삼연의 부담감
김히어라의 뮤즈, 다양한 사람들
다재다능한 능력 살린 공연, 플리마켓 등 여러 작업 진행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히어라가 말하는 '팬레터'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이 한층 풍성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캐릭터에 대해 말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한 그는 하나의 질문에도 꼼꼼한 설명을 곁들여 답하며 히카루의 매력을 전했다. 인터뷰 후 바로 연습실로 가야 하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김히어라는 지치지 않는 밝은 에너지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히어라는 조심스레 삼연의 부담감을 전했다. 초연 당시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간 인기 작품인 만큼 모든 시즌 참여한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대단했다.

“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삼연 무대에 서고 보니 부담이 됐다. 연습 때는 새로 합류한 배우들 이끌기도 했는데 개막 후 신경성 역류 같은 게 생겨서 속이 아팠다. 몇 번 무대에서 역류를 겪고 공연 전에 아무것도 못 먹는 생활을 했다. ‘왜 이러지?’ 고민을 하는 와중에 문성일 배우도 ‘요즘 체해서 죽만 먹는다’고 그러는 거다. (소)정화 언니도 비슷했다. 기존 정세훈, 히카루 배역 멤버가 비슷한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시도에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을 어떻게 녹일까 대화도 많이 했고 이번에 처음 함께하는 배우들과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합쳐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욕심이 생긴 거다. 이제는 좀 놓긴 했는데 주말에 낮-밤 공연을 하면서 ‘이런 게 재연 병인가?’하며 웃었다. ‘해냈다!’는 마음보다 ‘더 할 수 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이런 과정 또한 재미있다.”

히카루 역인 그는 세 명의 정세훈(백형훈-문성일-이용규 배우)과 합을 맞추고 있다. 각 배우와의 케미는 어떨까.

“우선 (백)형훈 배우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 자극을 많이 받았고 덕분에 노래 연습에 더 열중하게 됐다. 백형훈의 세훈은 선한 캐릭터다. 그래서 세훈이 흔들리면서 히카루가 해야 할 것들을 많이 준다. 문성일 배우와는 오랜 친구다. 친한 만큼 도움도 많이 줘서 히카루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의자가 쓰러지는 무대 사고가 나도 두렵지 않은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이용규 배우는 정세훈과 히카루로서 가장 동일시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히카루와 결을 같이한다. 예를 들면 히카루가 악해지면 세훈도 같이 악해지면서 훨씬 다툼도 세진다. 같은 행동도 많이 해서 자극이 많은 연기를 할 때도 있다. 사실 프레스콜 시연 때 무대 위에서 처음 호흡을 맞춰봤다. 그때 가장 배려해준 느낌이고 지금은 더 강렬해졌다.(웃음)”

세훈이 손을 찌른 뒤 히카루는 2층으로 올라가 어떤 행동을 한다. 그림자로 비치는 이 장면의 의미를 물었다.

“손에 든 것은 펜이다. 세훈이 손을 찌르는 건 절필을 의미한다. 즉 글을 쓰는 욕망을 묻는 거다. 글을 쓰던 히카루에게 연필은 나다. 죽었다기보다는 내가 함께 사라진다, 보낸다는 뜻이다. 넘버 중 ‘내가 죽었을 때’는 해진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세훈과 싸웠던 예전 히카루에게 전하는 노래라고도 생각한다. 거기에 나온 것처럼 세훈이 보내는 것이고 히카루는 펜을 끌어안고 보내지는 거다.”

후반 장면에서 히카루는 김해진 선생의 손에 이끌려 세훈에게 돌아온다. 히카루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때 히카루는 완전 세훈으로 변해서 오는 거다. 세훈의 어떤 면의 하나로 생각하면 된다. 히카루는 펜, 종이가 바닥에 널린 세훈이 있는 그 장소를 낯설어한다. 어떻게 보면 ‘팬레터’가 세훈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는데, 사춘기를 지난 그 시점에 사춘기에 있던 아이가 지금의 세훈을 만난 것이다. 어렸을 적의 나 같은 느낌. 히카루는 해진을 보며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해진을 기억하고 보내면서 돌아와 세훈이 ‘보낸다’는 말을 하게끔 한다. 히카루를 ‘나도 세훈의 일부다. 이것도 나야’라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이다. 재연 때는 위로하고 ‘내가 지켜줄게’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마음으로 서 있다.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고 봐도 된다.”

김히어라의 ‘팬러터’ PICK!을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 속 넘버, 대사, 장면은 무엇일까.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가 죽었을 때’다. 가사가 정말 좋다. 나 자신과 해진 선생님을 그리워한다는 걸 받아들이며 듣는 곡이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세훈 자신에게 말하는 걸로도 들리더라. 요즘 시상식만 봐도 예전에는 자신의 영광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최근에는 ‘나 잘했다, 멋있다’하고 ‘셀프칭찬’을 하잖나.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넘버가 아닌가 생각한다. 못난 나를 인정하고 보내면서 그럼에도 그런 나를 다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난 너의 작고 달콤한 늪, 당당하고 아름답고 사랑받는 꿈’이다. 이 자체가 히카루를 뜻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거울’에서 ‘고백’(눈물이 나 rep.)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조금 뒷부분까지 더해서 종이 뿌리고 꽃비 날리고 하잖나. 조명도 참 좋다. ‘거울’에서는 뒤에 그림자 지는 장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멋있다."

히카루의 솔로 넘버 ‘별이 반짝이는 시간’은 강렬한 카리스마와 분위기로 항상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때에 따라 박수가 나오기도 하고, 집중력이 높을 때는 조용하게 지나간다. 마음으로는 기립박수를 보냈다고말하자 김히어라 또한 “나도 아쉽다”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팬레터’에서 히카루는 해진의 뮤즈(MUSE)다. ‘수많은 예술가의 비밀의 연인’으로 일컬어지는 뮤즈, 김히어라에게도 뮤즈 같은 존재가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쉽게 대답했을 질문이지만 솔직하게 요즘에는 없다. ‘뮤즈’라기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있다. 바로 모든 사람이다. 어릴 때는 ‘어떤 사람 닮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연기술도 많고, 모든 사람의 다양성을 알게 됐다. 무언가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라도 인성이 별로면 나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나가는 불특정 사람들의 어떤 면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 그러면서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인정하는 것이 지금의 나다. 그런 일이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어렵다.”

오랫동안 함께한 히카루, 그리고 김히어라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TO. 히카루 “정말 고생했다.”

TO. 김히어라 “잘 버텨내느라 고생했다.”

김히어라는 배우 활동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플리마켓 개최 등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재다능함을 뽐내는 그가 다양한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물었다.

“하고 싶은 건 워낙 많다. 오는 1월 13일에도 플리마켓과 리딩 공연을 개최한다. 정은비 작가가 쓴 대본으로 어제도 밤새 수정했다. ‘침대의 역사’라는 작품인데 배우 오정택, 이안나, 권동호, 장격수, 박수아, 강승호 등이 출연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모인 수익은 여러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외계층은 공연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또 활동이 어려운 신인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등을 포괄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나도 예전에 기회가 없었을 때 막연하게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내가 기회를 만들자!’고 팔을 걷어붙이게 됐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써도 회사나 지원 사업에 선택되지 못하면 빛을 볼 수 없다. 특히 지원 산업은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라 신인의 경우 쉽지 않다. 그걸 보면서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신인들에게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작가, 조연출은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 플리마켓의 경우는 대관비 마련을 위해 진행한다. 이번 ‘침대의 역사’ 공연은 성대 두잇아카펠라에서 열리는데 커피 한잔 마시면 볼 수 있으니 많이 와주시면 좋겠다.”

야무진 포부를 드러낸 그는 더 나중에 ‘심리치료’를 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미술심리치료, 액팅 코치를 하고 싶다.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요즘 배우들에 대한 이슈가 많잖나. 무대에 서면서 다른 인물을 분석하고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본인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심리치료는 중요하다. 나는 지금까지 심리치료를 많이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처럼 건강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 나는 조금만 무언가 느껴져도 상담을 받으러 간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러 발걸음을 옮기는 것,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체가 꽤 어렵다. 내가 상담하고 치료받으며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주변 배우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것을 필요로하는 배우들이 많구나,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 같구나라고 생각해서 더욱 심리치료와 액팅 코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뮤지컬 ‘팬레터’ 관람 독려 한 마디

“’팬레터’는 관객분들이 같이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멋진 극이다. 많은 사랑 주시면 또 금방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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