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안지환 "'여보셔' 꼭 하고 싶었던 작품…힐링 된다"
[인터뷰①] 안지환 "'여보셔' 꼭 하고 싶었던 작품…힐링 된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0.01.3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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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석구 역 안지환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된 꿈의 작품
자신과 다른 캐릭터 표현에 힘들지만 재미있어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차분한 매력은 중독성이 강하다. 조곤조곤 들려오는 나긋한 목소리는 낯선 분위기를 금세 온기 가득하게 채운다. 모든 것이 지루하게 흘러가는 오후 시간에 핀 은근한 수다의 꽃은 헤어짐을 아쉽게 만든다. 직접 마주하면 더 기분 좋은 배우 안지환의 이야기.

안지환은 지난 11월 16일부터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하고 있다. 총성이 빗발치는 한국전쟁 한 가운데, 남북한 병사들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올해 7주년을 맞은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이다.

남한 군인 신석구를 맡은 안지환은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약 두 달 반 동안 무대에 선 그에게 늦은 소감을 물었다.

“초반에는 정신이 없었다. ‘잘 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석구를 연기해왔다. 정신없이 해왔던 감각인데 요즘 들어 시야가 트이면서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더 생각하게 됐다. 특히 ‘원 투 쓰리 포’ 하면서 잠시 뒤돌아 쉴 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부터 석구 역을 맡고 싶었다. 석구의 사연을 좋아했고 지금은 ‘꽃봉오리’ 장면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여보셔’ 토크 콘서트 때도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 생각이 많이 난다. 먼일도 아니고 진짜 있었던 일이잖나. 연극 소재로 다뤄질 만큼 큰 역사인데 그 이야기를 노래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물론 슬프고 아픈 사연도 담고 있지만 직접 연기하는 배우로서 행복하게 무대에 서고 치유를 받는다.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다.”

ⓒ 연우무대

배역을 향한 마음이 남다른 그가 본 신석구는 어떤 인물일까.

“석구는 되게 솔직한 캐릭터다. 처음에는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석구가 쑥스러움을 타지만 낯가리는 타입은 아니다. 자기 생각을 여과없이 말하지만 그 실수도 예뻐 보이는 인물이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잖나, 밉지 않은 캐릭터. ‘과부한테 홀딱 빠져서~’ 같은 말실수는 어른들 말을 빌려온 거고 석구는 누나를 좋아한다. 누나도 석구의 진심을 알고 있을 거다. 그만큼 투명한 사람이다. 내가 그러지 못한 타입이라 석구한테 배우는 게 많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7년 동안 6번 무대를 올린 작품이다. 그동안 신석구를 거쳐 간 배우도 많았고 이번 시즌 함께하고 있는 강기둥은 특유의 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처음 신석구로 합류한 안지환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 시즌 (김)대현이 형, (임)진섭이 무대를 재미있게 봤다. 그 후 영상을 찾아봤는데 ‘꽃봉오리’ 넘버가 정말 좋았다. 이규형 선배님 연기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보다가 지하철에서 울었다. 그때 ‘이 역할을 맡을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버를 따라 불러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 그래서 집 화장실에서 매일 노래를 불렀고 대사도 외웠다. 덕분에 이번 오디션을 볼 때 편한 마음으로 본 것 같다.(웃음) 나는 연기할 때의 자신을 좋아하는 편이다. 석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파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한다. 자기 연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석구가 좋아서 그를 연기하는 나 자신이 좋을 때가 있다. 다른 석구와 차별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많은 편이다. 평소에도 옛 감성을 좋아하는데, 옛날 노래나 옛 친구, 추억을 떠올리면 좋은 게 많은 것 같다. 지나간 것들을 좋아한다.”

이야기 속 석구는 밝은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남북 군인 사이에서 연결고리가 된다. 석구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물었다.

“사실 석구를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석구와 나는 ‘비슷하구나’ 생각하다가 연습을 하면서 ‘아니구나’ 깨닫게 된 시점이 있는데 일상의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낀 순간이다. 연출님도 그런 괴리감을 알고 ‘조세호’ 같은 사람을 보라고 하셨다. 주변에서는 한영범 역 서경수 형을 관찰했는데 순수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리낌이 없다. 요즘에는 더 많이 장난치려고 한다. 이창섭한테 장난하다가 혼나기도 하지만 손을 내미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과의 거리를 천천히 좁혀가는 스타일인데 석구는 그냥 들이받잖나.(웃음) 그게 예쁜 것 같다.”

무인도에서 적과 친구가 될 정도로 긍정적인 성향의 석구지만 극한 상황에 놓인 만큼 위기를 느낀 순간도 있었는지 묻자 그는 “있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무인도에서 한달간 보내잖나.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생존을 앞에 두면 마음을 잃게 될 것 같다. 석구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살기 위해’는 인간성 상실을 담고 있다. 절규하다가 동현에게 잡혀 와서 ‘배를 고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생긴다. 영범에게 말 걸지 말라고 하거나 전향하자는 말을 하잖나. 예쁘게 표현되어 있지만 살기위한 비겁한 행동이다. ‘이제 화장실도 생기고 좋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썩어가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고로 남북 군인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그런데 유일하게 석구만 사라진 시간이 길다. 관객의 상상에 맡긴 그 장면, 안지환은 어떤 상상을 그려 넣었을까.

“이 부분은 (강)기둥이 형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석구는 겁이 많아서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음식도 가려 먹고, 숨을 곳도 필사적으로 찾으면서 자기보호를 했을 거다. 또 많이 울고. 그랬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본다.”

석구의 여신은 첫사랑 누나다. 군에 징집되면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 마음이 어떻게 석구를 지탱해주었는지 물었다.

“누나를 계속 좋아하고 있다. 석구는 마음에 희망이 많은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

각 인물은 자신만의 여신님을 떠올린다. 이때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한다. 상상 속이지만 타인의 여신님이 출연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여신님과 겹쳐 보며 공감을 하는지, 단순히 상상속 인물에 지나지 않는지 궁금했다.

“주화의 ‘원 투 쓰리 포’ 장면에서 춤을 배운다. 그때 석구는 ‘빨리 돌아가서 나도 누나랑 춤을 춰야지’ 같은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먹을 때도, 창섭이 노래할 때도 내 사람들을 떠올리며 함께 한다. 단순히 상상 속 인물이 되는 것보다는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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